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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류인혜 |
날짜 : 03-11-25 20:04
조회 : 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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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라기 <부제: 다시 태어나는 아이>
허규 작 손민목 연출
김옥곤
말로만 듣던 진도 다시라기(다시래기)를 나는 이번 연극 공연을 통해 처음 볼 수 있었다.
다시라기는 다시래기, 또는 나시락이라고도 하는데 '다시낳다' '다시생성하다' '여러사람이 모여서 즐거움을 갖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진도 다시래기는 상가에서 출상 전날밤, 상주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사물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와 춤과 재담으로 엮어가는 일종의 가무극 놀이라고 한다.
무대가 밝아지면 정면 무대 배경에 망자의 커다란 초상이 걸려 있고 그 아래 상복을 입은 상주가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조문객 등장해 절하고 상주를 위로하는 폼새가 여느 상가집 풍경이나 진배없고 능청스럽다. 더구나 상가의 안상주와 대여섯살 짜리 아이의 곡하는 폼새 좀 보소. 관객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여기에다 봉사 마누라 넙죽이라는 아낙네의 곡소리는 일품이다. 우는지 웃는지 소리를 하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곡소리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아이고오 하는 곡소리가 어째 음악으로 들리는고.
화상(和尙)이 등장하면서 극은 마당극 형식으로 치달아간다. 상주 퇴장하고 괸객석 한쪽에서 느닷없이 커다란 방망이를 휘두르며 저승사자가 등장한다. 봉사와 사령도 잇따라 겁죽거리며 등장한다. 이른바 다시라기 가무극이 현대극으로 변형되어 한판 걸죽한 굿판을 벌이는 것이다. 정면 무대 아래에는 처음부터 사물패가 장단을 맞추는데 생음악이 좋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터이다.
이극은 재치와 재기가 넘치는 거침없는 대사를 듣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 말의 뽄새(생긴 모양)를 새삼 생각하게 하는 걸죽한 말잔치라고나 할까.
해학이란 원래 풍자를 동반하는 법, 가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지금의 우리 현실을 빗대고 있는데 저승도 타락했다는 말에는 어이가 없어진다. 봉사 마누라 넙죽이는 임신한 몸인데 이 극의 대단원은 그녀가 아기를 순산하는 것으로 절정에 이른다. 상가집에서의 아기의 탄생이란 죽음과 생명의 순환 원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마당 패거리들의 한판 놀이가 끝나면 무대가 암전, 다시 처음과 같은 상가집 풍경이 떠오른다. 상주가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앞으로 상여가 나간다. 상여가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길을 트고 나가는 것도 무척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객석 사이의 통로를 지나 상여가 관객들이 드나드는 문을 빠져나가면 곧 무대가 어두어지고 이 연극은 끝이 난다.
'다시라기'는 그저 배우들이 하는대로 그냥 편안히 보고 웃고 싶을 때 맘껏 웃으면 된다. 그렇다고 극이 마냥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진도 다시래기를 빌려와 가벼움으로 처리한 솜씨가 여간 아니다. 배우들의 능숙 능란한 연기는 이극에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무개: 참 좋은 감상문인것 같습니다.
덕분에
다시라기 라는 연극을 더 좋게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08/15-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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