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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에 관하여 - 베이컨
  글쓴이 : 최원현 날짜 : 09-07-25 17:08     조회 : 1852    
연애에 관하여



 베이컨

 

무대는 인간의 실제 생활보다는 사랑의 덕택을 더 많이 입고 있다. 무대에서의 연애는 항상 희극의 소재이며, 어쩌다 가끔 비극의 소재가 될 뿐이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연애는 많은 해를 준다. 따로는 요녀(妖女) 세이렌1) 처럼 되기도 하고, 때로는 퓨오리스2) 처럼 되기도 한다. 주의해 보면 모든 위대하고 존경할 만한 인물(고대이든 최근이든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을 말 하지만) 중에는 미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위대한 정신과 위대한 사업은 이러한 나약한 감정을 물리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만 로마 제국의 이두(二頭) 정치가의 한 사람인 마르쿠스 안토니우스3)나 대집정관(大執政官)이자 입법가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4)는 예외이다. 이들 가운데서 전자는 실제로 탕아(蕩兒)였고 방종하였지만, 후자는 엄격하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열려져 있는 가슴속으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굳게 방비가 되어 있는 가슴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크기의 극장이다”5)

라고 한 에피쿠로스의 말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마치 인간이 하늘과 모든 고귀한 대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우상(偶像)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스로의 노예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자기(마치 짐승처럼) 입의 노예는 아니라 할지라도 눈의 노예가 되는 것에 지나지 않더라도 눈은 보다 높은 목적을 위해서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감정이 지나쳤을 경우, 그 때문에 사물의 본질이나 가치를 얼마나 훌륭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가 주의해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즉 아무리 과장해서 말하더라도 보기 싫지 않은 것은 연애뿐이다. 그것은 단지 말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러 작은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인 최대의 아첨꾼은 곧 자기 자신이라는 명언이 있지만, 확실히 연애하는 사람은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의 애인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몰입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사랑을 하면서 동시에 현명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6)


이 약점은 타인에게만 나타나 보이고 사랑받는 쪽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연애가 상호적(相互的)인 것일 경우에만 예외가 된다. 왜냐하면 연애의 보수(報酬)는 반드시 상호적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에서의 비밀스런 경멸이든가 그 어느 쪽이라는 것이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더욱 다른 여러 가지의 것을 잃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도 잃는 수가 있는 이 감정에 대해서 주의해야 한다.

다른 손실에 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그것을 비유로 잘 말해 주고 있다. 즉 헬레네를 선택한 사나이는 헤라와 팔레스의 선물을 버렸다.7)

왜냐하면 사랑의 감정을 지나치게 평가하는 사람은 부와 지혜를 다같이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감정은 약할 때에 특히 넘쳐 나온다. 그 시기는 매우 번영할 때나 매우 역경에 처했을 때이다.

다만 이 후자의 경우에 그다지 주의를 끌지 않았을 뿐이다. 이 두 가지의 경우는 모두 사랑을 불붙게 하여, 더욱 뜨겁게 함으로써 그것이 어리석은 어린아이의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이 연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당히 울타리 내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생의 진지한 행위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연애가 일을 방해하게 되면 그것은 인간의 운명을 흐트러 놓게 되며,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목적에 도저히 충실할 수 없도록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무사(武士)들은 사랑에 빠지기 쉽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술에 빠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위험은 보통 대가로서 쾌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 가운데는 타인을 사랑하려는 숨은 욕구와 움직임이 있다. 그것이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에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자연히 많은 사람에게 확대되어서 인도적이고 자비심이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것은 수도사 가운데서 가끔 나타나는 것과 같다.

부부의 애정은 인류를 낳는다. 친구의 애정은 그것을 완성한다. 그러나 방종과 사랑은 그것을 부패케 하고 타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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