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근원 성애(性愛) 찾기
바짜야나 《카마수트라》
김영자(레아)
'카마' 라는 말은 남녀간의 정사(情事), 즉 키스, 포옹과 더불어 행해지는 정교(情交)의 쾌락을 말한다. 즉 성애는 인간 행복의 근원이며 참다운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성애의 본질을 이해하고 성취시키는 방법을 성애학(性愛學)이라 하며 그 경전이《카마수트라》다. 서양의 《완전한 결혼》, 인도의《카마수트라》, 중국의 《의심방醫心方 방내기方內記》, 이 세 가지가 가장 널리 알려진 동서고금의 대표 성전(性典)이다. 원전은 산스크리트, 즉 범어로서 운문으로 기술되어있다. 인도의 유일한 성전일 뿐 아니라, 고전어학적 가치로나 고대 인도사회 제도사 내지 풍속사 연구에서도 귀중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저자<바짜야나> 정택영 옮김. 동문사 펴냄.《카마수트라》中 총론 제2장 (참조)- 힌두교 문화권인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며 남녀 교합상이 그려진 화집과 조각품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인도의 카쥬라호, 네팔의 카트만두 힌두사원에 새겨진 조각들은 너무도 리얼했다. 뜯어 볼수록 상상을 초월한 체위의 남녀 미투나(교합)상들이었다. 남녀 둘만의 교접은 물론, 동성애자, 여럿이 얽혀 물고 빠는 혼숙, 그 장면을 훔쳐보며 자위하는 시녀들, 한 남자와 여자가 복수의 상대를, 심지어 동물이 동원된 모습도 보였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예비 훈련이나 학습 없이도 자연히 성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자손을 낳고 정신과 육체가 미숙에서 원숙의 단계를 거치며 청년, 장년, 노년으로 이어지며 살아왔다. 더구나 성에 대한 것은 드러낼 수 없는 수치로 알았고 정보를 접하는 것 조차 터부시했다. 학문이나 고전이 있음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포르노 잡지에서나 봄즉한 미투나 상들은 조금도 음란하거나 괴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행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쾌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창조주이신 범천(梵天)(우주의 근본 원리인 동시에 창조주)은 인류를 만든 후 최초로 10만장의 방대한 교전(敎典)을 만들어 설했다. 즉 다르마(正法,戒律), 아루타(實利,財寶), 카마(性愛) 의 세 가지였다. 그 후 범천의 아들 마누(인류의 조상)가 정법을, 브리하스타티(창조신)는 실리와 원리를 얻는 방법을, 시바(힌두의 신)의 시자(侍者)난디는 성애에 관한 철학을 각각 설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10만장이 1백50장으로 줄었고, 7편으로 나누어졌다.
-총론 제1장 서설 중에서-
총론에선 3가지의 지혜를 얻기 위해 습득하고 쌓아야 할 교양과 덕목을 64가지의 학문으로 세분했다. 음식, 재봉, 뜨게, 패션, 인테리어, 원예, 노래 춤 악기, 그림 등 손재주와 가무에서, 두뇌의 창의력과 깊은 사고를 요하는 예술, 문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정교(情交) 편에선 포옹과 입맞춤, 정교의 모습과 여러 가지 체위, 다양한 기교, 전후 준비와 사랑싸움까지를 다뤘다. 아내 선택, 여자에게 신뢰 얻는 방법, 여러 가지 결혼, 아내와 본처의 의무, 남의 부인과의 교접, 여자의 마음을 떠보려면, 창녀가 바라는 남성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에 관련된 문제를, 정력, 미모, 매혹을 보존하는 비결, 색깔이 다른 인종과의 관계,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결합할 때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구성은 총론, 정교, 연애, 부도, 타처, 창녀, 비결의 7편으로 나뉘었다.
《카마수트라》를 모두 익혀 겸비한 여자는 왕자, 귀족, 유덕한 선비의 사랑은 물론 자신의 가치를 높여 고귀한 위치가 된다. 왕녀나 귀족의 딸들이 이 기예학에 능통하면 1천명의 후궁도 지배할 수 있고 남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소년기엔 지식과 재보를, 청년기는 성애, 노년기엔 정법과 해탈을 위해 힘쓰고 전심 전력 하기를, 지식을 얻어 익힐 때까진 절대로 성애에 마음 쏟으면 안 됨을, 정법을 익히기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효능에 현혹되지 말고 법전이나 제사 등의 종교의식에 마음 쓰는 것이 정법임을, 지식이나 황금 등 가산을 늘리기 위해선 전문가에게 배워야 함을 가르친다. 즉 귀, 눈, 피부, 혀, 코 등 오관(五官)을 즐겁게 하는 것을 성애라 한다. 그러한 즐거움을 얻으려면 외부의 다른 것과 접해 자극을 받아 감각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 자극에서 오는 감각이 행복이고 그 행복을 이루기 위해 외물(外物)을 보전해야 함은 물론이다. 오관을 즐길 수 있는 외물을 보전하려는 욕망을 성애라고 저자 바짜야나는 말한다.
기원전 6세기 바라문의 성현, 학자들이 산 속 깊이 은거하여 논술한 경전을 모태로, 대략 3-4세기에 걸쳐 성립, 편찬된 경전이다. 저자는 12명 학자의 각종 성애학 경전을 수립하고 집대성하여《카마수트라》를 완성했다. 고대 인도의 3,4세기는 굽타 왕조의 학문과 학예가 가장 발달한 시기로 미술, 문학적으로 인도 문화가 확립된 시대였다. 이때의 화려한 왕조 문화가 배경이다. 지체 높은 귀족 계급 사회의 교양서로서 이 세 가지 지혜를 습득하지 않으면 귀족으로서의 자격상실을 의미했다.
-<<카마수트라>>중 표제글 참조-
카마가 학문으로서 왜 필요한가?
성애는 인격적인 투영을 기초로 한 정서적인 본질을 지니고 있다. 인간답고 풍부한 성애는 기교를 충분히 습득, 애정 어린 눈빛과 수치심을 숨긴 부드러움 속에 육체와 육체가 액화(液化)하고 융합하는 상호성, 상승성이라야 한다. 야합과 조잡함, 정서 결여 등의 성 행위는, 동물적인 생식행위이며, 기교도 애교도 없는 생리적인 정액의 배설은 비인격, 비인간 적인 성 쾌락의 낭비일 뿐이다.
고대 인도 바라문의 성현학자들은 이미 2천5백년 전에 성을 해방하고 새로운 성의식, 성사상을 만들어냈다. 사회, 종교에서 성애는 늘 성성(聖性)이며 그 쾌락은 신들의 사랑으로 찬미되었고 환영받아야 할 행위였다. 이 책은 가장 존귀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연구를 쌓아서 일반인들을 계몽하고 이끌기 위함이지 쾌락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이 학문의 진리를 알고있는 자는 정법, 실리, 성애를 유지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해를 끼치는 욕정도 자기 마음대로 좌우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에 능숙하고 현명한 자는 빠지지 않고 그가 계획하는 모든 일을 성취시킬 수 있다. 또한 이 성서의 목적은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성행위의 훈도이다, 성애를 정서와 품위, 세련된 기교에 의해 한층 감미로운 애욕을 주기 위한 성교육, 성 교양의 증진에 있다
-《카마수트라》중 표제 글 참조-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생긴 이래 인간이 바라고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행복한 삶이다. 종교, 철학, 문학, 예술 등,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의 연구 발표가 이어지고 강의 해왔다.《카마수트라》역시 쾌락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성욕을 동물적 쾌락의 집착이 아닌, 아름답고 소중하게 접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파멸이 아닌 해탈의 경지까지 도달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철학서이다.
인도의 문화를 죽음 후를 위한 문화라고 한다. 2,3천년 전에 성을 해방했고, 성의식과 성사상을 정립했던 그들, 동물과 사람이 함께 먹고 자며, 시체를 태워 흘려보내는 물로 ,마시고, 씻고, 기도하던 갠지스 강의 모든 것들은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말하는 것 같다.
삶이란, 정적인 것도, 영구한 것도 아니다. 자라나고 쇠잔하고 사라지는 쉼 없는 과정의 흐름일 뿐이다. 단지 육체와 정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기 위해 매 순간 자신과 싸움을 하며 죽음을 향해간다. 결국 완전한 해탈이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젊은 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생각되는 모양이다. 격정과 열정으로 치열했던 젊은 날들을 돌이켜보며, 인간 행복의 근원인 성애의 지혜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후회가 적은 삶을 살아 내지 않았을까!.
늘 미완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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