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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목에 대하여/부유섭
  글쓴이 : 변영희 날짜 : 17-11-27 09:03     조회 : 929    
번역문

  사람들은 대부분 벽이 있다. 벽은 병통이다. 나는 다른 벽이 있지 않고 유독 책에 벽이 있다. 비록 좀먹고 온전치 못한 책일지라도 금과 옥보다 아껴서 역시 일찍이 절로 병통이 되어 이미 고질이 되니 치유할 수 없었다. 아이 적부터 책을 팔고 있는 사람을 보면 옷을 벗어서라도 그것을 샀다. 부형이 주신 것과 친구들이 보내 준 것, 아울러 서울과 지방에서 벼슬살이하면서 인쇄하여 얻은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많아졌다. 집이 가난하고 지위가 변변치 못하여 마음에 흡족하게 모으지는 못했지만, 성벽(性癖)이 이미 깊어져서 모아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천삼백여 책이나 되었다.

    예전에 책자 하나를 만들었다. 경전, 사서, 유가, 사가, 자가, 문집, 시집, 시화, 소설, 유취, 이가, 의가, 잡가, 동방유서, 문집, 시집, 소설, 가적, 서주, 화주, 잡부 등을 모아 21문으로 나누어 그 서목을 적고 ‘재적록’이라 이름하였다. 요 몇 해 사이 곤궁하고 굶주려 죽을 지경이 되어 간간이 책을 팔고 셋집을 여러 번 옮기다 보니 많이 흩어져 없어져 버렸다. 도둑이 훔쳐가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잊어버린 것도 많아서 지금 이 서목을 펼쳐보고 어루만지며 탄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바르게 고쳐서 이미 잃어버린 것은 지워버리고 새로 얻은 것은 더하였다. 이어 자식들에게 “우리 집 네 벽에 쌓아 놓은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구나. 앞으로 자손에게 남겨 집안의 보물로 전하거라. 너희들은 잘 간수하여 잃어버리지 말라.”라고 하였다.

    아아. 고금의 서적은 누만 권 정도만 있는 것이 아니니 여기 소장한 것을 가지고 여러 책을 다 보았다고 하면 잘못된 것이다. 또한, 이를 꿰뚫게 되면 학문과 문장도 할 수 있고, 공명과 사업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부지런함에 달려 있으니 너희는 힘쓰거라. 내가 지금 눈이 침침하여 잔글자를 볼 수 없고 정신이 쇠약하여 다시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늘 옛 책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흔연히 침식도 잊게 된다. 심하도다. 책의 벽에 빠진 병통이 늙어가면서 더욱 고질이 되어가니 한 번 웃게 된다.

    임오년(1702) 8월 하순에 종남산 아래 우사(寓舍)에서 우졸옹이 쓴다.

원문
人多有癖。癖者病也。余無他癖。而唯癖於書。雖蠹編斷簡。獲之。愛勝金璧。亦嘗自病。而已成膏肓。莫可醫也。自在童孺。見有賣書者。至解衣而買之。父兄之所賜與朋友之所贈遺。及宦遊京外之所印得。歲加增益。雖家貧位卑。不能稱意收聚。而性癖旣深。所鳩儲已至一千三百餘卷矣。曾作一冊。以經典四書儒家史家子家文集詩集詩話小說類聚二家醫家雜家東方儒書文集詩集小說家籍書廚畫廚雜部。彙分卄一門。錄其書目。名曰載籍錄。頃歲阻飢瀕死。間有斥賣。僦屋累遷。頗致散亡。偸兒之所竊去。借人而見遺忘者。亦多有之。今閱是錄。爲之撫卷歎惜。玆加釐整。抹其已失。添其新得。仍謂諸子曰。余家徒四壁。所蓄積唯此而已。將以遺諸子孫。以作傳家寶。汝等須愼守而勿失也。噫。古今書籍。不翅累萬卷。以此所藏。謂之博極群書則未也。且能貫穿乎此。亦可以學問文章矣。亦可以功名事業矣。只在勤不勤爾。汝等勉乎哉。余今眼昏。不能看細字。精耗。不能復強記。而每對古書。猶自欣然忘寢食。甚矣。癖書之病。老而益痼也。爲之一笑。壬午仲秋下浣。愚拙翁書于終南寓舍。
- 임방(任埅, 1640~1724), 『수촌집(水村集)』 권8 「재적록서(載籍錄序)」
 
 해설

  이것은 차라리 형어(形語)와 같다. 검은 장정에 검은 글씨로 쓰여 있는 블랙 리스트-나에게 첫 서목(書目)은 윤병태의 『한국고서종합목록』이었다. 그 사상의 무게를 근수로 달아 놓은 것도 아니고, 골품(骨品)도 없이 한글 자모순으로 정리된 그대로의 열거 앞에서 취해 있을 것, 이것이 나의 정언 명령이었다. 이 서목을 통해 책을 펼쳐보면서 내 나름 사상의 근수와 골품을 재어보는 것이 어쩌면 공부하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서목은 장서와 관리, 검색과 열람을 위한 공구(工具)이다. 무엇보다 학술을 분별하고 원류를 살피는 문경(門徑)으로써 그 연변(演變)을 통해 각 시대 학문의 스펙트럼을 조망하고, 학문의 성쇠, 다시 말해 발전과 분화 등 새로운 학문 영역을 조감한다.

  중국의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에서 육예략(六藝略), 제자략(諸子略), 시부(詩賦略), 병가략(兵家略), 수술략(數術略: 천문, 역수, 오행 등), 방기략(方技略: 의서)으로 분류되었던 것이 육조시대에 사부(四部: 경부(經部: 유가경전), 사부(史部: 역사서), 자부(子部: 철학), 집부(集部: 문학) 체계가 시작되고, 『수서경적지(隋書經籍志)』 이후 많은 목록서들이 이를 준용하면서, 이런 독립적인 대분류 속에 있던 것이 학술 변화에 맞춰 축소되거나 재편되었다.

    특히 청대 사고전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제[提要]를 단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書總目提要)』가 만들어지면서 서목의 질량이 큰 성취를 이루었다. 새로운 저술 내용과 형식을 갖춘 책들은 목록 분류에 강입(强入 억지로 분류에 끼워 맞춤)하거나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 내었다.

  가령 송나라 우무(尤袤, 1127~1194)가 『수초당서목(遂初堂書目)』에서 자부(子部)에 「보록류(譜錄類)」라는 한 부문을 세워서 『향보(香譜)』, 『석보(石譜)』, 『해록(蟹錄)』 등을 정리한 것에 이어 『사고전서총목제요』에서 보록류를 따로 정리하는 한편, 스위스의 선교사 요한네스 테렌츠(1576~1630, J. Terrenz, 鄧玉函)가 지은 『기기도설(奇器圖說)』을 전대에 보이지 않던 기술서로 보록류에 넣은 것도 이런 학문의 변화를 보여준다. 명가(名家), 묵가(墨家), 종횡가(縱橫家)와 같이 역대 저록이 많지 않은 것은 황우직(黃虞稷, 1629∼1691)의 『천경당서목(千頃堂書目)』을 따라 자부-잡가(雜家)에 배치한 것에서 그 변화의 원류를 볼 수 있는 경우라 하겠다.

    근대의 『규장각도서한국본종합목록』의 범례를 보면, 체계 없는 초사본(抄寫本)을 비롯하여 일정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서종(書種)을 집부(集部)-잡저류(雜著類)에 분류하였는데, 서종의 다양성과 혼잡에 따른 분류의 어려움과 고심을 느낄 수 있다.

  서형수(徐瀅修, 1749~1824)는 저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서목이라고 했다. 전통시대 서종의 파악은 물론 이를 정리하여 ‘지식의 좌표’를 그려내는 작업이기에 오랜 시간 동안 넓은 지식을 갖추지 않고는 그 분류 체계를 세울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고금의 목록가는 체재가 셋이다, 유흠의 『칠략』, 왕검의 『칠지』, 정초의 「예문략」, 마단림의 「경적고」와 같은 종류는 모두 고금의 도서를 기록하고 있다. 진나라의 의희목록, 수나라의 개황목록, 당나라의 『집현전서목』, 송나라의 『숭문총목』과 같은 종류는 한 시대의 도서를 두루 기록하고 있다. 이숙의 『한단도서지』, 종음의 『절강채집유서총록』, 우무의 『수초당서목』, 진진손의 『직재서록해제』와 같은 종류는 단지 한 지방, 한 집안의 도서를 기록한 것이다.

 [古今目錄之家。軆裁有三。如劉歆七畧。王儉七志。鄭樵藝文畧。馬端臨經籍考之類。総記古今之啚書者也。如晉義煕目錄。隋開皇目錄。唐集贒書目。宋崇文総目之類。通紀一代之啚書者也。如李淑邯鄲啚書志。鍾音浙江遺書総目。尤袤遂初堂書目。陳振孫直齋書錄之類。但紀一方一家之啚書者也。] (서형수, 『명고전집(明皐全集)』 권9, 「규장총목서례(奎章総目叙例)」 )
 
    서형수는 중국의 서목을 전시대를 망라한 것, 특정 왕조를 정리한 것, 한 지역과 집안(장서가)의 장서를 정리한 것으로 나누었다. 이런 지적 전통이 이어져 중국은 종합목록으로 『중국고적선본서총목(中國古籍善本書總目)』에 이어 『중국고적총목(中國古籍總目)』을 만들어 전통시대 전적을 총괄 정리해 내었다. 아직 우리 목록학사에서 한국의 종합목록은 미완이지만, 중국의 것을 그대로 도습(蹈襲)한 것만은 아니었기에 우리 나름의 서목이 완성되리라는 염원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임방이 정리한 『재적록』 역시 장서 내용의 한계와 개인적인 취향의 구서(求書)를 정리한 가장서목(家藏書目)으로써 나름의 분류법을 적용한 것이다.

  한편, 서유구(徐有榘, 1764∼1845)는 무엇보다 구서의 여러 방법의 하나로 서목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칠략』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니 조공무, 진진손이 저록된 것을 논해 보면, 그 책이 예전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것이 열에 대여섯은 된다. 목록을 살펴서 책을 구하는 것은 종일 곯는 배로 음식 장부나 들추면서 흐뭇하게 제호(醍醐)나 곰구이를 입에 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근세에 저록된 책이다.
  『사고전서총목』은 건륭 신축년(1781)과 임인년(1782)에 만들어서 올린 것이다. 『절강채집유서총록』도 건륭 시기에 조서를 내려 책을 구할 때 사고전서관에서 편집하여 올린 것이다. 두 책이 지금과 삼사십년 밖에 되지 않았다. 건륭 초에 『천록임랑서목』을 만들도록 명하였다. 황우직의 『천경당서목』도 모두 근대의 편찬이다. 이 몇 종에 의거하여 남고 사라지는 것을 살피면 알맞은 방도는 아니더라도 거기에서 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서목에서 구하는 것이다.

    [七略尙矣. 卽論晁公武陳振孫之所著錄, 其書之昔有今無者什居五六, 按目錄而求書, 不殆類於終 日枵腹坐閱食帳, 津津說醍醐熊燔也乎, 余所云者, 指近世著錄之書耳. 如四庫全書總目, 卽乾隆辛丑壬寅年間纂進者也. 浙江書錄亦乾隆中, 詔求遺書時, 編進於四庫全書館者也. 二書去今不過三四十年. 乾隆初命纂天祿琳琅書目, 黃虞稷千頃堂書, 亦皆近代編纂, 據此數種以考其存佚, 雖不中, 不遠, 故求之於書目.] (서유구(徐有榘, 1764∼1845), 『금화경독기(金華畊讀記)』 권5, 「저서(儲書)」)
 
    일찍이 정조가 『절강채집유서총록』을 참고하여 『내각방서록(內閣訪書錄)』을 만들어 학술을 위한 구서목록을 만들었듯이, 서유구 역시 서목을 통해 동시대의 서책들을 확인하고 이를 참고하여 자신의 학술에 응용하고자 했다.

  책으로 들어가는 천문만호(千門萬戶)의 문패들, 그 서목 앞에 서서 거듬거듬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목록취(目錄趣)’는 전통이 쌓아 놓은 다양한 분야와 성과 앞에 겸허를 가르친다.

  서목 속에 늘어선 하나하나의 책들로 위패를 대신하고, 제서(祭書 책에 제사를 지내는 일로 조선의 이옥(李鈺)이 책 제사를 올린 적이 있다.)의 전통을 이어 책들에게 감사 올려 본다. 서신(書神)에게 통사정하나니 그 가려지고, 고초로 다듬어진 책들을 세상에 보여주시기를.
 
출처 :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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