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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 주기영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3-11-25 20:05     조회 : 2918    
끊임없이 건너야 할 내 안의 사막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 주기영 -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은 한국에서 초판이 발간되고 수십 년이 지난 뒤늦게 베스트셀러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 인기를 끌던 청소년 드라마의 대사에서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도 읽지 않은 남자와 사귈 수 없다”는 여주인공의 대사 이후에 하루 5천 권 이상이 팔려 나갔다. 결코 책의 내용이 여주인공의 대사만큼 쉽거나 만만하지 않은 이 책을 청소년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인지, 실패하지 않고 남보다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어렵고, 알아지지 않고, 무거운 짐처럼 나를 누른다. 때론 그 ‘사랑’이라는 말의 무게조차 너무 무겁고 버거워서 내려놓고 싶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거나 그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싶은지 모른다.

사랑은 기술이라는 조금은 낯선 전제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여기서의 ‘기술’은 우리가 기대하는 구체적인 ‘테크닉(technique)’이 아니라 ‘아트(art)’라는 점이다. 가볍고 사소한 연애 방법의 이론이나 길잡이, 그 비슷한 것은 이 책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작가가 머리말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란 개인의 성숙도의 여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1900~1980)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독실한 유대교 신자의 외아들로 태어나 외롭게 자랐다.
그의 소년시절에 한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보잘 것 없고 늙은 노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죽음을 따라 자살한 젊은 여인의 죽음이었다. 아름다운 이 여인을 지켜보면서 “인간은 왜 저런 행동들을 하고,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며, 이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이 해답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또 한가지는 어린 시절부터 구약성서를 탐독했던 그는 여러 예언서들에 나타난 평화와 사랑의 충만함에 사로 잡혔으나, 반 유대 감정이 심했던 당시 독일 사회에서 갈등과 분쟁을 직접 보고 겪으며 자라게 된다. 이런 경험들은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인간의 적개심과 기만, 광기에 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후에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끊임없이 그 해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는 특별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의 흐름에 더욱 큰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프롬은 제1장 <사랑은 일종의 기술인가?>라는 되묻기로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것,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로 간주하기 보다 주로 사랑 받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과 능력보다는 대상의 문제로 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제2장 <사랑의 이론>에 있어서는 사랑이 항상 인간의 실존에 관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랑하는 행위 속에서, 즉 나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오히려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깨우치며 그것이 우리의 발견으로, 결국엔 인간의 발견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은 행동이고 힘의 실천이며 이 힘은 오직 자유의 상태에서만 실천될 뿐, 어떤 강제의 결과로서는 실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닌 하나의 활동이기 때문에 ‘빠져버린다’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서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포장되는 모습은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어렵게 혹은 운명처럼 만나진 어떤 대상과의 다분히 감각적인 교류나 열정, 감정적인 유대 등이 사랑의 경험의 전부인 듯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런 우리에게 프롬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사랑을 위해 머무르거나 도망치지 말고 그것에 도전하라고 주장했다.
제3장 <현대 서구사회에 있어서의 사랑의 붕괴>를 통해 사랑의 붕괴문제를 현대인의 자신, 동료, 자연으로부터의 소외 문제로 보고 이런 관계 속에서는 결코 ‘중심적인 관계’에는 이르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제4장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사랑이 실패하는 원인을 기술의 미숙성에서 찾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이처럼 평생동안 프롬의 관심사는 인간과 사회가 어떻게 관계지어져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프롬은 인간이 사랑을 잃게 된 원인을 참된 자아의 상실에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분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랑이 필요했으며,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것은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면에서의 기술습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프롬은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기술을 배우든지 거기에는 이론을 완전하게 아는 것과 실천을 능숙하게 하는 이론과 실천의 습득이라는 두 단계가 모두 필요한 것처럼 사랑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믿었다.

프롬은 사랑한다는 것은 각자가 그 자신에 의해, 또 그 자신을 위해서만 가질 수 있는 인간적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목표한 바를 얻기 위해서는 인생 전체를 통한 ‘훈련’과 ‘정신 집중’과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무엇보다 그 기술의 습득에 관한 ‘최고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산적인 방향으로의 달성을 위해 자신의 인격을 지속적이고 능동적으로 계발해야 한다는 것은 진실한 사랑을 위한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아니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른다.
때론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하여 오히려 사랑이 아닌 것을 떠올려 볼 때가 있다. 소유, 집착, 구속, 질투, 간섭…… 적어도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면, 그토록 애써 찾는 사랑이 선물처럼 내 앞에 나타나 주리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얻어지고, 그 상태가 평화롭게 오래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도 하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사랑의 시작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그것은 어제라는 이름으로 추억되는 것으로 그저 지나가지 않는 것이며, 내일에 대한 불안과 헛된 기대처럼 막연하지 않은 것으로 언제나 현재형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을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 깨어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기에 게으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내게 ‘기술’은 사랑을 얻기 위한 일정기간의 연습이나 관심이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그래서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인간은 최고의 자리에 놓여져야 한다”는 프롬의 마지막 말은 사랑이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마음 깊이 그것을 원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만 다가올 아름다운 축복이라고 여겨진다.

<<에세이 포럼 >> 2003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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