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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하재준 |
날짜 : 08-01-10 18:33
조회 : 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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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
하 재 준
지난해 마지막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지도 어언 보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젠 새해의 첫출발이 시작되어 힘찬 거보를 내디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서 새해의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 것도 퍽 의의가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이 말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묵은 것의 반대는 새것이다. 그러므로 지난해를 묵은해라고 단언했을 때에야 만이 새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제야의 밤을 넘겼으니까, 아니면 1원 1일을 맞이했으니까 새해를 맞이했다고 한다면 이는 넌센스(nonsense)다. 무의미한 말이다. 바보스러운 소리다. 그렇지 아니한가. 다른 날들과 무엇이 다르며 새해의 의미의 가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우리는 조용히 생각해보면 곧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늘 새날을 맞이한다. 매일같이 밤이 오면 반드시 동터오는 새날이 찾아오는 것이다. 새해 정월 초하루라고 해도 전날의 새날과 무엇이 다른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동터오는 자연의 새날은 다 똑같은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이법이다. 한해가 바뀌는 것도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365일을 1년이라 정하고 의미를 부여시킨 다음, 그 다음 날을 새해라 규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새해에는 온갖 불미스러웠던 지난 일들을 다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로 새해란 단어가 주어졌고 그 가차가 새로운 의욕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가치를 부여했다. 이것이 새해다.
그러므로 새해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여 지난 1년간 잘 못했던 모든 것을 다 용서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끊을 것은 끊고, 좋은 것은 어디까지나 이어서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뜻으로 받아들여 새롭게 출발하자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자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지난 날 나에게 고통을 주었으니까,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었으니까. 이것만은 기어이 때가 되면, 그리고 기회가 오면 안갚음을 하고야 말리라. 이렇게 앙칼진 마음을 지니고 있는 자가 있다면 그는 새해를 맞이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일컬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말을 예부터 사용해왔다. 얼굴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의미다.
그런 자들은 사랑이 없다. 이해와 관용과 용서도 없다. 일마다 트집이요, 불평이요, 헐뜯는 일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일을 했을지라도 이것만은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헐어 내고 싶어 하는 일들이 우리의 심리임을 얼마든지 보아온 터이다. 이런 자에게는 어찌 새해를 마지 했다고 하겠는가. 그런 자에게 무슨 희망이 있다고 그를 바라보겠는가.
꿈이 없는 자들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다. 꿈이 없으니 눈앞에 보이는 것이 이기적인 욕망이요, 편리함에 사로잡힐 뿐이다. 무엇을 위하여 내가 인내할 것이며 무엇을 위해 고난을 극복해 가면서 살아야 만이 나의 꿈이 이루어질 것인가. 이런 삶이라야 남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것이다. 비전이 없는 삶에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우리의 삶에는 꿈이 필요한 것이요,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대망(大望)을 절대적으로 지녀야할 마음가짐이다.
나는 어린 학생들이나 가까운 내 주변의 젊은 사람들에게 큰 뜻을 품고 그를 이룩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라고 권한다. 설사 그토록 큰 소망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할 지라도 큰 희망과 큰 뜻을 지니고 그를 이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 그 성과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 아니겠는가.
비록 그 꿈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고 가정할지라도 그 꿈을 지니지 아니한 막연한 삶 보다는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이요, 후회 없는 삶인가? 뿐만 아니라 후손 대대로 물려줄 정신적 유산이 될 것이 아닌가?
이제 새해를 마지 했다. 지나간 묵은해에 끼었던 일체의 찌꺼기와 때를 송두리째 씻어 내거나 망각의 피안으로 띄워 보내고 오르지 새 희망과 새로운 의욕만을 가슴 벅차게 간직하여야겠다. 그리고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자가 있다면 맑은 기운으로 올해의 새 설계를 알차게 세워야겠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모습을 보라. 앙상한 나뭇가지뿐이요, 살을 예인 듯한 강추위가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삭막한 겨울철일지라도 땅속에선 쉴 사이 없이 다가올 봄을 준비하기 위해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뿌리에서 뿌리로 이어지는 물관부의 노역은 한창 진행될 것이요, 그래야만 봄철에 초록빛 고운 새싹을 피울 수 있고 아름다운 꽃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조용히 생각해보면 모든 생물들은 온갖 고난을 극복한 뒤라야 만이 화려한 미래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준비하는 과정 없이 우연히 피어난 아름다움은 없는 것이다.
유독 금년의 새해만은 희망과 꿈이 우리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어쩌면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무언가 가슴에 다가오는 듯한 느낌, 어쩌면 꼭 눈부신 어떤 일들이 새로 시작될 것만 같은 그러한 기대로 우리의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이룩하기 위하여 온 힘을 모아 거보(巨步)를 내디디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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