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필을 이렇게 쓰고 싶다 

임 재 문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나는 한국수필지에 추천이 완료되고 수필가협회, 문인협회 등에도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수필집 《담 너머 부는 바람》을 상재하여 출판기념회도 가진 바 있다. 그리고 우리 수필모임에 관한 일이라면 어느 누구 못지않게 열과 성의를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작가다. 나는 수필가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본 적이 없다. 그만큼 등단 후 지금까지 유명무실한 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작가 등단이라는 설렘과 기대 속에서 작가가 되기만 하면 당연히 원고 청탁은 물론 신데렐라같이 인기 작가로 세인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등단을 위해 밤잠을 설칠 때도 있었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렇게 기대했던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몇몇 동인지에 그저 명맥을 이을 정도의 글을 발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재탕, 삼탕으로 글을 게재할 때도 있었으니 이 자리를 빌어 참회하는 마음으로 고백하며 이후로는 작가의 양심을 걸고, 재탕하지는 않으리라고 다짐해 본다.

  또 ‘글은 곧 인간이다’ 라고 할 정도로 글 속에는 작가의 삶의 향기가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렇게 향기롭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수필적인 삶이 아닌 무덤덤한 삶이 아니었던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제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하여 참으로 수필가로서의 자질을 갖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또 지금까지의 내 글은 아무래도 신변잡기에 불과한 글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또 개성을 살리지 못한 평범한 것들이요, 등단 후 장족의 발전을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퇴보한 감도 없지 않다. 이제 또 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몇 가지 새로운 다짐을 통하여 각성의 계기로 삼으련다. 수필의 소재를 찾아나서야겠다. 나는 수필의 소재를 나 자신의 변두리에서만 찾았었다. 거미처럼 얼기설기 줄을 쳐 두고 그저 커다란 소재가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꼴이었다. 이제는 수필의 소재를 찾아 나서야겠다. 수필의 소재가 발견되면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흔히 나를 아는 사람들은 교도관 생활을 하니 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소재로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색적인 삶이라고 하여 다 수필의 소재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이야기가 내 수필의 소재가 된 적도 있기는 하지만…

  이제야 나는 비로소 소재의 빈곤함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다. 이제 나는 목마른 사슴처럼 열심히 찾아 나서서 다양한 소재의 글을 쓰도록 해야겠다. 수필 쓰는 분위기를 살려야겠다. 나는 사실 아직까지 내 서재를 갖지 못했다. 아무 데나 펴 놓고 앉으면 그만이었다. 때로는 그것이 어떤 현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깊은 사색의 경지에서 쓰여져야 하는 것이 수필이라고 할 때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초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필을 다듬고 살을 붙이고 완성하는 단계에서는 꼭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말이다. 그곳에 따끈한 차 한 잔이 있으면 더욱 좋겠고, 때로는 성가라든가 흘러간 가요라도 조용히 들려온다면 내 상상의 날개는 더욱더 멀리 펼쳐지리라.

  다독, 다작, 다상량을 생활화해야겠다. 소설은 물론이요, 시와 수필 등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읽어야겠다. 등단하기 전에는 전집류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읽었을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내게 꼭 필요한 부분은 스크랩해 두는 것을 취미로 알았었는데, 이제는 게을러져서 이따금 성의로 보내 주는 기증본도 때로는 다 읽지 못할 때가 있으니 송구스럽기만 한다.

  이제 밤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열심히 읽어야겠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기도 쓰고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보다는 편지로 사연을 전하고 글 쓰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무엇보다도 수필집 몇 편쯤 여유를 두어 써 놓고, 원고 마감날짜에 허둥대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해야겠다. 수필이 깊은 사색의 경지에서 우러나오는 글이기에 끊임없이 헤아려 생각하는 것을 일과로 삼아야겠다.

  개성과 위트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남이 다 해 버린 이야기를 내가 또 들먹거렸을 때의 싱거움을 어쩌랴. 꼭 남을 깜짝 놀라게 하고, 또 남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만이 간직하고 있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위트와 폭소를 자아낼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 수필 쓰는 일에도 수필 모임에도 더욱더 열심을 내어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