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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장지애(斷腸之哀) /박수밀
  글쓴이 : 변영희 날짜 : 17-06-19 10:40     조회 : 913    
번역문

  슬프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식 잃은 슬픔을 겪어서 마음이 상한 지 오래다. 네 동생을 잃은 뒤엔 몸은 마르고 정신은 사그라져 넋이 다 망가졌다. 살려는 생각이 없었지만 죽지 않았던 것은 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또 네 죽음을 보았으니 내가 다시 세상에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 마땅히 빨리 사라져야 시원할 것이다. 네 어미에게 듣자니 너는 병이 위중해지자 흐느껴 눈물을 흘리며 어미에게 말했다지. “아버지를 못 보고 죽으려니 눈이 감기지 않아요. 어머니는 내가 죽으면 반드시 죽으려 할 텐데, 그러면 저 어린 다섯 아이는 어떡해요. 어머니 죽지 마세요.” 아아! 설령 목석같은 사람일지라도 이 말을 들으면 혼절할 텐데, 하물며 그 부모임에랴!……
  아아 너는 이제 가면 돌아오지 않겠구나. 잠시라도 머물러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곁으로는 아이들을 이끌며, 이 술과 음식을 맛보고 평소처럼 기쁘게 웃어 보일 수는 없겠느냐?

원문

嗚呼! 吾旣屢經慘戚, 喪心久矣. 及哭汝弟以來, 形枯神瘁, 益復摧敗了. 無生人意思, 而猶且不死者, 徒以汝在耳. 今又見汝之死, 顧余何心更留於世? 唯當速滅之爲快也. 聞汝母言, 汝疾革, 嗚咽流涕而語汝母曰, 不見父而死, 此目不瞑矣. 母見我死則必欲死, 奈彼五稚兒何? 願我母無死. 嗚呼! 此言雖使木心石腸者聞之, 亦且殞絶, 况爲其父母乎.……嗚呼! 今汝此去不復還矣. 其且少留, 上奉父母, 傍挈子女, 嘗此酒食, 歡然顧笑, 一如平昔之爲否?

-홍세태(洪世泰, 1653~1725), 『유하집(柳下集)』 권10 「제망녀이씨부문(祭亡女李氏婦文)」
 
 
해설

  자식의 죽음은 눈이 머는 상명(喪明)의 고통이며,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의 비애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는 자식이 죽자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고 밤낮으로 소리쳐 울다가 눈이 멀었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딸이 입관하던 날에 창자에서 피를 쏟아냈고, 하도 울어서 성대가 녹아내렸다고 한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슬픔이자 가장 고통스런 절망이다. 시인 홍세태는 이러한 참척(慘慽, 자식을 먼저 떠나보냄)의 고통을 열한 번 겪었다.

 유하(柳下) 홍세태는 조선 후기의 여항(閭巷) 시인이다. 다섯 살에 책을 읽고, 일곱 살에 글을 지을 만큼 총명했지만 과거를 치를 수 없는 중인의 신분이어서 벼슬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하지는 않았다. 제자에게 준 다음의 글에는 그가 세상을 어떤 태도로 살아갔는지 잘 나타나 있다.

“재주가 있고 없고는 내게 달렸고, 그 재주를 쓰고 쓰지 않고는 남에게 달렸으니 나는 내게 달린 것을 할 뿐이다. 어찌 남에게 달린 것 때문에 가난하고 부귀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다가 내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없앨 수 있겠느냐?[才不才在我, 用不用在人, 吾且爲在我者而已. 豈可以在人者, 爲之窮通欣戚, 而廢我之所得於天者乎?]”

  그는 시로써 세상에 떨치리라 마음먹고 김창협, 김창흡 형제 등 저명한 시인들과 어울리며 시 창작 훈련을 쌓았다. 23살에 역과에 합격, 역관이 되어 일본과 중국에 가 이름을 크게 알렸다. 그가 가는 곳마다 그의 시와 글씨를 받아가려고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일본과 중국에선 한류 붐을 일으켰지만 조선에서의 그는 천대받는 중인 시인이었다. 그는 평생 가난했지만 자식들이 있기에 행복했다. 자그마치 8남 3녀를 두었다. 그러나 그 자식들로 인해 홍세태는 가장 참혹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자식들이 하나둘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것이다. 종국에는 열한 명 모두 저 세상으로 보냈다. 자식이 하나만 죽어도 애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을진대 열한 명의 참척을 당했으니 그 마음은 너무도 참혹했으리라. 그의 말을 빌리자면 “겉은 멀쩡해도 속은 다 타서 없어진” 삶이었고, “남의 아비가 되어 자식 하나도 키워내지 못하고 가난에 시달리다가 한을 머금고 죽게 했으니, 말만 하면 가슴이 찔려 잠시라도 아프지 않을 때가 없는” 시간이었다. 아들들에 이어 차례로 떠나보낸 딸에겐 ‘어엿한 치마 한 벌’ 못 해 주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떠나보낸 자식은 큰딸이었다. 그는 특별히 큰딸을 아끼고 사랑했다. 큰딸은 유달리 외모가 예뻤고 온화하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부모에겐 효성을 다했고 아버지에겐 늘 순종했다. 더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간 딸은 집안을 꾸리느라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막일을 했다. 그럼에도 빚 독촉을 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들이닥치곤 했다. 홍세태는 어떻게든 딸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어 홀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딸은 병든 몸으로 남자아이를 낳았다. 손자를 본 기쁨은 잠시였다. 서울 갈 일이 생겨 몸조리를 당부하며 떠난 지 열흘도 안 되어, 가던 도중에 딸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다. 서둘러 돌아왔지만 딸은 이미 죽은 뒤였다. 그는 겨우 기력을 내어 눈물로 붓을 적셔가며 딸을 위한 제문을 지었다. 윗글은 딸에게 쓴 제문 일부이다.

  눈이 감기지 않는다던 자식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임종을 지켜주지 못한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딸의 마지막 소원은 부모가 오래도록 살아 자신의 어린 자식들을 잘 돌보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홍세태는 딸의 마지막 소망마저 이루어 주지 못하고, 7년 뒤에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73세였다.

  부모는 자식을 잃으면 당신이 하늘에 큰 죄를 지어 그 벌이 자식에게 옮겨간 것이라는 죄책감을 평생 짊어진 채 살아간다.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은 막내아들 면이 왜적과 싸우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내가 지은 죄로 인해 재앙이 네 몸이 미친 것이냐!”라며 울부짖었다. 조선 전기의 문인 양희지(楊熙止, 1439~1504)는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죽자 “내가 평생에 지은 죄악이 이 아이에게 옮아가 그 목숨을 짧게 줄였다.”라며 비통에 젖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채 피지도 못하고 떠났을 때 부모 마음은 어떠할까? 이 세상에 자식을 앞세운 한보다 깊은 슬픔이 있으랴!


안산 합동분향소 벽에 붙었던 한 어머니의 통곡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 보겠다며 일 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출처 - 고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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