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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가 토끼를 잡는 법/조운찬
  글쓴이 : 변영희 날짜 : 16-01-29 09:25     조회 : 1415    
[번역문]

  무엇보다도 이 일은 특별히 신령한 깨달음이 있어야만 설명할 수 있다. 당연히 말로 깨우치거나 붓으로 써서 전달할 수는 없다. 모름지기 동파와 산곡* 두 시집에 나아가 익숙하게 될 때까지 보고 읽기를 천 번 만 번에 이르면 저절로 신명(神明)이 있어 사람에게 계시하여 주게 된다. 제일 경계할 점은 마음이 거칠어도 안 되며 또 빨리하려 해도 안 된다. 또 맨손으로 용을 잡으려는 식은 가장 주의해야 한다. 으르렁거리는 사자가 코끼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며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이다.

*동파와 산곡: 중국 북송 때의 유명한 시인 소식(1036~1101)과 황정견(1045~1105)을 말함.

 [원문]

最是此事. 別有神解. 然後可以說到. 又不可以口喩筆傳. 須就東坡山谷兩集. 熟看爛讀. 千周萬遍. 自有神明告人. 最忌心麤. 又忌欲速. 又忌赤手捕龍. 獅子頻申. 捉象亦全力. 搏兎亦全力.
 
-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완당전집(阮堂全集)』권6, 「아이들의 시권 뒤에 쓰다[題兒輩詩卷後]」
 
    지지난 주 일요일, 건축답사 동호인 모임 ‘여적향회’에 끼여 경기도 남양주의 한 건축물을 찾았다. 이일훈 건축가가 설계한 그 집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주인인데, 이름이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였다. ‘오래된 책을 소장하고 있는, 투박한 돌집’이라는 뜻의 잔석완석루는 완당 김정희가 제주 유배에서 풀려나 서울 용산에 거처할 때 제자 유상(柳湘)에게 지어준 당호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이 완당이 남긴 당호를 이어받은 것이다. 그리고 전해 오는 완당의 글씨를 모각한 ‘잔서완석루’ 편액을 구해 대문에 내걸었다.

  집 안팎을 둘러보면서 완당이 제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독서인의 삶의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거실 뿐 아니라 복도, 서고, 응접실 등에는 ‘잔서’가 아닌 깨끗한 책들이 지천으로 꽂혀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높은 아치형 천장을 가진 서고였는데, 자연 채광과 인공조명이 어우러지면서 성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완당 사후 150년 뒤에 다시 태어난 ‘잔서완석루’는 ‘완석’이 아닌 철근과 콘크리트를 재료로 한옥의 장점을 살린 모던한 건축물이다. 그러나 현대 건축의 화려함은 없었다. 옛말 그대로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은[儉而不陋]’ 집이라고나 할까.

  잔석완석루와 관련된 옛글이 있는지 찾아보려 『완당전집』을 오랜만에 들추었다. 책 어디에도 그것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대신 위에 인용한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완당이 아이들의 시를 묶은 두루마리, 즉 시권에 써준 짧은 글이다. 그는 아이들의 시를 놓고 품평을 해야겠는데, 쉽지 않았던 같다. 왜냐하면 이 일[此事], 즉 시에 대한 평가는 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에게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당은 할 수 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중국의 두 시인의 작품을 자주 읽을 것을 권한다. 천 번 만 번 계속 읽다 보면 시에 대한 안목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사자에게 토끼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토끼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코끼리를 잡을 때처럼 주도면밀해야 하며 전력투구해야 한다.

  완당이 ‘꼬마 시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꾸준함,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어찌 보면 어른이 아이들에게 으레 하는 덕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완당에게 그것은 오랫동안 스스로 실천하며 체화시킨 덕목이다. 흔히 완당의 서예를 가리키는 추사체는 얼핏 즉흥적으로 휘갈려 쓴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기괴한 글씨체를 들어 완당의 천재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완당의 글씨가 오랜 연습과 수련의 결과에서 나왔다는 점을 모르는 소치이다. 『완당전집』에는 완당이 글씨 공부를 위해 얼마나 전력투구하였는가를 토로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온다. 그는 제자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글씨 인생을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70년 동안 벼루 10개나 구멍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七十年 磨穿十硏 禿盡千毫]”

  완당은 또 이당(怡堂) 조면호(趙冕鎬)에게 주는 편지에서 “팔뚝 밑에 309개의 예서 비문이 들어있지 않으면 예서를 하루아침 사이에 아주 쉽게 써내기 어렵다[不有腕底有三百九碑, 亦難一朝之間出之易易耳]”면서 스스로 『한례자원(漢隷字源)』에 들어있는 한~위 시대의 예서 비문 309개에 통달하였음을 내비치고 있다. 완당에게 서예든 그림이든 작품을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은 수련과 연찬이었다. 그가 제자들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주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구천 구백 구십 구분까지 이르러 갔다 해도 그 나머지 일분이 가장 원만하게 성취하기 어렵다. 구천 구백 구십 구분은 거의 다 가능하겠지만 이 일분은 인력으로는 가능한 것이 아니며 역시 인력 밖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리는 것은 이 뜻을 알지 못하니 모두 망작(妄作)인 것이다. 석파는 난에 깊이가 있으니 대개 그 천기(天機)가 청묘(淸妙)하여 서로 근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며, 더 나아갈 것은 다만 이 일분의 공력이다.[雖到得九千九百九十九分 其餘一分最難圓 就九千九百九十九分 庶皆可能 此一分非人力可能 亦不出於人力之外 今東人所作 不知此義 皆妄作耳 石坡深於蘭 盖其天機淸妙 有所近在耳 所可進者 惟此一分之工也]” (석파의 난 그림에 쓰다[題石坡蘭卷])

  “하늘이 총명을 주는 것은 귀천이나 상하나 남북에 한정되어 있지 아니하니 오직 확충(擴充)하여 모질게 정채(精彩)를 쏟아나가면 구천 구백 구십 구분은 도달할 수 있네. 나머지 일분의 공부는 원만히 이루기가 극히 어려우니 끝까지 노력해야만 되는 거라네.[天與聰明 不在貴賤上下南北 惟擴而充之 猛着精彩 雖到得九千九百九十九分 其一分之工極難圓 努力加餐可耳]”(오경석에게 주는 편지[與吳生慶錫])

  서양에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만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꾸준한 공부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던 완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명작은 99.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석파 이하응의 난 그림을 평가하며 99.99%의 노력이 만들어낸 신묘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오경석에게는 인간이 할 수 있는 99.99%의 경지에 나아가도록 끝까지 전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던 것이다.

출처 -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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