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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
  글쓴이 : 한국수필작… 날짜 : 16-12-07 09:26     조회 : 722    
제5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2016년)전,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 상 자 : 황옥주
수 상 작 : 복사꽃 향수

복사꽃 향수鄕愁

 

   옛날, 시골집 울타리엔 거의 예외 없이 복사나무 살구나무 한 그루쯤은 있었다. 당시는 모두 재래종으로 살구는 그런대로 과일구실이라도 했지만 복사나무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오로지 꽃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시골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나무다.

   이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적이면 개구쟁이들은 골목골목을 내달으며 남의 집 꽃 대궐을 무단히 드나들었다. 온종일을 쏘다녀도 배도 고프지 않았던 시절, 고향의 묵은 그림이다.

   추억은 춤추는 봄 아지랑이 같은 것, ‘고향의 봄노래에 옛집이 눈에 어리고 복사꽃 피는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는 시구에 마음을 주체 못하는 나는 지금도 철부지 촌놈이다.

   언젠가부터 건강 어쩌고 하는 세정에 밀려 매실나무가 퍼져가더니 벚꽃무리에 눌려 홀로 선 복사나무는 이제 꽃나무 행세도 못한다. 하늘 끝에 일어난 구름이 사람의 뜻이 아니 듯 꽃들의 영락과 부침도 다 시류 탓인가?

   봄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하나 둘 일찍도 얼굴을 내 민다. 벌써부터 상춘의 유혹을 부추기려는지 이월의 끝자락에 성급한 벚꽃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상춘은 먼저 꽃의 유혹이 있어야하고 꽃놀이라면 단연 벚꽃이다. 관광버스들은 벚꽃단지를 찾아 달리고 이때쯤이면 여인들의 입술 색이 짙어지며 옷차림도 화려해진다. 며칠간은 버스 안도 벚나무 밑도 조용할 틈이 없을 것이다. 먹고 마시고 박자를 잃어버린 노랫가락에 보는 사람마저 흔들리게 하는 현상은 해마다 늘 보아왔던 일이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상춘객이 는다고 나쁠 것은 없지 싶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것도 좋거니와, 화색을 띈 낫낫한 얼굴이 꿈을 잃은 사람들의 우울한 표정보다 보기 좋을뿐더러 무람없이 다가서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미(世味)에 편승하여 병처럼 번지는 벚나무 식재는 생각해볼 일이다. 이러다간 사방에 온통 벚꽃세상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사람의 취향이 다르더라도 좋아하는 것은 대체로 비슷하다. 장미는 가염(佳艶)의 으뜸이며 화관이 아름답기는 목련이 제일이다. 피어날 때 아름다우면 무엇 하리. 시들 때의 모습은 딱할 정도로 추하다. 빛바랜 채 악착같이 달라붙어 거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에 젖어 있는 몰골은 정나미가 떨어진다.

   어차피 화무십일홍일 바에 처음의 요염한 눈빛 그대로, 고고한 매무새로 지는 것이 꽃다울진대 시들면서 드러내는 추함이라니.

   벚꽃은 꽃답게 피었다가 꽃답게 진다. 화사한 만개도 장관인데 일말의 미련도 없다는 양, 건 듯 부는 바람에도 꽃비 되어 쏟아지는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면서 황홀함을 느끼게 하는 꽃은 아마 벚꽃뿐이지 싶다. 게다가 선명함을 잃지 않아 땅에 떨어져 뒹굴어도 지는 꽃 같지가 않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지만, 어쩐지 우리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꽃이 벚꽃이다. 아름다움만 생각한다면 어떤 꽃, 어느 나라꽃인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만 하필이면 일본의 국화가 기세를 떨치며 날로 퍼져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배알이 뒤틀린다.

   벚나무 원산지가 제주도이니 벚나무를 많이 심어도 상관이 없다는 이들도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누가 원산지를 따지고 꽃을 즐기며, 원산지 때문에 꽃의 호불호가 바뀔까?

   중국인들은 일본의 국화라고 기존의 벚나무도 베어버린다기에 작년 봄 중국 시안여행을 하면서 일부러 눈여겨보았었다. 6백만이 넘는다는 도시의 한 공원에서만 겹으로 된 벚나무 약간을 보았을 뿐이다. 금년 2월 말, 황산여행 때도 필까말까 망설이는 산 벚꽃 몇 그루를 그것도 산록에서 보고 왔다.

   중국이 그런다고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둡던 시절, 강제로 심어놓은 것만도 골마다 넘치는데 자꾸만 더 심으려는 뜻이 씨식잖다. 뽑아내려는 나라와 더 못 심어 안달인 나라, 같은 아픔을 겪었음에도 두 나라의 정서가 이리 다르다. 치매는 개인의 비극이지만 역사의 망각은 민족의 뿌리를 흔들리게 한다.

   국제공항은 외국인이 들어오는 나라 길목이다. 봄철,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굽어보면 개나리는 벚꽃에 가려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일본의 국화가 외국인 접반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연분홍 복사꽃이 무리지어 피고 지고, 이어서 무궁화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면 외국인들이 싫어할까? 국제공항으로서의 격이 떨어질까? 어딘지 아쉽고 서운타는 감정을 지울 수 없다.

   향수는 그리움이다. 가슴 미어지게 밀려오는 애타는 그리움이다. 물동이 인 꽃 댕기 누나가 웃음 주며 오고가던, 복사꽃 피던 골목길은 고향의 길 꿈속의 길이다.

   무언가에 쫓기 듯 사라져가는 그 복사꽃에서 내 어제를 본다. 선연한 꽃잎 위에 풋풋했던 젊은 날을 포개어본다.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어딘가로 끌려가는 나, 가슴은 뜨겁고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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