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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류인혜 |
날짜 : 03-11-25 22:30
조회 : 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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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 나무 찾기
류인혜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요즘 나는 스스로가 우스워진다.
사람이 얼마나 미련하면 계간으로 발행되는 『수필과 비평』에서 <나무>를 주제로 글이 연재되고 있었던 사실을 마지막 편을 보고 알았다. 그것도 전에 살던 집으로 배달된 책을 몇 달 후에 받아 들고, 필자의 소감을 읽으며 '아하! 이런 연재가 있었구나' 가슴을 쳤다.
짧은 세월도 아니고 1998년 3·4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해서 지난 2002년 1·2월 호까지 글이 실렸다는데, 무려 4년 동안 24번이나 쓴 글을 어째서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리도 좋아하는 '나무'라는 글자가 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갑자기 눈앞에 캄캄해지는 어두움으로 허둥거렸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사람이듯이 그만큼 보다 더 많이 주변에 널린 것이 나무이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내가 쓰는 나무 이야기는 참으로 잡담처럼 여겨졌다. 너무 가벼워서 입김으로도 날아갈 듯한 글을 쓰면서 폼만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걱정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연재 글을 모조리 찾아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냉정해지며 한편으로는 모르고 있던 게 다행이다 싶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글을 써나가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나무를 따라가면서 그것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지, 나무가 글을 쓰도록 사람을 이끌어 가고 있는지는 시간이 더 흘러야 되겠다. 나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어린 나무는 여름 더위를 먹고 가을의 도도함도 겪으며, 쓸쓸한 겨울을 넘기어 봄을 맞이하며 조금씩 나무의 형상을 이루어간다. 글도 처음에 그렇게 나무 이름만 나열하다가 어느 날에는 나무의 성격도, 특성도 알아채어서 함께 놀기도 하고 흉도 보며 친근해 질 것이라고 여긴다.
나는 나무가 좋다. 그래서 내 나무를 찾고 있는 것이다. 평생 불가능한 일이 될지라도 조금씩 나무를 보는 눈을 멀리 던지는 연습을 한다.
2002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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