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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함혜자 |
날짜 : 08-04-24 17:22
조회 :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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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귀가하지 않은 작은 아이를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본다.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에 떠있던 연꽃인양 깊고 깊은 자정의 어둠속에 목련이 눈부시다. 자태로 보나 색깔로 보나 목련은 봄꽃 중의 상전이다.
흔히들 수능생을 상전이라 일컫지만 나에겐 어림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아이가 어느새 상전이 되어 내게 군림하기 시작했다.
의술의 도움으로 어렵게 세상 빛을 봤나하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에 의지한 채 사투를 벌이던 아이였으니 내게 상전임을 분명하다. 건강 외에는 그 무엇도 욕심내지 않을 거라며 매달리던 내 기도를 담보한지 어언 이십여 년이 되었다.
내가 대한민국의 여늬 어머니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며칠 전 수능생 학부모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후였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성적으로는 경률이는 in seoul 이 힘들 거 같아요‘
언젠지 모르게 생겨난 in seoul 이라는 단어가 계모라는 이름만큼 거부감을 갖게한다. 담임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돌아서자니 뻘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큼이나 답답하고 힘겹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아이의
‘다녀왔습니다’
라는 인사조차도 무시할 만큼 내 마음에 크고 무거운 자물쇠가 채워져 버렸다.
‘in seoul이 안된다는데 어쩔 참이니?’
‘지방대가면 되죠’
아이의 메마른 음성은 일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화살이 되어 나의 가슴에 명중되었다. 내 가슴에 불을 지르고 나의 말문을 막아버린 아이. 나의 감정을 추스르는 깊은 호흡소리는 흡사 한겨울 삭풍에 떠는 문풍지 울음이었다
양지쪽엔 하얀 버선발에 쓰개치마를 쓴 신부처럼 다소곳하고 화사한 목련이 있나하면 음지에는 소박맞은 여인의 보따리처럼 피지 못한 목련이 보인다. 헬스클럽 운동기계에 앉아 몸을 좌우로 돌리자니 양지쪽과 볕이 안 드는 건물 뒤쪽에 목련이 차례로 보인다. 볕을 온몸으로 받아 벌써 흐드러진 목련을 보자니 큰 아이의 모습이고, 잔뜩 웅크린 음지의 목련을 보자니 영락없이 기죽은 작은 아이의 모습이다. 꽃은 햇빛을 받고 피어나고 아이는 사랑을 받고 피어남을 문득 깨닫게 된다. 단지 먼저피고 나중 필 뿐 꽃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 않는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조금 늦더라도 언젠가를 나름의 꽃을 피울 작은 아이를 위해 좋아하는 호박전이라도 부쳐 아이 앞에 내밀며 사과를 해야겠다. 온실에서 핀 꽃보다 들에서 핀 꽃이 더 짙을 향을 풍길거라고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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