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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과 부엉이/김진옥
  글쓴이 : 변영희 날짜 : 16-12-26 21:38     조회 : 1178    
번역문
  경복궁의 누각과 침전 위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원문
鵂鶹鳴于景福宮樓寢殿上。
-『태종실록 6년 8월 5일(신묘)』
 
번역문
  "내가 고서(古書)를 보았더니 (이런 일로) 군주가 거처를 옮겼다는 글도 없지 않았다. 지금 야생 새가 집으로 들어오고 또 지붕 위에서 우니 술자(術者)가 다른 곳으로 피하여야 된다 하고, 또 요즈음 태백성(太白星)이 대낮에 나타나고 다시 헌원성(軒轅星)에 근접하였으므로 내 마지못해 이렇게 하는 것이니, 그대들은 아무 말 말라."

원문
"予觀古書, 不無移御之文。 今野鳥入室, 又鳴屋上, 術者云: ‘當避他所。’ 又近日太白晝見, 復犯軒轅, 予不得已而爲是擧耳。 爾等毋多言。"
-『태종실록 6년 9월 1일(정사)』
 
 해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태종(太宗)은 두려워하는 것이 많았다.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알고 있는 태종은 부친 이성계가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세우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던 대장부였고, 왕위에 올라서는 관제와 의례를 개혁한 힘 있는 군주였다. 그런 그가 부엉이 우는 소리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낮에 나온 별 때문에 궁궐 밖으로 거처를 옮겨 재이(災異)를 면해 보려 하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신하들이 강하게 반발하였다. 위에 인용한 글은 재이(災異)란 자신을 수양하여 더 잘 통치하라는 하늘의 경고이니 거처를 옮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신하들의 반대에 대한 태종의 대답이다. 너희들이 늘 끌어다 대는 옛날에도 그런 전례가 있었으니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말라는.
 
  그렇다면 서양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와 항상 함께 다니는 지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는데 태종에게는 왜 재이의 상징이 되었을까. 얼핏 보아 생뚱맞은 이 기록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엉이는 실록에 ‘휴류(鵂鶹)’라고 나온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의 기록에 따르면 휴류는 우리말로 올빼미이다. 효효(梟鴞)ㆍ휴류ㆍ기기(鵋䳢)라고도 하였으며 고양이처럼 쥐를 잘 잡는다 하여 호묘두(狐猫頭)라고도 불렀는데, 모두 같은 새를 지칭한 것이다. 오늘날 조류학자들은 귀가 위로 솟은 것은 부엉이, 귀가 없이 머리가 올백으로 둥근 것이 올빼미라고 구별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록상으로는 둘 사이를 구별한 것 같지는 않고, 눈이 크고 야행성이며 귀신을 부르는 기분 나쁜 새로 여겼던 것 같다.
 
  중국에서는 이 새가 어미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불효조(不孝鳥)로 여겼으며, 『시경(詩經)』에서는 새끼를 잡아먹는 악조(惡鳥)라고도 하였다. 밤에 인가의 옥상에서 이 새가 울면 반드시 그 집 주인이 죽는다고 하였다. 또 천하의 못된 인간을 가리키는 말로 ‘효경(梟獍)’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미를 잡아먹는 효조(梟鳥)와 아비를 잡아먹는 파경(破獍)에서 한 글자씩을 따다 쓴 것이다. 민간에서 올빼미를 잡으면 죽여서 나무에 매달아 불효에 대한 경각심을 주었다고 하니, 죄인을 교수형에 처하여 효시(梟示), 효수(梟首)한다고 할 때 부엉이를 가리키는 ‘효(梟)’ 자가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동양의 이런 관념으로 본다면, 태종은 부엉이를 싫어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는 부친 이성계가 사랑했던 둘째 부인 신덕왕후의 아들을 둘 다 죽였고, 그로 인해 신덕왕후는 태조 5년(1396) 8월 13일에 한을 품고 죽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태종은 도성 안에 있던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貞陵)을 도성 밖으로 천장(遷葬)하게 하고 왕후로서의 제례(祭禮)를 폐하였으며 정릉의 정자각에 썼던 목재와 석재를 다른 건물이나 교량을 짓는 데 쓰게 함으로써 계모(繼母)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부엉이 출현 기록은 신덕왕후가 죽은 뒤인 태조 7년(1398)부터 나타났고, 태종 때는 신덕왕후의 기일(忌日)인 8월 전후에 부엉이 출현 기록이 주로 나타난다. 정말 그 기간에 부엉이가 유독 많이 나타난 것일까? 부엉이의 출현을 패륜(悖倫)의 이력을 가진 군주와 연결시켜 보려는 이런 추론은 상반된 기록들이 나옴에 따라 그 근거를 잃는다. 실록에는 부엉이의 출현에 대한 언급이 약 60여 차례 나오는데, 태조 7년에 1번, 정종 때 7번, 태종 때 10번, 세종 때 29번, 단종 때 5번, 세조 때 2번, 성종 때 1번, 그리고 중종 때 2번을 마지막으로 기록이 끊겼다. 만약 원한을 살 만한 행위를 한 임금 때 부엉이가 출현하는 것이라면 태종의 경우가 사례가 될 수도 있겠으나, 정작 부엉이가 가장 많이 출현한 때는 세종 대이다. 우리가 성군(聖君)으로 익히 알고 있는 그 세종 말이다. 또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충신들을 대량 살육한 세조 때는 부엉이가 엄청나게 출현해야 할 텐데 오히려 기록상으로는 2건 밖에 없다.
 
  부엉이 출현에 대한 반응도 태종 때와 달라졌다. 부엉이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자 세조는 “앞으로 부엉이가 우는 것에 대해 아뢰지 말라.” 『세조실록 2년 1월 9일』 고 지시하였고, 성종은 “부엉이는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이나 항상 궁중의 나무에서 우니, 괴이할 게 무엇인가? 물괴(物怪)는 오래되면 저절로 없어진다.” 『성종실록 17년 11월 10일』 라고 하여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두려워했던 것은 한갓 부엉이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부엉이의 출현은 당시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사관(史官)의 의도적인 장치는 아니었을까. “올빼미야 올빼미야 이미 내 새끼를 잡아갔으니 내 집을 부수지 말지어다.” 라고 읊은 『시경』의 시 「치효(鴟鴞)」는 왕권의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왕실의 일원들을 제거하려던 성왕(成王)을 설득하고자 주공(周公)이 올린 시이다. 혹시 일상적인 부엉이 출현을 특별한 일인 양 계속 임금에게 보고하고 실록에까지 기재했던 사관(史官)도 주공과 같은 의도는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부엉이의 출현에 대한 왕들의 인식 차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태종 때와 세조 때와는 약 50년, 성종 때와는 약 80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었으니, 그 사이에 조선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었고 부엉이가 의미하는 불길함 정도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이 생겼을 수 있다. 그래서 부엉이가 출현했다는 일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고, 이후에는 아예 실록에 기록할 소재거리도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오늘 실록의 한 구절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출처 - 고전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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