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그곳의 소금도 수필일까

배 대 균

수필, 그것은 인간 사회의 다양하고도 인상적인 경험들로서, 수식어가 적고, 간결함, 그러면서도 문학적인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매력이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렇게 쓰고져 노력했다. 하지만 되지를 않았다. 써 놓고 보면 스스로는 물론, 신문기사 읽는 것 같다고 하여, 글을 쓰지 말까도 했다.

어느 땐가 ‘나의 스무 살' 이라는 공동제를 쓴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몹쓸 병에 걸린 것만 같애. 자꾸만 신경이 가면서 하루에도 아니 한 시간에도 몇 십 번씩이나 만져보고… 이러다가 아이까지 못 낳는 것 아닐까. 병원에 갈려니 부끄럽고, 길거리에 나뒹구는 X병 치료 유인물, 신문광고, 입간판(그 당시는 그런 병을 고쳐 준다는 간판들이 길가 곳곳에 서 있었음)들 모두를 읽고 또 읽으면서 증상과 비교를 하다보니 정신까지 멍해졌다.(이하생략)' 이 글은 글쓰기 20년이 훨씬 더 넘어서였고, 또 솔직하게 썼다면서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일은 빙빙 돌려야 된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었다. 사건을 사실대로만 써 내려 간다면 어찌 수필이라 하겠는가. 

나는 생각했다. 글이란 필자는 물론 남의 슬픔과 절망을 덜어 주면서, 고무적이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따뜻한 마음가짐이 더 우선이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은 부정적, 긍정적 사고방식 두 개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그까짓 것 하나 해낸 것 가지고 무얼 그렇게 칭찬하느냐가 있고, 그것만이라도 해낼 수 있었으니 그게 어디냐고 말하는 쪽도 있다. 이 중 어느 것이 더 부드러운가.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모든 사고를 딱딱하게 만든다.

나는 고민한다. 여유가 없는 성격, 직선적인 면들이 더 이상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야릇한 생각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글 한 편 정리를 하고 나면 마치 인생의 한 장을 멋지게 산 것 같은, 희열감 같은 것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나의 글 모두는 수필이 아닌 기록이라는 것이었다. 수필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능력껏 문학의 힘을 빌린 자서전이라고나 할까. 사람은 죽음을 향하여 마냥 달리다 삶의 종말, 그때를 위하여 이렇게라도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호수 마냥 깊으면서도 온갖 비밀을 지닌 수필. 하지만 기록뿐인 나의 글, 호수 속의 소금일지라도 이젠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