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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고동주 |
날짜 : 03-11-25 06:08
조회 : 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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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 수필창작/발상(發想)
제 3장 수필 창작
1.발상(發想)
원로 수필가 윤오영은 길가에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에게서 장인정신과 삶의 여유를 발견하고 「방망이 깎던 노인」이라는 수필을 썼다.
남들은 하찮게 보고 지나칠 수도 있으나 노인과의 대화에서, 그리고 그 태도에서 작은 충격을 받는다. 그 충격이 바로 창작의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발상은 경이와 충격에서 얻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발상의 동기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무심코 주고 받는 대화에서, 어떤 사건과의 만남에서, 여행을 하면서, 독서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얻게 된다. 다만 발상의 동기를 아무리 접해도 감성이 없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다.
그 동기를 놓치지 않을려면 지혜로운 눈이 늘 열려 있어야 한다. 하찮은 돌맹이 하나, 발길에 밟히는 풀잎 하나라도 그것을 예사로 보지 말고 그 존재 이유와 가치를 생각하며 인간과의 관계를 추구할 때 거기서 발상은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발상은 참신한 것이어야 한다. 이미 일반화 되었거나 남들이 발표해 버린 발상은 가치가 없다. 새로워야 하고 신선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착상하지 못한 그 작가 특유의 독창성 있는 착상이라야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수필 창작에 있어 발상의 비중이 큰 만큼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한다.
1)지각(知覺)을 해야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과제를 푸는 열쇠는 이 지각에서 해결된다.
앞에서(발상의 개념) 언급한 바와 같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참신한 착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제 글로 나타내고자 인식하는 작용이 필요하다.
2)체험을 해야
수필을 쓰는데 있어서 체험은 강한 힘을 발휘한다.
체험이 있어야 사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다. 나만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그리되 독창적으로 나타내면 훌륭한 수필로 연결될 수 있다.
3)정서(情緖) 속에 파묻혀야
수필은 정서를 요구한다. 정서가 메마른 수필은 맛이 나지 않는다.
굴러가는 낙엽 하나에도 정을 줄줄 아는 사람이라야 글을 쓸 수 있다. 정이 메마르고 각박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도 예사롭게 보인다. 그러나 정서화된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가치가 달라진다.
나무 이파리도 사랑스런 정의 눈빛을 만나면 윤기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집에서 예사로 가꾸는 분재도 그를 보살피는 주인의 손길에서 정의 농도를 느끼며 자란다고 한다.
암수가 구별되는 은행나무도 마주서서 바라보이는 위치에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나무끼리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깊은 산골 벼랑에 피어난 원추리 한 송이를 우연히 만났을 때 사랑과 정의 눈으로 보면 고결한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 심취하는 정도에 따라 신선한 충격도 받을 수 있다.
어찌 원추리 뿐이겠는가. 지상의 꽃들은 모두 신의 미소가 아니던가. 다만 사랑의 눈빛이라야만 그런 미소를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 모래, 바위, 새, 짐승과 그 밖의 모든 우주만물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고 그 의미를 찾아보면 나름대로의 성스러운 신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의 세계를 멀리하고 어찌 부드러운 글을 바라겠는가.
특히 수필의 경우, 첫머리부터 정서적이어야 제맛이 난다. 아무리 멋진 글감이라도 있는 그대로 나열하는 것보다 담담한 정을 침착하게 펼쳐야 독자에게 미적 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과시하는 정서나 이기적인 정서는 피할 일이다.
고도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 생활 주변에는 정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너무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이 없는 가정, 정이 없는 직장, 정이 없는 이웃, 사랑의 눈빛을 상실해 버린 살벌한 사회로 치달으면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에 수필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
수필은 인간을 실제 생활의 속박 중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하고, 인간에게 삶의 여유와 가치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4)미감(美感)을 찾아야
비 오는 날, 혼자서 창 밖을 내다보며 한 잔의 커피 향에 취해 아름다움을 맛보고, 호젓한 아침 산책길에서 귀뚜라미 소리에 젖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살아가는 잔잔한 즐거움이다.
한 점의 예술작품에서도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살펴서 이해하고 같이 젖어보는 것도 미감(美感)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세상을 세심하게 살피면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눈이 없으면 아름다운 수필은 결코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지나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 오히려 천박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취하기는 얼마든지 취하되 표현은 품위롭게 걸러낼 필요가 있다.
5)상상(想像)해야
모든 문학은 상상이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상상에는 창조적 상상과 재현적 상상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꽃을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라 표현했고, 어떤 분은 새벽 달을 얼음 조각같다고 표현했다. 이런 상상이 창조적 상상이다.
재현적 상상은 한산섬 앞바다를 보고 성웅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상상에는 함정도 있다. 머리 속에 무한한 상상을 그대로 기술하다 보면 글이 산만하여 독자가 혼란을 겪게 된다. 오직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상상만 골라야 할 것이다.
6)내면(內面)을 보아야
인간이 살아가면서 근심이나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욕망이 있는 곳에 근심이 없을 수 없고 그 끝없는 욕망은 만족하게 채워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필가는 이러한 인간 내면의 문제와 부딪치며 풀어내는데 골몰해야 한다.
고독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괴로울 때,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내어야 한다. 그래서 수필가는 때에 따라서 철학자도 되고 종교인도 되어야 한다.
수필은 자기 내면을 관조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다른 어느 장르의 문학보다 산뜻하고 감미로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인간의 고뇌를 걸러서 고결한 순수성을 건져 올리는데 수필이 나서야 할 몫이다.
인간 내면을 퍼 올리되 과장이나 허식이 있어서도 안되고 도덕률의 위배도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사실에서도 삶의 본질과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7)사상(思想)이 깃들어야
수필은 필자의 사상을 독자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다.
사상은 현실을 이상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나의 창가에는 항상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시가 있고, 서러운 눈물이 있다’라고 했을 때, 과학적으로 따지면 모순 투성이다. 그러나 수필세계는 작가의 정서를 통하여 탄생된 사상적(주관적) 표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주제에다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이 작가의 사상으로 나타나서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그 사상은 어디든지 왕래하며 자유로운 존재로, 삶이 무엇이며 인간이 무엇인가를 작품으로 나타내어 독자에게 공급한다. 그런 결과가 독자에게 생기를 주고, 살아가는데 용기와 힘을 주고, 지혜를 주는 수단이 된다.
8)착상(着想)을 해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좋은 글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쓰기 전에 착상이 되면 머리 속에 굴려서 구상을 해 본다. 구상과 함께 주제를 설정해야 하며, 그 주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되 독자가 은근히 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옛 속담처럼 일단 착상이 되면 수필의 반은 이미 탄생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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