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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03-11-25 22:42
조회 :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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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대나무는 속이 비어도
추운겨울 잘도 견디는게 하 신기하여
그 마음 닮아보자 竹谷아라 당호짓고
혈기방장한 날 오만으로 보냈네.
그러나 내 진정 대나무에게 배운게 무언가
클때마다 강단지게 매듭짓는 지혜와
때맞추어 매진하는 추진력 왜 알지 못하고
속빈것만 닮아 껍데기로 살았을까
허리휘는 이 고통 이제사 느끼니
바보 헛개비가 따로 없네.
이 시는 내가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보며 회한에 잠겨 자조적으로 읇조려 본 '대나무'란 시다.진정 이런 모습이 지난 날 나의 모습이었나 싶어 한숨도 나오지만 흘러보낸 세월을 되 돌릴 수 없으니 어찌 할 수는 없다. 면구스럽게도 이 시에서는 대나무를 좋은 나무로 그려놓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대나무를 좋아한다. 언제 보아도 곧은 지조의 상징처럼 늘푸른 모습하며 생명 충만한 역동성이 마음을 끌어 당기기 때문이다.
집에서 기르는 대나무를 화분에 심어놓고 며칠간 돌보지 않았더니 그사이 움이 튼 죽순이 50Cm나 자라 났다. 놀라온 성장력이다. 이 대나무를 들여놓은 건 작년이었다. 지역에서 함께 수필을 쓰시는 송현 선생님이 임선생 한테서는 대나무 이미지가 풍긴다며 대를 한번 길러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받은 것이다.그렇찮아도 우연히 취미로 서각을 하는 지인에게서 마침 如筠斯情(여균사정)이란 추사선생 글씨를 탁본를 해서 조각한 현판을 선물 받은 참이었다.그 현판 글씨에는 공교롭게 대나무 균(筠)자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좋게보아 주어서 그런지, 대나무는 보고 있노라면 청정한 기품이 느껴진다. 그늘은 그야말로 멋들어진 청음(淸陰)을 드리우고 나붓기는 댓잎소리는 온갖 오욕을 씻어내어 준다. 거기다가 청량한 청음(淸音)까지 들려주는데야. 그래서 일찍이 북송대의 사람 소식은 대나무를 일러 말하기를 세속에 물들지않는 참한 벗이라면서 차군실(此君室)을 지어 차군(此君)이라 불으며 가까이 하였을까.
이러한 대나무는 비교적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다. 맹종죽에서부터 신우대까지 실로 120여종이 넘는데, 그중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건 19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도 꽃을 피운다. 그러나 꽃을 피고나면 이냥 죽고 만다. 죽으면서 피는 꽃을 일러 참대꽃아라 하는데 그 꽃말이 특이하게도 '나죽어 거름되어 다시 태어나리'다.그런 꽃말 때문일까. 대나무는 사람람과는 매우 가까운 인연을 맺고 사는 나무다. 옛부터 사람이 태어나면 이것을 세워 금줄을 치고, 홀수 매듭의 대나무는 귀신을 물리친다며 사람들이 먼길을 떠날때는 몸에 지니고 다녔다.
또한, 사람이 죽으면 이것으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시신은 대나무위에 눕혀 장사를 지내왔다. 뿐인가.대나무는 실용성 면에서도 널리 쓰이어 부채의 재료로, 죽부인의 재료로,사용하며 죽순나물과 죽염을 만드는데도 이용 된다. 그리고 대나무는 훌륭한 악기의 소재이니, 엽초가 어긋나게 나지않고 동시에 양쪽에서 나는 쌍골죽(雙骨竹)은 대금의 원자재다.
그런가 하면 대나무는 멋의 상징 나무이기도 하다. 오월, 대밭에 서면 생명이 약동하는 맥박소리를 곧잘 들을 수 있는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햇살은 잘게 부서져 땅바닥에 까지 내려와 어리고, 그 대나무 나붓끼는 모습을 보면 마치 물속에서 고기가 노는듯 보인다. 누가 대나무밭에 서있는데 미워 보이는 사람이 있을까. 얼기설기 얼비치는 속에서 미운 모습은 다 사라지고, 정 같은 것, 사랑스런 것만 죄모여서 아름답게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대나무는 실로 산사람은 물론 죽은이도 능히 한몸으로 아우르는 귀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아는 분 중에 서실 뒤에 맹종죽을 울타리 삼아 기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분을 서실에서 만나보니 무척이나 정갈해 보이는 것이었다.그것은 대나무가 보여준 배광효과임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대나무 밭을 가지지 못하여 배광효과는 누리고 살지 못하지만 마음속에 항시 대나무의 청정함을 지니고 살고 싶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부조리한 세상에 몸던져 사니 현실에선 어쩔 수없이 때 묻치고 살지라도, 항상 마음만은 조신하며 깨끗한 모습을 견지하고 살아가고 싶은게 꿈이다.그런 의미에서 대나무는 나에겐 스승같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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