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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 노신(魯迅)
  글쓴이 : 최원현 날짜 : 09-07-25 17:10     조회 : 1735    




노신(魯迅) 


 
북경의 겨울, 땅엔 아직도 쌓인 눈들이 남아 있고 거무죽죽한 고목의 가지가 파랗게 개인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저 멀리 하나 둘 떠있는 것을 보면 나는 왠지 모르게 놀라움과 슬픔에 젖어 버린다.

고향에서 연을 날리는 계절은 이른 봄 2월인 것이다. 윙윙울리는 소리를 듣고 치켜보면 수묵색의 게연이나 짙은 주황 빛 지네 연이 눈에 띈다. 쓸쓸하게 보내는 기와연도 있다. 그것은 소리를 내지 않게 얕으막하게 떠 있어 한 층 외로워 보이고 측은해 보이기 까지 한다.

그런데 요즘 땅 위의 버들가지는 눈이 트여가고, 산 밑으로는 철 잃은 산도(山桃)가 봉오리를 열고 아이들이 하늘의 풍경과 어울려 완연히 한 점의 춘난(春暖)을 그려내고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위는 아직 엄동의 스산한 바람 속에 휩싸여 있는데 옛날에 떠난 고향땅의 그 사라진 봄 만이 저 하늘 저켠 어디에선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옛부터 연날리는 일을 즐겨하지 않았다. 즐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싫기만 했다. 그것은 철없는 애들이나 좋아하는 어리석은 놀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내 밑의 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 애는 아마 그 무렵 여남은 살쯤 되었을 것이다. 잔 병을 많이 앓고 몸은 빼빼 말라 있었으나 연날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자기 힘으로는 연을 살수가 없었고 또 내가 연을 날리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그애는 멍하니 작은 입만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 때에는 반나절이나 그런채로 있기도 했다. 멀리 있는 계연이 갑작이 곤두박질을 하면 그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두 개의 기와연이 서로 얽혔다가 겨우 풀어지면 그는 즐거운 듯이 깡총깡총 뛴다. 그의 그러한 거동이 나에게는 참으로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어느 날 문득 생각 해 보니 웬일인지 요즈음 며칠 동안 그 애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알았다. 다만 바로 전에 그 애가 뒤뜰에서 낡은 대나무를 줍고 있었던 일이 생각날 뿐이다. 나는 갑자기 집히는 것이 있어 보통 때에는 사람이 잘 가지 않는 헛간 쪽으로 달려가 봤다. 문을 열어 보았더니 먼지를 뒤집어 쓴 폐물 더미 속에 과연 그 애가 있었다. 그 애는 커다란 걸상을 앞에 놓고 또 하나 작은 걸상 위에 앉아 있었는데 깜짝 놀라 이쪽을 바라보자마자 안색이 변하여 자지러들었다. 커다란 걸상 곁에는 나비연의 죽골 (竹骨)이 아직 종이가 발려지지않은 채로 걸려져 있었다. 걸상 위에는 양켠 눈에 달 바람피리가 마침 빨간 종이 쪽지로 장식되어 만들어져 있었다. 비밀을 찾아낸 만족과 함께 나는 그 애가 내 눈을 속여 애를 쓰면서 몰래 쓸모없는 어린애 장난감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 화가 치밀었다. 그 순간 나는 손을 뻗혀 연의 나비날개를 분질러 버리고 그 바람피리를 땅바닥에다 내던져 발로 짓밟아 버렸다. 나이로 보나 힘으로 보나 그 애는 내 적수가 아니었다. 나는 물론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실망을 해서 헛간 속에 멀거니 서 있는 그를 남겨두고 그곳을 나왔다. 그러고 나서 그애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알 수도 없고 또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윽고 그 때의 벌이 나에게 돌아오고 말았다. 우리들은 오랫동안 서로 헤어져 지냈으며 나는 이제 중년이 되어 있었다. 불행하게도 때때로 나는 외국의 아동문제를 논한 책을 읽게 되었고 그러다가 처음으로 유희는 아이들의 가장 정당한 행위이며 완구는 아동의 천사임을 알게 된 것이다. 20년래 생각지도 않았던 유년시절의 한 정신에 대한 학살 장면의 일막이 갑자기 내머리 속에서 전개되고 그와 함께 내 마음은 납덩이로 변한 것 처럼 무겁게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 마음은 침몰하여 어느 바닥에 닿는 것이 아니라 무겁게, 다만 무겁게 끝없이 그저 가라앉기만 했다.

내 잘못을 보상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연을 주거나, 연날리기에 찬성을 하며 그 애가 날릴 수 있도록 도와 주거나, 혹은 함께 연을 날리며 놀기만 하면 될 것이다. 외치고 뛰고 웃어가면서 ___그러나 그 때는 이미 그 애도 나도 다 함께 벌써 수염이 나 있었다. 다른 또 한가지 과실의 보상책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에게 용서를 빈다.

"그래요? 뭘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요."라고 하는 말을 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내 마음은 가벼워진다. 분명 이것은 실현 가능성은 있다. 어느날 우리가 서로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리 얼굴에는 피차 생의 괴로움에 지친 주름살이 더 늘어 있었다. 내 마음은 무거웠다. 우리는 조금씩 어린 시절의 옛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의 그 연이야기를 끄집어 내면서 어렸을 때는 참 어리석고 철이 없었다, 라고 말헸다.

"그래요. 뭘 난 아무렇지도 않은 걸요." 그가 그렇게 말했더라면 즉시 나는 용서를 빌고 마음이 가벼워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적이 있던가요?" 그는 놀랐다는 듯이 웃어가며 말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무엇 하나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아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있는 일을 용서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상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내 마음은 자꾸 무거워져갔다.

지금 고향의 봄은 또다시 이 타향의 하늘 위에 떠 오르고 있다. 그것은 나에게 사라져 버린 옛날 어린 시절의 그 기억을 되돌아 오게 하고 역시 또 잡히지 않는 비애를 다시 움트게 한다. 나는 아무래도 스산한 엄동 속에 몸을 숨겨야 하는가 보다. 그러나 주위는 분명 엄동이었고, 나에게 몹시 추운 강추위와 썰렁한 냉기를 주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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