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인문학

한국수필작가회 이진화

들어가며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 수퍼컴퓨터가 인간을 대신하여 첨단과학기술, 의학 분야 뿐 아니라 교육, 음악, 미술, 체육, 바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변화되어가는 시대에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 그 중에서도 모든 예술의 근원이 되는 문학은 아직도 유효한 지, 문인들의 좌표는 과연 어디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술의 혁신이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숨 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문학에서 답을 찾으며 오래된 미래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오래된 미래’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에 나오는 말로 산업화와 세계화의 과도한 경쟁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생태적 공동체 중심적 생활 방식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지금까지 이어진 살아온 인류의 역사와 자원 속에 바람직한 미래를 살아낼 수 있다는 단서를 본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꿈꾸고 상상하며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문인들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계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논란들

학자들의 영역과 분야에 따라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란이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에 주목하는 것은 급변하는 시대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일자리에 대한 보고서들이며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옥스퍼드 대학 ‘고용의 미래’ 보고서는 자동화와 기술발전으로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세계경제포럼(WEF) ‘미래고용 보고서’는 2020년까지 전세계 71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대신 210만 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4차산업혁명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다보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산업혁명은 이미 시작이 되었고 그 규모와 범위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과거 인류가 겪었던 그 무엇과도 다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노동의 종말과 소유의 종말을 주장했던 제레미 레프킨은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3차산업혁명의 연장일 뿐이라고 했고, 유발 하라리는 4차산업혁명은 인류의 종말로 완성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했다.

산업혁명의 본질

산업혁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기술의 가능성에 의해 과학기술이 발달되고, 인간의 욕망과 필요성이 인문학에 답을 하며 과학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킨다. 그 가운데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며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경제사회의 토대를 만든다. 이와 같은 과학기술과 인간욕망의 공진화(Co-evolution)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곧 산업혁명이다.

욕망 관점에서 산업혁명의 재해석

1차 산업혁명은 기계혁명으로 제조산업을 일으켜 생존 욕구를 충족시켰고(물질의 풍요), 2차 산업혁명은 전기혁명으로 서비스산업을 통해 안정 욕구를 충족시켰고(각종 기계의 발달로 편안한 생활), 3차 산업혁명은 정보의 혁명으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귀속의 욕구 및 연결의 욕구를 충족시켰으며(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네트워크), 4차 산업혁명은 지능사회의 발달에 따른 명예의 욕구(모두가 미디어를 통해 인기인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4단계를 넘어서는 5단계에서는 자기실현의 욕구로 방향성을 보이며, 신매슬로우의 욕구론에서는 그 다음 단계를 영성의 단계로 보고 인간은 그 단계에 이르러 타아실현을 추구하게 된다는 이론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인간 욕망의 숨은 그림을 보여주는 사티어 모델 개인의 빙산은 말과 행동, 대처방식은 감정, 감정에 대한 감정, 지각, 기대, 열망에 의해 다르게 표현되며, 자기욕구를 승화하여 문학과 예술로 표현할 때 무의식은 현재의식으로 떠올라 인간의 본연의 모습(Self)을 성찰할 수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1, 2차 혁명)과 가상(3차) 혁명의 융합

020(오프라인 현실+온라인 가상)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 현실(물질ㄹ, 소유, 자원)을 디지털화하는 기술로 3차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온라인 가상(정보, 공유, 관계)을 아날로그화 하는 것을 4차 산업혁명으로 보고 있으며,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신아날로그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현실과 온라인 가상이 만나는 지점에 인문,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이란

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인문학이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며 문학, 철학, 역사, 예술, 고고학, 신학, 미학 등 모든 학문의 근거기반이 된다. 신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강의한 플라톤 아카데미의 김상근 교수는 ‘인문학이란, 앞으로 열심히 젓던 노를 내려놓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내 인생의 좌표가 어디에 있는지 성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용학문은 답을 주지만 인문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 속으로 다시금 노를 저으며 나아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며, 인간 정체성의 본질이 곧 행복과 불행의 주체가 된다. 간절한 욕망이 이루어질 때 행복을 느끼고, 비뚤어진 욕망에 의해 불행이 싹튼다. 결국 모든 것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인간의 욕망과 산업혁명, 그리고 문학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산업혁명이 있었고, 시대마다 문학적 상상력이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화나 각종 매체에 영향을 끼쳤다. 새처럼 날고자 했던 인간의 꿈이 비행기를 만들었고,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세봉건시대에는 욕망이 응축된 암흑의 시대로 신권과 왕권이 사람들을 억압했으며, 이때 단테는 신곡(지옥/연옥/천국 3부작)을 썼다. 인간의 욕망이 기지개를 편 르네상스시대(14~16세기)에 그리스/로마신화가 부활되었고 예술과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15세기 서구에서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하면서 성경의 공급이 활발해졌고(성경이 3만권에서 1200만권으로) 성직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17~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는 몽테스키외, 존 로크, 아담 스미스에 의해 인간성이 재조명 되었고, 루소는 ‘에밀’을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박애/평등을 내세운 욕망의 부활기로 빅토르 위고의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에 그 시대상이 잘 나타나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에는 생존의 욕망과 생산기술이 욕망의 폭발을 일으켰다.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풍자와 유머를 담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욕망

호머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동굴 속이 괴물(퀴클롭스 플뤼페보스)은 외눈박이다. 외눈박이는 사물을 균형 있게 입체적으로 보지 못 한다. 우리도 한 쪽에 치우친 시각을 갖는다면 외눈박이가 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을 기술의 혁신 측면에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어떤 욕망과 필요에 의해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며, 인공지능이 선한 목적으로 쓰이려면 AI에게 명령하고 질문하는 인간이 더욱 선하고 높은 의식 수준을 가져야 한다.

욕망, 기술 그리고 미래

산업혁명과 자연주의 욕망론을 비교해 보면 5차 산업혁명은 초통합혁명으로 자기실현이 평안과 완성을 이루는 단계로 기술적으로는 공간의 통합(범지구촌 단일 경제체제)이 일어나고, 6차 산업혁명은 초생명혁명으로 통합과 조절을 통한 자기완성에 이르는 모델로 시간을 초월한다고 예상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에 1200만부가 판매된 소설과 동명 영화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엿볼 수 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수십 년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초월한 고민 상담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인문학이 질문을 던지고, 과학기술이 문제를 풀면 경제사회는 비즈니스를 연결을 하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4차산업혁명의 조류에 올라탔으며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는 과학기술의 융합이 최고조에 이르는 2025년은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과 경제사회의 융합 속에서 인문학의 역할마저 놓치지 않으려면 세대와 세대 간의 통합으로 협업의 미덕을 발휘하며 깨어있어야 한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부분만 보고 4차산업혁명을 논할 것이 아니라 세상의 융합에서 다가오는 세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을 발달을 모두 이해하거나 늦출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욕망에 대한 연구들을 보며 크나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영역인 인문학의 한 부분을 지키고 가꿔 나가며, 작가정신(Artistic Spirit)을 가지고 시대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

새로운 인류의 출연: 호모 모빌리언스

직립인간(호모 에렉투스)은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디지털을 다루는 호모 디지쿠스에서 스마트폰에 모든 기능을 탑재한 호모 모빌리언스로 진화했다. 호모 모빌리언스는 스마트폰을 통한 초연결로 문화유전자인 밈(Meme)을 퍼뜨려 나간다. 유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