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필을 쓰는 이유

이 예 원

나를 잠재울 수 없는 꿈틀거리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나의 수필 작법은 공부를 해온 실력이 아니라서 아직도 수없는 퇴고에 매달리면서 쓰고 있다.

늘 쓰고자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새로운 책을 구하고 많은 책을 읽는다. 마치 충전을 하듯 수필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글의 소재가 떠올라 단숨에 써 놓은 글이라도 와인을 숙성시키듯 얼마 동안 지난 다음 다시 읽고, 다시 고치고 그렇게 반복하면서 자신의 영혼과 삶의 모습을 술로 빚어 내듯 맛을 내려고 한다.

나는 일찍 아이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해외에 나가게 될 경우가 있어서 한때는 가정과 해야 할 공부 때문에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글 제목이 미국에서 보낸 단상에서 시작 될 때가 많다. 내가 쓰고 나서도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독자들의 반응에 민감해진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해외에서 생긴 일이라 낡아 빠진 흑백사진처럼 느껴진다.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즈음 세상에 진부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자제를 한다.

그래도 내 주변은 외국인과 만남 헤어짐으로 점철된 이야기가 많아서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움으로 글을 쓰고 싶은 강한 힘을 받게 된다. 다행이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 끄집어 내면 인간성이나 인간미까지 되살아난다.

어떤 알맹이를 찾았을 때 단숨에 작품을 쓰고 난 후, 정확하고 자세한 자료를 확인하고 고운 문장으로 다듬어 간다. 메모를 하듯 일기도 쓰지만 일상생활을 벗어나 깊은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쓰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고독 그리고 사랑이 있는 수필집을 나의 지침서로 삼고 있다. 그것은 글을 쓰는 이유로 내 꿈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연속극을 보듯 연이어 글 쓰는 작업에 몰두하지 않고 붓을 놓아 버리면 일 년에 한 작품 쓰기도 어려울 때가 있었다. 수필의 소재가 체험, 관찰. 독서, 사고 이런 모두가 자신을 통해서 사상과 감성으로 여과되어진다.

그 다음 표현의 미학으로 형상화한 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 삶은 내 인격화로 되살아나 일상생활이 수필처럼 전개된다. 예를 들어 추석명절을 보내면서 가족이 모였을 때, 모두가 수필감으로 보이면서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힘든 집안일들도 완성해야 할 작품처럼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어린 손자들의 명절 선물로 한 장짜리 이야기를 만들어 읽어 주기도 하고 그것을 가지고 가서 벽에 붙여 놓고 여러 번 읽어 보라고 한다. 내용은 책에서 읽었던 교훈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을 간추리고 쉽게 정리하여 아이에게 맞는 표현으로 이끌어간다.

그래서 글 쓰는 내가 행복한 까닭은 수필은 인생, 자연, 사회에 대하여 느낀 바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부담 없이 산문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미래에 늘 해야 할 작업이 있어서 시간이 갖다 주는 것은 무엇이든지 선물로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