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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글쓴이 : 박원명화 날짜 : 09-06-26 11:02     조회 : 2127    
생일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지난 번에, 나이를 먹고나니 발렌타인 데이가 하나도 재미없어졌다는 애기를 썼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재미없어지는게 발렌타인 데이뿐이 아니다. 생일도 아무런 재미가 없어지고 만다. 자랑할 건 못되지만, 최근의 내 생일에는 재미있는 일이 한 가지도 없다. 

  물론 선물조차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 마누라는 선심쓰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선물 뭐가 좋겠어요? 뭐든 사드릴테니까!' 하고 말하기도 하고, 또 대개의 물건들을 실제로 사준다. 그러나 말이다, 곰곰 생각 해보면 그녀가 지불을 하거나 내가 지불을 하거나 돈 나오는 구멍은 똑같은 것이다.당장 십만 엔짜리 카세트 테크를 사다 주어, 야! 하고 기뻐 날 뛰어도, 월말이 되면 '저 말이죠,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는데요' 하고 말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생일 선물로 무얼 받든 기쁘지도 않고 감동도 없다.

  우울하다. 그래서 올해 생일은 혼자서 살짝 지내 보려고 했다. 긴자에서 레코드를 한 장 사고 (스스로 샀다), 니혼바시(日本橋)에 있는 다카시마야(高島屋)의 특별 식당에 가서 도시락을 사먹는 걸로 끝내자고, 그 정도면 분수에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니혼바시까지 걸어갔더니, 다카시마야는 정기 휴일 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나는 다카시마야의 식당에 가면 그 나름대로 은밀한 생일 축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일부러 니혼바시까지 걸어온 것이다. 결국 그날 나는 공연히 화를 버럭버럭 내며 맥주를 마시고, 배가 터지도록 생선 초밥을 먹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쓰고 말았다.

  그 이튿날, 나는 출판 담당의 여자 편집자와 만나 식사를 했다. 그녀는 나보다 세 살 아래인데, 혈액형도 같고 생일도 똑같다. '생일이 되도 좋은 일은 하나도 없네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생일이 같은 사람끼리 옹송옹송 모여서 '너나할  것없이 좋은 일이 없군' 하고 주절주절 얘기하며, 먹고 마시는게 그 중 타당한 생일 축하가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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