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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情)과 미(美)를 추구하는 수필쓰기/박영자
  글쓴이 : 김주안 날짜 : 08-03-02 09:11     조회 : 2270    

정(情)과 미(美)를 추구하는 수필쓰기

박 영 자

‘수필’ 하면 나는 한 폭의 동양란을 떠올린다.

원로 수필가 피천득 선생께서 수필을 난(蘭)에 비유했는데 그 말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난은 간결하고 단아하며 수수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그 향기가 은근하여 신비하기까지 하니 고고한 선비의 인품에 비교되기도 한다. 수필은 난(蘭)처럼 그 격이 높아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한다.

20대에 시인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나는 열아홉 살에 조그만 시골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막연하게나마 문학을 선망하며 자취방 호롱불 밑에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때는 문학의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결혼하고 가정과 직장생활에 부대끼다보니 책을 읽는 즐거움도 문학의 꿈도 점차 멀어져 갔다.

30대가 되어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글짓기 지도를 맡게 되었다. 글짓기 지도는 아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일이라 무척 고심하였다. 자연히 글 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글짓기 지도에 열성으로 매달리면서 잠자고 있던 문학의 열망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동시를 썼다. 아이들 속에 묻혀 사는 생활이니 자연발생적인 일이라고나 할까. 얼마 후에 새교실이라는 교육잡지에 동시와 수필이 추천되었고 이에 용기를 얻어 대한교련과 KBS가 공동 주최한 ‘사도실천기’ 에 응모하여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때 내 나이 벌써 40을 넘고 있었다.

동시를 쓰며 맑은 동심을 퍼 올리는 일도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절실한 아픔이나 생활에서 체험한 감동적인 일을 동시라는 그릇 속에 담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고 성이 차지 않았다. 결국 나는 수필을 쓰게 되었고 나이 50에 늦깎이로 등단하게 되었다.

나는 왜 수필을 쓰는가 반문해 본다. 첫째는 내 마음의 정화(淨化)다. 삶이 고달플 때나 가슴속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을 때 고해(告解)를 하듯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마음의 동요가 가라앉고 위안이 되며 가슴이 맑아지는 것을 체험한다.

또 내 아픔이나, 감동을 받은 이야기를 혼자서 생각하고 느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같이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사회적인 淨化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오염된 바닷물에 내가 맑은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그 바닷물이 금세 맑아질 리는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한 방울의 물만큼 맑아진 것은 사실이다. 글의 홍수시대에 내 글이 淨化는커녕 오히려 공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욱 어렵고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젊은 날 한 선배가 느닷없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정(情)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선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미(美)자 한 자를 써 놓고 아름다움은 영원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지금까지 가슴속에 담고 살아 왔지만 그 본질이나 깊이에 대하여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기에 그것은 영원한 화두(話頭)가 되어 가슴 밑바닥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쓰는 수필도 정(情)과 미(美)에 뿌리를 둔 생활수필이나 서정수필이 대부분이다. 情은 눈물이요 인생의 지하수다. 지하수가 없는 땅은 척박하다. 인간의 내면에 흐르는 따뜻함이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은 광대무변하여 평생을 찾아도 끝없이 솟아날 것이다.

수필은 진실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허구를 용납하지 않는다. 진실 이상 감동을 주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 아는 만큼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정직하게 모른다고 쓸 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은 깨달음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수필 이론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수필 이론을 모르는 아마츄어의 글에서도 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필에서의 금기사항 몇 가지를 점검할 뿐이다. 쓸데없이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는가. 문장이 너무 길거나 수다스럽지 않는가. 솔직하지 못한 면은 없는가. 미사여구로 치장하려고 하지는 않았나. 쉬운 우리말을 두고 어려운 말을 쓰지는 않았나. 쓰려고 하는 주제는 드러났는가 등이다.

적당한 소재가 잡히면 며칠이고 가슴속에 넣고 생각을 익힌다. 어느 정도 구상이 되면 글의 개요를 짠다. 소재의 전개 순서를 짜 놓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글이 훨씬 수월하게 나갈 뿐 아니라 글의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가 되면 문장이 길지 않게 호흡을 조절하고 몇 번이고 다듬는다. 다시 볼 때마다 고칠 것은 나오게 마련이다. 다음은 가족에게 읽혀서 걸리는 부분을 찾아내게 한다. 이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도 미진하고 자신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너무 완벽주의가 되면 여간해서 글 한 편 발표하지도 못하고 말 것이니 독자의 혹독한 비판을 각오하고 원고를 부칠 수밖에 없다.

좋은 수필을 읽고 나면 그 감동이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지만 좋은 수필 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 좋은 글은 욕심만으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담담하게 쓸 때 더 공감을 얻는 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은 나의 진실된 표정을 찾는 일이다. 못나면 못난 대로 내 모습을 그리는 일이다. 장미의 화려함이 있는가하면 풀꽃의 수수함도 있는 것이다. 풀꽃도 그 나름대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며 그 나름의 몫을 하면서 삶을 살 듯이 나도 내 생긴대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서두르기보다는 유유자적하게 내 삶을 꾸려나가며 무엇보다도 마음 닦기에 힘쓸 것이다. 그래서 한 폭의 동양란 같은 수필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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