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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사구시 /조운찬
  글쓴이 : 변영희 날짜 : 16-05-23 19:18     조회 : 1648    
실사구시
    번역문

    근래 허위의 풍조는 위로 고위 관리에서 아래로 사림에 이르기까지 모두 헛된 이름을 취해 높이 내걸면서 자기의 분수에서 ‘실사구시’의 뜻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서』에 하간헌왕의 행실을 일컫기를 ‘학문을 닦고 옛것을 좋아하며 사실에 의거하여 진리를 구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매사에 자신의 심신을 돌아보며 진실되고 올바른 것을 구했다는 것입니다. 하간왕의 성대한 덕은 예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실사구시’ 네 글자는 그의 덕행을 형용한 것으로 소홀히 넘길 말이 아닙니다. 지금 세상의 허위 풍조는 전혀 ‘실사구시’의 의미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거침없이 텅 빈 허공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건 대체로 국가가 유학자를 높이고 도덕을 중시하는 교화가 오래되면서 폐단을 낳고 조장하는 잘못 때문에 이러한 지경까지 이른 것입니다.

원문
近來虛僞之風. 上自公卿. 下至士林. 莫不虛冒名號. 高作標致. 而於自己分上實事求是之義. 全不留意. 漢史稱河間獻王之行曰. 修學好古 實事求是. 此言每事. 反之吾心身. 求其實是也. 河間王盛德. 謂禮樂可興. 而以此四字. 形容其德. 此非等閒語也. 今世虛僞之風. 全不知有實事求是之義. 而公然馳騖於虛無空中. 此盖由於國家崇儒重道之化久. 而生弊有助長之病而至於如此也.
양득중(梁得中, 1665~1742), 『덕촌집(德村集)』 권3 「등대연화(登對筵話)」
 
  해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출처는 『한서』 하간헌왕전(河間獻王傳)에 보이는데, 우리에게는 조선 후기 실학사상으로 익숙하다. 실학을 실사구시의 학문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실학이 공리공론의 성리학을 비판하며 조선의 현실에 토대를 둔 학문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볼 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실사구시’를 실학의 언어로 끌어들인 사람은 추사 김정희(1786~1856)이다. 추사는 「실사구시설」이라는 글에서 학문은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찾아야 한다며 학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 덕목으로 내세웠다. 학문이 시대에 따라 훈고학이나 성리학으로 구분되어 불리더라도 실사구시하는 방법론만 갖춘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여기에서 추사가 말하는 실사구시란 실증적이고 귀납적인 방법으로 고전을 연구하는 청나라 고증학의 공부법을 말한다.

    추사에 앞서 연천 홍석주(1774~1842)도 「실사구시설」을 내놓았다. 누군가가 홍석주에게 “학문이 돈을 따지는 일에 봉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홍석주는 “학문을 하고도 돈이나 곡식 등 살림살이의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면 제대로 공부한 게 아니다”고 하면서 학문은 공리공론이 아닌 실용에 도움이 되는 실사구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홍석주가 강조하는 학문의 요체는 ‘무실(務實)’이고, 무실의 내용은 ‘구시(求是)’이다. 추사나 연천은 학문하는 방법으로 ‘실사구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실사구시를 현실 정치나 정책 속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청나라 고증학자 옹방강이 쓴 ‘실사구시’ 현판

▶ 청나라 고증학자 옹방강이 쓴 ‘실사구시’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왼쪽 작은 글씨의 내용은 이러하다.
‘옛것을 고찰하여 현재에 증명함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 사실을 규명하는 것은 책에 있고 이치를 탐구하는 것은 마음에 달렸다. 근원이 하나임을 의심하지 말아야 요체의 나루를 찾을 수 있다. 만권의 책을 꿰뚫는 것도 단지 이 가르침 하나뿐이다.[攷古證今 山海崇深 覈實在書 窮理在心 一源勿貳 要津可尋 貫澈萬卷 只此規箴]’
    우리 역사상 실사구시를 처음으로 본격 제기한 사람은 덕촌 양득중이다. 양득중은 연천이나 추사보다 100년 앞서 실사구시를 주창하면서 철저히 삶 속에 적용하려고 했다. 양득중의 실사구시는 허위와 가식을 배제하고 일상의 생활에서 진리를 찾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이나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양득중은 장례에서의 허례허식을 예로 들며 실사구시의 정신을 강조한다. 조선시대 장례에서 상주가 조문객과 마주보고 하는 통곡[相向而哭]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례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양득중은 이에 반기를 들며 맹목적인 통곡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중에 통곡하는 의식은 원래 공자가 죽은 뒤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3년이 지나 만났을 때 의지할 스승이 없음을 알고 서로 마주보고 통곡한 데서 유래했다. ‘상향이곡’은 그리움에 복받쳐 하는 통곡이니만큼 조문객을 맞을 때마다 형식적으로 하는 곡은 예가 아니다. 장례 때에는 아침과 저녁, 삼년상 중에는 초하루와 보름에만 곡을 해도 된다고 말한다. 『덕촌집』 제4권 「마주보고 통곡하는 관습에 대한 이야기[相向而哭說]」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실사구시의 정신은 이처럼 멀리 있지 않다. 양득중은 실사구시야말로 개인뿐 아니라 국가 통치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상소문을 올릴 때마다 강조했다. 그는 영조의 신임을 받아 자주 경연에 참여하였다. 영조가 세제(世弟) 시절, 스승으로 모시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연에서 탕평책과 부역의 개선책 등을 건의했는데, 그 실천 방법 역시 실사구시였다. 그는 연천이나 추사처럼 실사구시에 대한 논설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덕촌집』이나 『조선왕조실록』에는 실사구시를 강조한 글이 어느 실학자의 글보다도 많다. 양득중이 영조와 경연에서 나눈 대화를 기록한 「등대연화」는 조선의 군주에게 실사구시의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설파한 최초의 글이다. 양득중이 실사구시를 국정의 운영 지침으로 삼자며 절박성을 피력하자, 영조는 이 말이 좋다며 네 글자를 써서 벽에 걸어두었다고 한다.

    실사구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의 슬로건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그것을 주장하며 정책에 반영하려 했던 이는 바로 양득중이었다. 그는 조선시대 실사구시의 원조였으며, 반계 유형원의 개혁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실학의 선구자였다.

-출처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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