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舞巫로 비상하며

차 혜숙

1983년 KBS 자녀교육체험수기 당선을 계기로 인해 수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숙 선생님의 도움으로 윤모촌 선생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고 그 분의 저서인 「서울 뻐꾸기」에서처럼 깔끔하고 선비격인 수필론을 가르침 받았습니다.

수필은 함축되어야 되고 명확하고, 주제가 확실해야 되며 소박하고 진솔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가르침 속에서도 원고지 쓰는 법이나 어휘, 어미 처리 등 문장에 대한 호흡조차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문학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저 쓰는 열정 때문에 억지춘향격으로 7편을 쓰게 되었고 그 중 「다락방」이 초회 추천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일상을 통해 내 인생을 설계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윤모촌 선생님은 내 생활이 곧 수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까지도 그 분의 말씀의 의미조차 몰랐던 무지함. 얼굴조차 모르는 그저 글을 보고 초회 추천을 해 주신 서정범 교수님. 내가 이제 작가가 되는 것인가 하는 기쁨과 지면에 활자화되어 나온 내 글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신문을 통해 중앙문화센터 문학 강좌에 서정범 교수님이 실린 것을 보고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찾아 뵌 것이 호되게 수필 훈련을 받게 된 기회가 된 듯싶습니다. 미사여구를 남발하던 만큼 거친 문장력에 콧대는 높아 세상을 모르는 안하무인격인 내 생활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수필이 딱딱하다고 하나 교수님의 수필론을 통해 위트와 유머를 삽입해 절묘하게 재미를 가하는 수필법, 해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면이 있어야 함을 말씀한 서정범 교수님은 수필에 있어서 공감대도 중요하나 문장전체에 한 줄이라도 철학적인 면이 있으면 그 글은 살아 있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울러 글을 쓸 때 요령과 띄어쓰기하며 제목을 정할 때의 요령 등 꼼꼼히 지도해 주신 덕택에 「호박꽃」이 「박꽃」으로 변신되어 7개월 여의 수업을 거쳐 추천완료 작품 「박꽃」으로 태어났습니다.

추천완료 동시와 아울러 사물을 보는 심미안도 조금씩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때 저는 제2의 인생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죽을 때가 되면 마음이 바뀐다는데 아마도 죽는 것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해서 두려워했고 그런 나를 지켜보는 교수님은 이제야 인간이 되는구나 하셨습니다.

그 후 많은 분들의 도움, 조경희 회장님을 비롯 이철호 선생님, 선배 여러분의 힘을 입어 열심히 쓰게 되었습니다. 음식점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한 귀퉁이에 앉아 쓰고자 노력했던 시간들. 현실과 이상이 맞질 않아서 오는 갈등으로 인한 괴로움의 나날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스승화되지 않기 위해 갈등도 했으나 글 속에서 나타나듯 수필을 읽기만 해도 아! 이분은 누구의 가르침을 받았구나 하는 것을 순식간에 식별해 낼 수 있기에 그제서야 깨닫게 된 것은 홀로서기 작업이었습니다. 더욱이 수필에 있어서 진솔성에 대한 의미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은근한 맛을 풍기는 그런 글은 언제 나올 것인지.

고심 끝에 쓰게 된 「빈대떡 유감」 나는 내 생활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기에 표출해 낸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내 살갗이 벗겨나가는 듯한 부끄러움도 느껴 보았습니다.

「차혜숙 씨 빈대떡 굽다말고 여긴 웬일이야」 라고 하는 반농조의 말을 듣게 되었을 때 작품에 대한 비평은 물론이고 글에 대한 책임감하며 글로 인해 표출되는 삶이 때론 고통으로 수반됨에 진실은 어디까지 밝혀야 하고 어디까지 감추어야 하는가. 얼마만큼 노련해야 은근한 맛을 내어 씹으면 씹을수록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글이 되는가.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살아온 직업에 대한 갈등을 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빈대떡 유감」을 통해서 말입니다. 2년 여의 공백 기간, 외도로 인해 사보잡지에 콩트를 싣다보니 그때 터득한 것이 역시 수필도 잘 익은 석류알처럼 탁 터뜨려야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도 읽어지지 않는 글은 더욱 부끄러울 뿐이기에 나는 학자도 아니요. 어떤 전문분야에 전문가도 아니요. 그렇다면 유식함을 나타낸다 한들 무슨 소용이며 그저 내 주변에 처해진 상황을 부끄럼 없이 써내는 일.

그것이 바로 내가 수필을 쓰는 일임을 깨달을 수 있었기에 「바람에 스친 인연」을 비롯, 인연에 대한 글을 써오다가 신의 오발탄으로 무속인이 되어 새로운 생활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제 기에 대한 남다른 예지력을 갖게 된 수필가로서 《무무무(無舞巫)》라는 첫 수필집을 내게 되었고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를 통해 샤만이 되었음을 만인에게 알렸습니다.

비로소 기가 가장 강한 문학이나 예술분야의 사람들 앞에서 맨발로 뛰어올라 훨훨 날아 비상을 했노라고 고한 것입니다. 끝없이 이상만 추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추락했을 때 절망적이었는데 그제서야 원초적인 본능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거듭 태어났습니다. 양파껍질을 벗듯이 비록 모든 것이 無로 될지라도 문학적인 기를 생활을 통해 얻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끄럽게나마 나를 이 자리에 세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