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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들 모르게/선종순
  글쓴이 : 변영희 날짜 : 16-01-29 08:50     조회 : 1193    
[번역문]
  장인이 신경을 쏟고 부역자들이 부지런히 일하되 새벽과 밤으로만 성과를 거두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정자가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백성들이 정자를 짓는 줄도 모르다가 완성되자 바라보며 말하기를, “우리 원님은 옛날의 이른바 신명하다는 분이 아닐까? 정자를 어찌 우리도 모르게 지었을까?” 하면서 서로 쳐다보고 감탄하며 새로운 정자를 경축하였다.
  이제 세상의 관리들을 보면 취한 듯 꿈꾸는 듯 허송세월하며 관청 보기를 여관 보듯 하다 보니, 기울어진 뒤에야 기둥을 바꾸고 비가 샌 뒤에야 새는 곳을 막는다. 심한 자는 기와 한 장도 갈지 않고 “내가 백성을 사랑해서”라고 하며, 풀 한 포기도 뽑지 않고 “뜰에 송사가 없어서”라고 하니, 관사가 퇴락하는 것은 항상 이런 자들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적극 일을 추진하여 처음부터 도모할 수 있는 자가 있겠으며, 더구나 어찌 백성 모르게 이러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자가 있겠는가.

 [원문]

工者勵, 役者勤, 晨夜奏功, 不月而告成. 其始也, 民不知亭焉, 旣成則望之曰: “吾守得未古之所謂神明者乎? 亭何使我不與知也.” 相與瞻仰齎咨, 慶其新焉.
今觀世之官守者, 醉夢玩愒, 視官府如蘧廬, 傾而後柱之, 漏而後塞之. 甚者, 一瓦不易而曰: “吾能字民也”; 一草不除而曰: “吾庭無訟也”. 廨舍之圮敗, 恒由此輩. 豈有能奮事謀始者? 又豈有能使民不與知, 以就於此者?
 
- 김수녕(金壽寧, 1437~1473), 『동문선(東文選)』권82,「용인신정기(龍仁新亭記)」
 
    옛날에 박거명(朴居明)이라는 분이 있었다. 원종공신 2등에 녹훈되었다는 『세조실록』의 기록과 춘당대시(春塘臺試) 정과(丁科)에 2등으로 급제하였다는 『문과방목』의 기록이 이 분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의 전부이다. 이러한 기록들에 의하면 이 분은 자가 회보(晦父)이고 본관이 밀양이며, 현감을 거쳐 군수를 지낸 이력이 있다. 기록도 미미하고 이력도 대단찮은 분이지만 박거명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따뜻한 원님이라는 이미지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박거명은 세조 6년에 용인 현감으로 부임하여 마을에 정자를 새로 지었다. 용인은 서울과 가깝고 남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라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거쳐 가지만 객관이 너무 비좁아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자가 완성되자, 때마침 임금의 부름을 받고 서울로 가는 도중에 용인에 들른 김수녕(金壽寧)에게 기문을 부탁하고 다시 정자의 이름까지 부탁하였다. 이에 김수녕은, 자신들도 모르게 지어진 새로운 정자를 보면서 감탄하고 경축하는 용인 백성들의 마음을 담아 신정(新亭)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김수녕은 문장에 뛰어나 “재기발랄하며 노련하고 힘이 있다.[俊發老健]”라는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만큼 『동문선』에 그의 작품으로 오언율시 1편, 칠언율시 4편, 기문 1편, 신도비명 1편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기문 1편이 바로 「용인신정기」이다. 이 기문 덕분으로 박거명이 백성들 모르게 정자를 지은 일이 세상에 알려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명저인 『목민심서』「공전(工典) 제3조 선해(繕廨)」에도 이 일이 수록되었다.

  박거명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매우 적극적으로 실천한 분이라는 사실은 이 기문에서 “정사를 너그럽고 효율적으로 펼쳐 온갖 폐단이 모두 제거되었다.[賦政寬敏 百弊畢袪]”는 여덟 글자로 압축해서 표현한 데서도 잘 드러나지만, 박거명이 마을에 꼭 필요한 정자를 짓기 위해 아전들과 상의하면서 “백성들 모르게 짓는 것이 가능한가?[不知 可乎]”라고 한 이 한 마디에 백성의 재산을 침해하지 않고 백성의 노동력을 쓰지 않으려는 것뿐만 아니라 백성의 실생활에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따뜻하고 자상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낀다.

  백성의 재산과 노동력은 오늘날 국민의 세금이라 할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전국의 거리는 유난히 부산하다. 요즘은 예전보다 조금 덜하지만 들어낸 보도블록과 새로 깔릴 보도블록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아스팔트는 파헤쳐져 있다. 자동차들이 몰리는 분주한 시간에 도로마다 한 차로씩은 통행을 막고 공사가 한창이다. 물론 반드시 해야 할 공사도 있겠지만 미처 집행하지 못한 예산 때문에 불요불급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 혹여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이고 전시행정적인 공사가 만연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모든 공적인 공사에 있어 박거명의 마음을 본받는 공직자가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출처-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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