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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의 신비 - 파스테르나크
  글쓴이 : 최원현 날짜 : 09-07-25 17:09     조회 : 1822    
음악의 신비



파스테르나크 

 
스크리야빈이 도착하자 곧 <황혼> 의 공연준비가 시작되었다. 비누갑 속의 기름종이 냄새 같은 것이 풍기는 이 공연 주제를 보다 나은 것으로 바꿨으면 했다. 공연 연습은 아침에 했고 음악학교에 가는 길은 후로가소브스키가(街)와 크로네츠카가(街)의 냉기 도는 곳을 지나 어두운 암로를 거쳐야한다. 안개 속에 잠든 거리에는 시계탑의 긴 해가 놓여져 있다. 각 탑에서는 한결같이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모든 탑은 두 번째 종소리를 갈망하고 있었으나 다른 탑은 약속이나 한 듯이 금속의 침묵을 계속하고 있다.

둔중한 음향으로 수라장을 이룬 가제트노이가에서 니키츠가이가가 짓이겨진 달걀처럼 뒤범벅이 되었다. 시끄럽게 대장간에서 쇠 두드리는 소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발걸음이 덜럭거렸다. 아침 청소시간에 연주회장은 마치 서커스 극장 같았다. 반 원형 극장의좌석들이 텅 비어 있었다.

차츰 일층앞 특등석이 손님으로 찼다. 어느덧 동반기로 들어가 음악은 목재 올갠에서 흘러나왔다. 이때 갑자기 일반 손님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마치 시가를 적에게 깨끗이 내주고 피난이나 하는 듯이 음악이 풀려나왔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색점들이 가지가지로 반짝이고 연탄 위에서 튀고 있었다. 이 음편들은 졸아들었다가 재빨리 하모니를 취하고 어느덧 어쩔 수 없는 체념에 이르러 심히 깊은 회오리 바람 속에서 부서져, 잦아지고 사라져 버렸다.

이야말로 선사시대의 화석된 코끼리나 가상적인 존재에서 비로소 인간이 바그너에 의해 이 세상에 출현된 것이다. 북 소리, 트럼펫의 다채로운 폭포, 이것들이 호수의 물줄기처럼 차갑게 뻗쳐 저편으로 달음질쳤다. 이 세상의 자유로운 그 어느 곳에 허구적인 시적 건축물이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바로 시의 건축물이 아닌가.

교향악단의 연주석 위에는 미친듯한 반 고호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창문 턱에는 먼지 묻은 쇼팡의 작품집이 놓여 있었다. 이 새 집에 갈아든 인간들은 코로 그 책의 먼지를 맡아보지는 않으나 그들의 행실로 선조들의 훌륭한 유업을 실현하고 있었다. 나는 눈물 없이는 이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이때의 음악은 나의 기억에 새겨졌다. 이것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 일을 메모해 두었던 기억의 손이 내 마음을 6 년전으로 돌아가게 했다.

지난 몇 해는 생장의 의욕을 포기한 삶의 연속적인 유전의 흔적이었던가. 실로 이 심포니 속에서 나는 한 부러운 행운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이 심포니의 친화력은 주위의 모든 사람에 미쳤을 것이며 나의 모든 행동과 생애를 이끌었다.

나는 음악을 이 세상의 무엇보다 가장 사랑했다. 또한 음악계에서 누구보다도 스크리야빈을 좋아했다. 스크리야빈을 알기 이전 얼마 동안은 음악에 대해 군소리를 지껄였다. 그가 귀국하자 나는 어떤 작곡가의 제자가 되었다. 그 작곡가는 아직도 살아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오케스트라의 작곡만 공부했다. 내가 음악을 몰랐었다면 나의 생활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음각이 없었다. 이것을 사람들은 훌륭한 음조를 가려낼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고들 말한다. 내가 일반적인 음악적 감각을 지니지 못했으나 내 어머니는 그것을 구비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음재의 결핍을 위안해 주지 못했다. 만약 내가 음악을 전공해 내 직업으로 했더라면, 이러한 절대적인 음각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며 그것을 못가진 현대의 탁월한 작곡가를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바그너와 차이코프스키도 그런 음조를 포기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숭배 대상은 음악이었고, 다시 말하면 음악은 환상과 미신, 자기부정이 내 자신 속에 엉긴 황막한 지점이었다. 그러므로 나의의지가 황혼에의 깃을 펼칠 때에는 항상 나의 영감은 그 절망을 다시금 회상케 해보므로서 새벽에는 그것을 씻어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어령편 <현대세계수필문학 63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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