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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
  글쓴이 : 한국수필작… 날짜 : 17-12-21 21:12     조회 : 548    
제6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2017년)
 

수 상 작 : 보석(步石)
수 상 자 : 김선희

                    

  여름을 맞은 파주삼릉 숲은 하늘을 가릴 만큼 무성한 초록으로 짙어간다. 삼릉은 극상림에서 보이는 서어나무 군락이 있는 아주 오래된 숲이다. 요즘 이곳엔 식재한 꽃들이 더러 피어있기도 하지만 야생화는 미나리아재비만 조금 있을 뿐이고, 봄꽃이 지고 여름 꽃이 피어나기 전이어서 꽃이 귀하다.

다른 꽃들이 많이 피었을 때는 곤충을 유혹하기 힘들었던지 때를 맞춰 백당나무에 꽃이 피었다. 백당나무는 꽃이라고 해봐야 좁쌀 보다 작은 것들이 한 줌 모여 있을 뿐이어서, 꽃 주위에 헛꽃이라 부르는 낭화(浪花)를 대동하고 왔다. 볼품없는 진짜 꽃보다 헛꽃이 더 예뻐서 헛꽃만 피도록 개량한 이들도 있고, 커다랗게 핀 헛꽃 송이가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며 불두화(佛頭花)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뭉친 눈송이 같다고 스노우 볼이라 부른다는데, 사람마다 관점이 달라 이름이 여러 개이지만 스스로 번식할 수 없어 꺾꽂이를 해야 한다.

백당나무 꽃이 지고나면 가을부터 겨울까지 빨간 열매가 달리는데 힘들게 얻어서인지 색깔이 퍽 곱다. 꽃 중에는 진짜 꽃보다 훨씬 더 예쁜 헛꽃도 있고, 꽃받침이 더 예쁜 것들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참꽃도 예쁘긴 하지만 너무 작아서 진짜 꽃만 가지고는 곤충을 유혹할 수 없어 헛꽃이나 꽃받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헛꽃보다 작아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수정하기 어렵지만 열매를 맺는 건 볼품없는 참꽃이다.

헛꽃이 없으면 곤충이 모여들지 않으니 참꽃 입장에선 헛꽃이 얼마나 고마울까. 나는 그것이 진짜 꽃이 아니란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참 불쌍하다고 생각 했다. 그렇게 예쁘게 피었으면서 어째 수정할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는 운명이 되었나하고 말이다. 그러나 어디에서건 자기 역할에 충실한 모든 것은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다.

산수국도 백당나무처럼 참꽃과 헛꽃을 가지고 있는데, 참꽃의 가장자리에 달린 헛꽃은 청보라빛 참꽃 주위를 춤추며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화사하다. 헛꽃의 소임은 화려한 외관으로 곤충들을 유인하여 참꽃에 머물게 하는 것이지만, 꽃이 진 후에도 계속 남아 이듬해 봄까지 산수국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음이 못내 애처롭다.

산수국의 헛꽃만 핀 수국도 불두화처럼 씨앗을 만들지 못하는 꽃 중에 하나다. 산딸나무도 하얀 꽃잎 같은 총포 네 개를 만들어 곤충들을 불러들여 수정 하고 나면, 하얀 총포가 누렇게 변하면서 미련 없이 뚝 떨어져 버리고 만다. 산딸나무는 열매가 마치 딸기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작은 꽃 몽우리에 녹색 꽃이 촘촘히 모여 있어 헛꽃이 아니라면 벌 나비의 눈길을 끌지 못할 정도로 작고 특징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세상을 혼자 살 수는 없다. 함께 살면서 모두가 행복하려면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이 기본이다.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면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회사에서 홍보팀에 소속된 사람이 홍보는 안 하고 물건 만드는 게 좋다고 공장에 앉아 있다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판매가 불가능해 창고에 쌓아 두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회사도 망하고 그 속에 속한 자기도 망한다. 그렇게 볼 때, 헛꽃은 홍보 담당이니 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하겠다.

어렸을 적에 살던 집 안채 마루 앞 댓돌은 할아버지처럼 반듯했다. 말갛게 닦아 댓돌 위에 올려놓은 하얀 고무신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조막만한 손으로 바르게 놓곤 했다. 한여름에도 할아버지 모시적삼에선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대문을 벗어나면 우리들은 조심하던 말과 행동에서 자유로워졌다.

때로는 그 댓돌을 밥상 삼아 풀 뜯어 반찬 만들고 꽃 뜯어 밥을 지어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다. 댓돌은 다소 높은 마루에 쉽게 오르라고 배려한 디딤돌로 다른 말로는 보석(步石)이라 하는데, 역할도 그렇지만 한자를 빼고 보면 그 말도 예쁘다. 보석돌이 없었다면 어린 아이들이 마루에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어른들도 점잖게 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살면서 내게 맡겨진 역할은 상황에 따라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내가 꼭 하고 싶은 한 가지는 보석 역할이다. 모든 이의 조명을 받는 주인공 역할의 보석(寶石)의 존재가 아니라, 남의 편리를 위해 디딤돌이 되어주는 보석(步石)역할 말이다.

내 아이도 셋이나 되지만 아이들과 지내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NIE 지도, 독서지도, 기후강사, 숲 해설, 역사탐험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하지만, 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낮선 환경을 접할 때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시도조차 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수월하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편안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팔을 잡아끌거나 번쩍 안아서 마루에 올려놓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내 욕심일 뿐이고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높은 마루를 짧은 다리를 벌려가며 버둥버둥 그냥 오르려면 얼마나 버겁고 힘겨울까. 힘들고 서툴러도 디딤돌을 딛고 아이들 스스로 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해결해 줄 수 없다면, 스스로 헤쳐 나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석(步石) 역할일 것이다. 그래서 백당나무나 산수국에 달린 헛꽃이 유성화가 아니라고 하여 가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헛꽃이 디딤돌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어찌 그렇게 예쁘고 고운 빨간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 가까이에서 낭화(浪花) 같은 보석이 되어주고 싶다.

 

김선희(汀彬) 약력

kimsunny0202@hanmail.net

파주신문 인물인터뷰 작가

생태역사문화체험 <자연에서> 대표

수필집 <보석 步石>, 동시집 <천사를 위하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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