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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주안 |
날짜 : 07-11-28 15:23
조회 :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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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내 의식을 투영시키는 작업
신 일 수
나는 평소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의 어휘력 부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글감에서부터 서술 내용의 전개나, 서두는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마무리 지어 나가느냐의 문제에 상당히 고심을 하고 있다.
그것뿐만 아니고, 글을 다 써 놓고도 제목을 정하지 못해 몇 날을 두고 생각에 잠길 때도 있다.
신변잡기가 수필의 격을 떨어뜨린다고도 하고, 진실을 바탕으로 생각을 펼쳐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담겨 있어야 수필다운 수필이 된다고도 한다.
글을 쓰면서 언제나 지워지지 않는 안타까움은 다른 일에 10년이나 20년 정도 정진했더라면 달관의 경지에 도달했음직도 한데, 해를 거듭할수록 붓끝은 자꾸만 무디어져 가고, 진통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게다가 원고 마감일이 임박해서도 탈고되지 않은 지경에 이르면 그냥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그러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고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해 보지만 별다른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평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좋아만 보인다.
이것은 결코 남의 밥에 든 콩이 더 커 보이는 이유만은 아닌 것 같은데도, 내 의식을 투영시키는 이 작업이야말로 이렇듯 나 혼자만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짧은 글이기 때문에 시처럼 간결해야 하고, 소설처럼 독자를 끌어당기는 재미도 있어야 하며, 현실성이 결여된 허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말을 얼마나 들어 왔는지 모른다.
어쩌다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신수가 좋아 보인다’느니 ‘틀이 잡혀 간다’는 둥, 듣기에 따라 다소 겸연쩍은 말들을 보내오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때는 몸이 쇳덩어리 같다는 말을 가끔 듣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나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나로서는 그냥 듣기 좋은 가벼운 인사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시력이며 기관지, 소화기 계통도 전만 같지 않은 데다, 근년에 들어서는 한 해를 보내는 세모나 새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심한 몸살을 앓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설날을 전후해서 열흘 가량 꼼짝없이 드러누워 아랫목 신세를 지고 말았다. 이렇듯 겉은 멀쩡해 보이나 속사정은 그렇지 못한 게 나의 실체인지라 요즘은 생동감이 있고 활력이 넘쳐 보이는 사람들을 대하면 은근히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줄의 글도 시원스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언제나 서성대는 내 자신이 자꾸만 나약해 보이는 것도 어쩌면 육신의 됨됨이를 정확히 투시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多讀, 多作, 多思란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많이 읽고 많이 쓰며 깊이 생각하는 것만이 수필에 익숙해지는 요령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늘 주머니 속에 메모지를 넣고 다닌다. 그것은 길을 걸을 때나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받을 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아 두기 위함이다.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같은 데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으면 스크랩 해 두었다가 그것으로 글감을 삼기도 한다.
주제와 소재의 상관관계에 있어서도 하나의 주제가 설정되고 소재가 정리되면 귀납적, 아니면 연역적으로 구성을 할 것인가를 먼저 염두에 둔다. 대개의 경우 소재, 주제의 순서를 취하는 귀납적인 방법으로 문장을 엮어 가지만, 주제를 강하게 내세우고 싶으면 주제, 소재의 순서를 취하는 연역적 구성을 할 때도 있다. 테마수필이나 청탁의 경우나 미리 제목이 주어졌을 경우는 주제, 제목의 순서가 되겠지만 제목은 주제를 집약 또는 상징하는 구체적인 것이 좋을성싶다.
그래서 제목을 작품 내용 가운데서 인용하기도 하고, 때론 암시성을 지닐 수 있는 것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닐 땐 몇 날을 두고 고심할 때도 있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서두를 어떻게 끄집어내느냐 하는 것도 작품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일 수도 있다. 극히 평범하면서도 눈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쉬우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고 담백하고 함축성 있는 어휘나 문장이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한 편의 글이 완성되면 서너 차례의 교정과 퇴고의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탈고하게 된다.
누구든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실체에 대해 무지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보다 진실된 나를 발견하고 고백적 용기로 가식 없이 내 마음을 표출하며 동료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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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안 |
07-11-28 1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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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필작법> 재판 교정을 마치고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50명의 회원들 원고를 다시 꼼꼼히 뒤져보는 일도 수월치 않더군요. 마춤법, 띄어쓰기, 오자를 찾아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정된 부분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교정을 보면 볼수록 우리 말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수필특강에 그간 등재치 못했던 점 양해바라면서 부지런히 수정된 원고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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