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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고동주 |
날짜 : 03-11-25 06:05
조회 : 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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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수필 쓰기의 기초/글 쓰는 자세
5. 글 쓰는 자세
글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록을 어떤 상황에서 하여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기록하고 싶은 말이 안으로부터 넘쳐 흐를 때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심혈을 기울여야지, 꼭 써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짜내는 식으로는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슬픔과 괴로움, 분노, 즐거움 등을 다 표현해 보고 며칠 뒤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듬을 일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발짝 물러 선 자리에서 바라보면 들떳던 기분도 보이고, 유치한 표현도 보이고, 잘못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쳐 놓고 며칠 뒤 또 보면 또 보이기 마련이다.
글을 돋보이게 할 욕심으로 기교를 남발하면 오히려 무게가 없어 보인다. 기교는 멀리하되 진실은 불러들여야 한다.
모든 진실은 아름다움을 동반한다. 스스로 내면을 속임 없이 솔직하게 그린 글에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회자되고 있는 우화(寓話) 한 토막을 여기게 옮겨본다.
어느 날, 새들이 모여 노래자랑을 했다고 한다. 입을 열었다 하면 노래가 튀어나오는 꾀꼬리가 먼저 간드러지게 노래했다. 다음은 기러기가 가을 밤 외로운 여인의 눈시울을 적실만큼 긴 목을 뽑았다. 마지막으로 노래 재주가 없는 뜸부기가 온몸을 짜서 ‘뜸북―뜸북―’노래 했다.
학 대감이 심사를 맡았는데 뜸부기에게 1등 상을 주었다. 노래라면 자신이 있는 꾀꼬리가 항의를 하자 학 대감은 조용히 타이르듯 해명을 한다.
‘꾀꼬리는 혀로 노래했기 때문에 3등이고, 기러기는 목으로 노래했기 때문에 2등이야! 뜸부기는 노래야 서툴지만 온 몸을 짜내어 속 깊은 진실한 노래를 했어! 그래서 1등이야!’
기교는 없어도 속 깊은 진실한 글이라야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뒷받침 해 주는 우화다.
심언(心言)과 관계되는 또 다른 실화(實話)가 있다.
1991년의 일이다. 일본에서 세계 탁구대회가 있었다. 그때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었는데 우리 현정화 선수와 북한의 이분이 선수가 한 조가 되어 잘 싸웠다. 일정을 다 마치고 헤어질 때 현정화가 ‘언니! 건강해야 돼!’
그 때 이분이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눈물은 만가지 의미를 담은 심언(心言)이였다. 말없는 눈물을 본 현정화는 이분이게게 달려가서 ‘언니! 울지마!’하며 부등켜 안고 목놓아 울어버리는 장면을 TV화면에서 보고 나는 나름대로 감동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곁에 섰던 남북 선수들 모두 얼싸안고 40분 동안이나 울음 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장면은 세월이 제법 흘렀는데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흔히들 말은 혼이라고들 한다. 혼으로 하는 말만 진실이 아니고, 혼으로 하는 몸짓 하나에도, 눈물 한 방울에도 가치로운 진실이 있다.
이런 진실이 글의 생명이며, 감동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화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에 의하면 ‘글은 피로써 써라. 피로 쓴 글만이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고 했다.
생각 속에서 글감이 떠오르면 윗물은 흘려버리고 뒤에 남는 진국, 즉 침전된 알갱이만을 건져 올려 써야 한다.
이때 조심스러운 것은, 지나치게 논리성을 강조하다 보면 논설문으로 전락하기 쉽고, 그렇다고 서정성을 강조하다 보면 넋두리가 되기 쉽다.
어휘 운용이 난삽하면 무미건조해지고 화려하게 쓰려고 노력하면 사실성을 잃게 된다.
그러니 이미지와 스토리와 지성과 감성이 함께 용해된 것이어야 한다.
글에서는 오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너무 단정적이거나 관념적인 생각을 피해야 하며, 어려운 문제를 대두시켜 박식한 척 하거나 고매한 척도 말아야 한다.
계몽하고 설득하여 깨닫게 하려는 자세는 더더구나 피해야 할 것이다.
수필은 지식을 전하는 도구가 아니고 지혜를 전하는 도구라고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탁월함을 과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의 결함이나 실패담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다루는 것이 좋다.
독자의 심금에 와 닿는 문장을 고르되 만사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응축한 것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리고 독자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화가가 산수화를 그릴 때, 산과 들을 그리면서 하늘은 그리지 않아도 산 위의 빈 공간은 하늘임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응축으로 여운을 동반하게 하고 그러면서 공감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직선적인 비판이나 계도는 피해야 하지만 간접적인 비판이나 은근한 삶의 교훈은 있어도 좋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격조와 향기, 그리고 지적인 무게 같은 것이 곁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은 쉬운 말로 써야 한다.
몽테뉴는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부드럽고 기교도 부리지 않으며 애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수식없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그려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슬픔을 너무 노출하면 구질구질한 넋두리가 되기 쉬우나, 그걸 감추면 그 슬픔에 격이 더하고 비극적인 예술성이 형성된다.
작가는 예리한 통찰력이 요구된다.
삼라만상 속에는 누구나 예사로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온갖 말씀과 형상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말씀과 형상은 듣고 보는 사람의 통창력 깊이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누에와 염소가 같은 뽕잎을 먹고도 서로 다른 결과를 빚는다. 누에는 값진 비단실을 뽑는데 염소는 딱딱한 배변을 남기는 이치와 같다.
작가는 사물을 보되 늘 관조하는 눈으로 보아야 하며 냉정하게 응시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 빚어진 작품을 읽고 나면 바람소리 멎은 바닷가에 파문이 밀려오듯 독자의 가슴에 잔잔한 여운이 밀려올 것이다.
글 쓰는 자세에 대하여 다시 요약해 본다.
글감이 생기면 정서적으로 순화하여 엮어본다. 논리적으로도 모순이 없도록 앞 뒤 연결을 생각하면서 작성해 나간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소재를 찾아서 기승전결에 따라 정리하고 체계화한다. 문장의 단락은 알맞게 끊고, 같은 단어의 되풀이 부분이 가급적 없도록 한다. 어법에 맞는지 검토하고 자기만 아는 어려운 표현은 가능한 피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잘 쓰겠다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담담하고 진솔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수필로 승화되려면 몇 가지 피해야 할 점이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주장을 너무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인에 대한 비판을 삼가야 한다.
·남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을 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신상명세서나 생활 보고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자기 주변 자랑을 하지 말아야 한다.
독자에게 기쁨을 주고, 감동을 주고, 조심스럽게 숨겨서 삶의 지혜를 주는 등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즉 출발점은 자기 탐구나 성찰이 될 수 있으나 귀착점은 인간 탐구, 인간 성찰이 되어야 한다.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외로워질 때,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자연과 문학을 사랑하게 된다. 외로운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때 높고 높은 진실한 세계가 열린다. 거기서 자기 삶을 소중히 하는 의지와 순수성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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