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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류인혜 |
날짜 : 03-11-25 20:09
조회 : 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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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가족
김의경 작 문창성 연출
김옥곤
막 오르기 전 무대 밖에서. 전화벨 울리고. 기자가 전화기를 들고 큰 소리로 전통을 보낸다.
"이중섭 화백 별세. 1956년 9월 6일 오전 11시 45분 간장염으로 적십자 병원에 입원 가료 중 사망. 11일 상오 현재 출상을 못하고 있습니다."
막이 오른다.
무대 전면 배경으로 큰 천이 휘둘러져 있고 그 위에 이중섭의 초상 걸려 있다. 그 앞의 무대 앞 바닥에 검은 관이 보인다. 이중섭이 평소 즐겨 그렸던 복숭아, 물고기. 나비, 개구리, 아이. 소, 게, 닭 등이 등장해 춤사위를 한다. (배우들이 복숭아 닭 같은 형상을 한 조형물을 모자처럼 머리에 썼다.) 무대 위에는 드라이아이스가 뿌려져 환상적인 분위기.
관뚜껑이 열리고 웃통을 벗은 몸으로 이중섭이 일어선다. 천천히 일어선 이중섭. 주위를 둘러 보고는 무대 뒤편 하얀 천이 휘둘러져 있는 곳으로 걸어나간다. 천 가운데가 문모양으로 뚫어져 있다. 복숭아, 물고기, 개구리, 나비, 아이, 소, 닭 등이 이중섭을 따라 가려 한다. 이중섭 뒤돌아 보며 말한다.
"따라 오지 말어. 나 혼자 가."
무대 암전 되고 다시 무대 밝아 지면서 이중섭의 고향인 원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동산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고보 학생인 이중섭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을 그리고 있다. (사람이 소의 탈을 쓰고 소처럼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
오산학교 교사 임용련이 등장. 이중섭을 격려하면서 졸업을 하면 미술수업을 위해 동경으로 떠나라고 한다. 이중섭 가족들도 등장 당시의 시대상황을 대사를 통해 알려준다.
일본의 동경. 미술수업을 하고 있는 이중섭. 일본화단의 추상 그룹인 미술창작가협회 제4회 전에서 이중섭이 그린 '소'가 협회상을 받게 된다. 피카소와 마티스를 좋아하는 이중섭을 야수파라고 비평하지만 이중섭은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펼쳐 보인다.
이 무렵 야마모또 마사꼬(山本方子)를 만난다. 이중섭과 마사꼬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마사꼬의 부모는 딸의 교제를 반대한다. 이중섭은 마사꼬를 두고 일본을 떠나 고향인 원산으로 돌아간다. 2년 뒤인 1945년 마사꼬는 이중섭을 찾아 현해탄을 건너 원산으로 오고 둘은 결혼한다. 이중섭은 마사꼬에게 이남덕(李南德)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때부터 이남덕으로 부른다.
광복이 되고 북한은 러시아군과 인민군의 세상이 된다. 인민군은 이중섭에게 스탈린의 초상을 그리라고 강요한다. 이중섭은 초상그리기를 거절한다. 육이오가 터지고 이중섭 일가도 피난을 떠난다. 중섭은 아내와 두 아들 태현과 태성, 그리고 조카 영진을 데리고 원산항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부산 국제시장 일대에서의 피난생활. 그림대신 지게를 지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중섭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견디다 못한 남덕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을 건너가 버린다. 혼자 남은 중섭은 무절제한 생활 속에서 방황한다. 중섭은 선원증을 얻어 아내와 아이들을 보러 일본에 건너 갔으나 일주일만에 돌아오고 더욱 그의 외로움은 깊어간다.
서울로 환도 한후 이중섭의 무절제한 생활은 계속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구상, 최태응 같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도파 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중섭의 그림이 인기가 있자 주변에 나쁜 친구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중섭의 그림을 훔치기도 하고 몰래 팔기도 한다. 이 무렵 중섭의 정신은 극도로 황폐해진다. 병원에 입원했다 좋아지기도 하지만 대구 전시회 이후 중섭의 정신분열증은 심각해진다. 중섭의 정신분열증과 함께 극은 막바지로 치달아간다.
자포자기에 빠진 이중섭은 마지막 개인전을 열고 난 뒤 다시 병세가 악화된다. 정신질환에 간장병까지 겹친 중섭은 마침내 쓰러지고 만다. 행려병자로 청량리 뇌병원으로 실려간다. 다시 간장병 치료를 받기 위해 적십자사 내과 병동으로 실려가고 그곳 침상에서 숨을 거둔다. 한편 아내 마사꼬도 일본에서 병으로 고생하는데 이 부분은 작가 나름대로의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해 보였다.
무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중섭의 그림 속의 소재들, 복숭아, 물고기, 개구리, 나비, 아이, 소, 닭이 춤을 추고 웃통을 벗은 중섭이 수레를 끌고 있다. 수레 위에 남덕과 아이들이 타고 그림의 소재들도 중섭의 뒤를 따라 간다. 중섭의 가족들은 이제 멀리 길을 떠나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적인 이런 상징적인 무대의 처리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어내는 듯했다.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길 떠나는 가족>은 연극이 갖고 있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관객들의 표정은 무척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연기가 좀더 자연스럽고 치열했더라면 훨씬 좋아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이 연극 감상문을 쓰기 위해 오래 전에 읽었던, 고은이 쓴<이중섭> 평전을 다시 꺼내 읽었다. 연극을 본후 이중섭 평전을 읽는 재미도 괜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불운한 화가 이중섭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이글을 쓰는 동안 가슴 한쪽이 내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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