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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얼굴/로버트 밴틀리
  글쓴이 : 김영이 날짜 : 07-05-25 20:13     조회 : 2630    

내 얼굴

로버트 밴틀리(Robert Bentley) 미국의 문필가


단순히 하나의 자연현상의 관찰자로서 나는 나 자신의 용모에 흥미를 느낀다. 잘 알아 두실 일은 이것이 내가 용모에 만족을 한다든지, 또는 내가 그 결점을 모른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내 용모에 병적인 흥미를 느낄 뿐이다.

매일같이 나는 누군가 딴 사람 혹은 무엇인가 딴 물건으로 보인다. 내가 살며시 거울을 들여다볼 때까지 결국에 가서 내 얼굴이 무엇으로 되어 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은 내가 햄버거 애호가인 윔피처럼 보이고, 또 어느 날은 윌레서 비어리 비슷하고, 그 다음에 제멋대로 수염이 길도록 내버려 두면 그것은 베언즈 파더즈 올드 빌이다.

이러니 내가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 쇼가 어떻게 되어 갈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아침도 있다. 즉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거울을 들여다보니 거기에 나타난 것이 소설 속에 나타난 인물, 또는 소설 밖의 인물을 막론하고 전연 어떤 인물과도 유사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내 등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것은 간밤에 어떤 낯선 사람이 나하고 함께 자고서, 다만 나를 놀라게 하기 위하여 음흉하게 내 어깨 너머로 넘겨다보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사실상 거울 속의 얼굴의 소유자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고서 당황하여 나는 완전히 용기를 잃고서 총총 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물론 이런 모든 것 때문에 우울해서, 나는 가끔 그날의 새로운 변형을 보고 희미하게 신음 소리를 내는 수가 많다. 그렇지만 나는 최악의 것을 알아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이 된다.

길을 가다가 가게의 쇼윈도에 비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나자신을 인정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를 보기 위하여 발을 옮기는 수도 있다.

어쩌다 새 모자를 쓰거나 발을 절뚝거릴 때면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지도 않고서 내 영상을 바로 지나쳐 버리는 수도 때로 있다. 그런 때엔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즉 “네가 저 거울 속에다 틀림없이 어떤 시각적 인상을 불어넣은 것이로구나. 너는 아직 육체가 떨어져 나간 정신이 아니겠지”라고.

그러나 나는 돌아가서 다시 본다. 그러면 틀림없이 아까까지 거울 속에서 바로 내 앞을 걷고 있다고 생각된 그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이 항시 내 영상이었음이 판명된다. 정말 그것은 한 동반자로 하여금 발을 멈추고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자신을 보고서 위축됨으로써 자신의 미적 감각을 손상하고 싶어 하는 마조히즘적인 취미는, 또한 스냅 사진이나 학급 사진이 회람될 때에도 나타난다. 누군가가 드러그스토어의 사진현상 코너에서 그 주일에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가져오는 순간, 나는 서서히 기다려서 그것을 볼 만한 여유를 못 갖는다.

나는 내 모습이 나와 있는 그 사진들을 보고 싶어 안달하는 심정을 얼버무리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 안달하는 표정이 눈에 나타날 것이니 내 심중은 드러나지 없다. 내 얼굴이 안 나타난 사진들은 그만큼 내게 무가치하다. 그러나 나는 역시 거기에도 흥미가 있는 체 한다.

“조가 아주 잘 찍혔는데” 하고 나는 텅 빈 울림의 목소리로 말하면서 다음 사진을 슬며시 넘겨다보며, 거기에 내가 들어 있나를 본다.

자, 드디어 내가 잘 찍힌 사진이 있구나. 여기서 말하는 “잘”이란 말은 “선명하게”라는 뜻이다.

그것을 무심코 보아 넘기는 체하면서도 눈은 내가 들어 있는 한 장의 사진에 고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나서 모두가 방을 떠났을 때에 나는 다시 몰래 봉투를 뒤져서 거기에 나타난 나 자신의 그 다소 무시무시한 모습을 마음껏 들여다본다.

어떤 사진에서는 내가 생각보다 더 나쁘게 보이는 수도 있다. 소위 나의 ‘좋은 시절’에는 내가 외모와 상당히 일치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날에는 거울이나 사진에, 비록 불쾌하긴 하지만 그 모험스런 눈에 기묘한 맛이 가해지는 약간 놀라운 충격이 따르는 수가 많다. 나는 그것이 사실상 ‘가엾은 작은 나’, 즉 내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맞대면하면 놀라게 되는 그 ‘가엾은 작은 나’인 듯이 보이게 할 수가 없다. 나의 유일한 희망은 계속 진행될 듯한 이 한결같은 변형 작용에서 언젠가는 단 하루라도 유리한 패가 떠오르리라는 것이다. 종국적인 결과는 예측 불가능이다. 내가 노령에 가서 하나의 꾸준한 ‘맨 마운틴딘’의 복사품으로 낙착이 될 수도, 아니면 내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어서 일련의 불가리아 농민의 타입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무엇이 되든 나는 이 매일의 변조變調를, 대자연이 만화를 위하여 준 천부의 선물에 대한 외경심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흥미로써 지켜볼 것이며 쓴 맛을 달게 참으며 의연하게 살아갈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의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윗입술이 실제로 기묘하게 매우 흥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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