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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
  글쓴이 : 한국수필작… 날짜 : 15-06-13 11:34     조회 : 1301    
제2회 한국수필작가회 동인작품상(2013년) 전,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 상 자 :  최  춘
*수 상 작 : 아기 냄새
 

아기 냄새

 

아주머니, 공과금은 제가 낼 거고 월세는 우리 오빠가 낼 거예요.”

탤런트 김태희보다 예쁜 여자가 말했다. 한 남자와 나란히 앉은 그녀. 그들은 신혼부부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임차인 새댁이고 보증금은 그녀의 신랑이 즉석에서 휴대폰으로 내 통장으로 송금했다.

내가 이십여 년 동안 모아 둔 계약서를 보면 임차인은 으레 남편이었다. 남편은 직장에 다니고 아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하고 공과금과 월세를 대신 냈다.

그런데 요즘 입주하는 부부들은 예전에 살던 사람들과 다르다. 부부가 함께 직장에 다니며 임차인은 아내이다. 보증금과 월세는 남편이 내고 공과금은 아내가 직접 낸다.

남편이 전업주부인 외벌이 부부도 있다. 남자는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하며 설거지도 한다. 아침 햇살을 마주하고 마당 끝에 있는 건조대 앞에서 빨래를 탈탈 털어 널거나, 저녁놀을 등지고 가족들의 마른 빨래를 걷는 일도 자연스럽다. 물론 월세와 공과금도 남자가 낸다.

달라진 세상. 맞벌이 신혼부부가 각자 부담하며 산다는 것,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다는 것, 남자 전업주부도 늘어난다는 것. 아무리 신문과 방송에서 보고 들었지만 내게는 낯설다. 특히 아기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집 아래층 사람들을 보면서 그것을 실감하게 된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아래층 사람들 중에는 아기 있는 부부가 있었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 둔 부부도 있었다. 마당 이 쪽에서 저 쪽 끝까지 매어 놓은 빨랫줄에서는 기저귀와 아기 옷이 나란히 햇볕을 받으며 그네를 탔다. 그리고 대추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에서는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저녁을 맞이했다. 아기는 퇴근하는 아빠를 반기며 방긋방긋 웃고 아빠가 흔드는 딸랑이 소리에 까르르 웃었다.

언제부턴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신혼부부가 입주해서 몇 년을 살아도 허리를 한껏 뒤로 젖히고 뒤뚱거리며 걷는 임신부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은근히 아기 있는 젊은 부부가 입주하기를 기대했다.

어느 날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노부부가 들어왔다. 얼마 후 그들의 조카부부가 두 살 된 아기를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들은 사람 수가 늘어난 걸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아기가 있어서 기쁘게 맞이했다. 그 집 문 앞을 지나 계단을 오를 때는 아기 냄새가 나서 좋았다. 그런데다가 함박눈 소복소복 쌓이는 날, 아기엄마가 둘째아이를 낳았다. 우리 집 경사처럼 기분 좋았다. 눈길을 걸어 시장을 다녀오는데 내 발걸음 소리마저 나를 설레게 했다. 미역과 쇠고기를 아기엄마에게 건네주고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복덩어리!”

마치 내 집 곳곳에서 부챗살 모양으로 생명의 빛이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햇살도 사뿐사뿐 담을 타며 춤추는 듯 반짝였다. 괜스레 실없는 사람처럼 빙그레 웃고 어깨도 들썩거리곤 했다.

겨울밤, 별들이 반짝이는 밤, 아직 눈도 못 맞추는 아기가 운다.

어디가 아픈 걸까. 기저귀 갈아 달라는 걸까. 그냥, 그냥 엄마한테 떼쓰는 걸까.

아기는 나에게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기도하게 한다. 그러다가 어느새 엄마와 말을 주고받으며 고요히 마음에 평화를 준다.

옹아, 오옹아, 옹알옹알.”

어이쿠, ~ 그래쪄, 어구구구 어이쿠.”

까르르르, 카캬캬캬.”

아기 웃음소리가 별에 닿을 듯하다.

아기가 내는 모든 소리는 복을 부르는 소리이고 평화의 종소리다. 엄마만 알아듣는 옹알이가 들려오는 이 순간, 언뜻언뜻 코끝을 스치는 아기 냄새가 좋다. 한 울타리 안에서 아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심사평 : '페미니즘 문학'에서 비롯된 핵가족제도와, 독신자유화  

               로 인한 아기부재의 가정문제점을 형상화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수필이다.

 

 
 
*수 상 자 : 민아리
*수 상 작 : 선 물
 

선 물

 

  “에미야, 빨리 구리이 안 찾고 뭐하노.”

오늘은 구렁이 꿈을 꾸신 모양이다. 어머니가 요즘 꿈과 생시를 구분하지 못하시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구리이가 벽에 붙어있는데 우찌 그리도 길겠노.”

분주한 아침 시간, 어머니의 꿈 이야기가 구렁이만큼이나 길다. 한 귀로 흘려듣다 말고 부엌으로 향한다. 마음이 바쁘다. 어머니가 드실 죽을 저으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한복집에 가 있다.

오늘은 예비신랑·신부의 한복을 맞추러 가는 날이다. 집을 나서니 아파트 마당에 봄빛이 가득하다.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목련 나무 가지로 돌아와 주었다. 4월의 설경, 단지 내 화단이 온통 하얀 목련꽃으로 뒤덮여 있다.

자세히 둘러보니 화단의 방향마다 개화의 정도가 각기 다르다. 우리 동 화단의 꽃들은 주먹만 하게 부풀어 올라 물을 머금은 듯 싱그럽다. 하얀 목련꽃 봉오리처럼 청순한 것도 없으리라. 예비며느리의 미소가 떠오른다. 활짝 벌어진 후 하나둘 시들어가고 있는 앞 동 꽃들은 내 자화상만 같아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정남향인 옆 동 화단의 한 나무에는 바싹 말라버린 갈색 꽃잎들이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 어머니의 육신처럼 만지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가랑잎의 형상이다. 저처럼 처연하게 사그라지는 꽃이 또 있을까.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아들의 차가 내 옆에 바짝 다가와 선다. 무심코 막 앞문을 열려는데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아들의 표정이 야릇하다. , 그렇지! 아들의 옆자리에는 당연히 아들의 여자가 앉아야 하는 것을. 이제부턴 마땅히 뒷자리로 물러나 앉아야 하느니. 차 안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도중에 아들의 여자가 합류하자 차 안은 갑자기 생기가 넘친다. 그녀가 타기 전과 후의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운전 중에도 저런 표정, 저런 웃음을 지으며 가녀린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저 살뜰한 청년은 정녕 누구란 말인가. 청년의 모습에서 언뜻 총각 시절의 남편을 본다. 그땐 남편도 저러했었지.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곧이어 따라붙는, 소외감과도 같은 묘한 기분은 또 뭐란 말인가. ‘시어머니란 바로 이런 기분을 극복한 선배들의 이름일 터이다. 갑자기 어머니가 몹시 보고 싶어진다. 아침에 꿈 이야기를 좀 더 성의 있게 들어드릴걸. 그런데 가만! 구렁이 꿈이면 혹시 태몽이 아닐까? 증손을 본 후 떠나고 싶어하는 육친으로서의 간구가 혹시 태몽으로 발현된 것은 아닐까?

한복집사장은 며칠 전 내가 미리 골라놓은 치마저고릿감 서너 가지를 내어놓는다. 빛깔들이 참 곱다. 이것저것 몸에 대보며 나와 아들에게 어떠냐고 묻는 예비며느리를 지켜보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고운 녹의홍상을 지어 입히고 싶은 욕심뿐이다.

어머니도 그러하셨다. 스물다섯 살의 며느리를 위해 노방천에 목련꽃 봉오리 자수가 새겨진 웨딩드레스를 골라주신 후, 디자이너에게 세심히 신경 써달라고 누누이 당부하셨었다. 어머니가 앉으셨던 그 자리에 지금은 내가 앉아 또 다른 며느리를 지켜보고 있다. 언젠가 저 아이 또한 저의 시할머니가 앉았고 시어미가 앉았던 이 자리에 앉아, 똑같은 마음으로 제 며느리를 지켜보리라.

32년이란 세월이 언제 그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을까. 며느리의 웨딩드레스를 정성스레 골라주시던 마흔아홉의 젊디젊던 어머니는, 이제 말기 암과 치매로 나날이 사위어만 가고 있다.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이 어디 있으랴. 뉘라서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겠는가. 아들이 내 품을 떠나는 것도, 새색시였던 내가 시어미가 되는 것도, 어머니가 먼 길 떠날 채비를 하시는 것도, 모두 순환의 섭리인 것을. 시들어 땅에 떨어진 꽃잎이 이듬해 또 다른 꽃잎을 피워 올리듯, 한 생명이 스러져감은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전주곡일지니, 언젠가 다가올 어머니의 일을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그리고 시어미가 되는 날, 신부의 다홍치마에 대추 밤과 함께 어머니의 태몽 선물, 흔쾌히 던져 주리라.

 
*심사평 : 시어머니와 며느리, 손자며느리 등 세 영성의 관계를, 꿈을
              동기로 하여,아들을 통한 혈통의 선물로 반전시킴으로서,
              예술적으로 변형화 된 점이 돋보이는 수필이다.
 
*심사위원
  한영자(심사위원장), 장정식,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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