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작은아들이 고등학교 때 내게 건넨 편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날은 공부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있던 날이었다. 밤늦도록 다투다가 저도 울고 나도 울고 한 뒤에 내 방으로 왔다. 사춘기 때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내미는 것이 편지였다. 그걸 받아든 순간 찡한 전율이 흘렀다. 새벽 두 시에 내방으로 왔는데 편지는 언제 썼는지, 퉁퉁 부은 눈빛이 밤새 한잠도 못 잔 것 같아 애잔했다. 자기는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만큼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내용에 “엄마, 사랑해요”를 두 번씩이나 써넣어서 읽으면서 내내 눈물이 흘렀다. 그 편지 덕분으로 밤새 벌어졌던 아이와 내 사이가 별일 없이 지나갔다.

 그때는 가끔 두 아들에게 쪽지 편지도 썼다. 자식에 대한 애정 표시는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머니 마음을 담은 편지도 그 못지않다는 생각에 그랬는데 , 잘 먹혀들어간 것 같다.  그런 편지를 나중에 아들이 다시 읽어본다면 코끝이 찡할 것이다.

 요즘 우리는 첨단 문명의 결정체로 채워진 삶을 살고 있다. 이메일, sns. 카톡, 문자메시지 등이 편지와 청첩장을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하나로 수많은 정보를 얻고, 스마트폰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공과금 고지서도 문자로 보내오고, 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들어가면서 편지가 점점 멀어지게 되자 우체통은 잠을 자게 되었다. 하지만 진정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편지만큼 큰 위력은 없다. 손수 쓴 사연은 보낸 이의 정성과 진실이 담겨 있어 읽는 이에게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 봄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끼리 또는 어긋났던 지인에게 마음을 담아 소식을 전한다면 우체통도 살아나고 답신은 부메랑처럼 날아오지 않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육필(肉筆) 사연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기쁨도 있어 감동은 서로에게 큰 선물로 배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