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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하향 |
날짜 : 03-11-25 18:33
조회 : 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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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그 매혹의 경지
-<선의 나침반 1,2>을 읽고-
그곳이 어디인줄 아십니까?
이 땅 한반도에 사는 한, 어느 누구나 그 곳으로 한발을 들여놓기는 정말 쉽거든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나 다름없지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가기는 해 놓고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몰라 거의 한 평생 헤매다 가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정작 그 분들은 자신들이 방향을 몰라서 헤맨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기 일쑤지요.
그곳에 들어간 이들 중에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손으로 꼽을 정도의 사람들만이 방향을 잘 찾아서, 그런 다음에는 또 쉬지 않고 달린 나머지 대망의 골인지점에 이르게 된다지요. 전설상에 있는 수미산 정상과 같은 그런 까마득한 경지, 그 경지의 찬란한 광채는 여전히 꿈조차 꾸지 못하고, 헐레벌떡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나를 포함하여 밤하늘에 별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요.
누구는 그곳을 찾아가서 자신이 쫓는 부귀, 세상의 명리, 자식의 성공, 가족들의 행복을 간구 하기도 하지요. 어떤 이는 그곳을 특정 종교집단으로 치부하여 아예 관심을 갖는 것조차 금기시 하고, 마치 그곳이 자기 신앙을 더럽히거나 신에게 불경을 저지르는 걸로 간주하기도 하지요.
그 곳이 어디일까요? 이름하여 '불교'라는 이름의 성채이지요.
<선의 나침반 1,2>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서양인들에게 불교의 교리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엮어진 일종의 불교 입문서이지요. 저자는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욱 유명한 숭산 대선사이고, 엮은이는 숭산 스님의 강의록을 4년여에 걸쳐 체계화시킨 제자 현각 스님이랍니다. 현각은 일전에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1,2>라는 자서전 성격의 책을 쓴 미국인 스님으로 숭산 대선사의 제자이지요.
우선 이 책은 현학적이지 않고 한 마디로 명쾌합니다.
소승, 대승, 선불교를 비교 설명하기 위해 '수박은 무엇인가'의 비유를 든 것이나,
'소승불교는 자전거 타고 가는 것이고, 대승불교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등등..
난해할 것 같은 교리나 경전들을 설명하는데 조차 간단한 비유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예화를 동원하여 이해를 돕고 있지요. 어느 한 곳 머뭇거림이나 막힘도 없고, 불교의 큰 줄기를 명쾌하게 보여주더군요. 역시 숭산 대선사는 세계 4대 생불로 꼽힌다고 하더니 그 명성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알고 보면, 사람들은 제각기 세상에서 각자의 목표를 따라 한 평생을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첨단(?)자본주의의 시대, 인간성이 날로 황폐화되어가는 세태이기에 사람들은 더욱 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속도지상'과 '이윤제일'을 부르짖는 이 각박한 세태에서 불교가 어떤 종교나 철학보다도 더 매력적인 우리 정신의 안내자라는 사실은 서양의 불교 붐에서도 잘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 까마득하고, 황홀한 경지에는 감히 이르지 못할 지라도, 다가갈수록 끌리는 그 성채에 이르는 길을 이렇게 쉽고도 친근하게 보여주는 책도 별로 보지 못했답니다. 최소한 나에게는 '선의 나침반'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근사한 지도 한 장을 얻은 기분이었답니다.
솔직히 말하건대, 그 동안 불교에 대한 제 생각은 정리 안된 다락방처럼 어수선했고, 그 수많은 교리는 백팔번뇌처럼 늘 복잡하게만 느껴졌거든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미혹한 중생에게도 불교의 교리(정확히 말해 삶의 의미)가 신선하고 정리된 느낌으로 다가왔답니다.
'어느 날 면벽하는 달마대사 앞에 혜가(慧可)라는 이름의 스님이 찾아왔다.
"대사님, 부디 저를 가르쳐주십시오."
"내가 진리를 얘기한다해도 그대는 나를 믿지 않을 것이오."
달마대사는 이렇게 말하며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혜가는 대뜸 그 자리에서 자기가 가져온 칼로 자기 팔을 싹둑 잘랐다. 그러나 달마대사는 한치의 놀람도, 움직임도 없었다. 혜가는 아픔으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부디 저의 마음을 편히 해주십시오."
달마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너의 마음을 나에게 달라. 그러면 편히 해주겠다."
"마음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습니다."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미 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순간 혜가는 깨달음을 얻어 달마를 이은 선불교의 2조가 된다. '
-선의 나침반 2권 86page-
주제넘게 감히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절에 무엇 하러 가시는지요?"
"부귀, 장수, 건강을 빌러 가지요." 라고 대답하면 죽비 30방!,
"남편 사업번창, 자녀 수능 고득점, 일류대합격을 빌러 갑니다!"라고 해도 죽비 30방!
정답: '오직 모를 뿐' 하, 하, 하....
*이 책을 읽기 전에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1,2/열림원>를 '에피타이저'삼아 읽으신다면 더욱 약효(?)가 좋을 듯 합니다.
당초 하버드를 주름답던 수재이고, 또 모태신앙의 기독교신자였던 현각 스님이 숭산대선사를 통해 불가에 귀의하게 되는 과정은 어떤 명작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했지요. 스님이 된 이후에도 예수를 버리기는커녕 그 신앙이 더욱 깊어진다는 데는 경탄을 금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혹시 그 출판사에서 뭐 좀 받았냐구요? 아니 이러면 좀 줄줄 알고....하, 하, 하...)
이 책을 읽은 인연으로 이승에서 제가 짓는 업(karma)이 조금이라도 '레벨 업(level up)'되리라는 희망을 떨칠 수 없으니, 천상 저는 여전히 뭔가에 집착하는 미욱한 중생인가 봅니다. -박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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