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좋은 어머니(Good-enough-mother)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께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 아이가 내가 낳은 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견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과 비교하여 점점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요. 중요한 것은 어머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엄마의 젖가슴에서, 아빠의 어깨를 떠나, 동아리들의 손을 잡고, 이성의 친구를 만나서 배우자를 선택하여, 부모 노릇하고, 일을 하고, 다시 부모를 부양하다 아이들 출가시키고, 노인이 되어 천국으로 향하는 것이 누구나가 거쳐야 할 발달과정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늙어 죽을 때가지 '성장 한다'는 개념이 적용됩니다.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다음 단계로 쏘아 올려 주는 추진력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입니다. 어머니는 인간이 최초로 만나는 가장 의미 있는 타인으로서 그 이미지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성숙한 어머니야 말로 둘도 없는 인생의 스승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가르쳐야 하는 것이 꼭 지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식이야 아드님처럼 학교나 책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손을 알맞은 시기에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사 어머니라 할지라도 적절한 경계를 그어주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건강한 가족관계(다른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는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열려 있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밀착되어 으깬 감자 같이 된 가족은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고, 너무 경직되거나 갈등이 많은 관계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요구하여 인생살이를 지치게 합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몽땅 가족간의 갈등에 소모하는 사람은 당연히 새로운 단계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되지요.

그럼 좋은 어머니란 어떤 어머니일까요? 바로 맷집이 좋은 어머니입니다. 쩔쩔 매거나 아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하고 적절하게 아이를 훈육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처방식이 신경질적이거나 과민한 것은 자존감이 낮기 때문입니다.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부족함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의 태도에 대해 반사적으로 반응하거나 수치심으로 안절부절 하지 않습니다. 실수 좀 해도 괜찮다고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어야 하겠지요.

대체적으로 완벽한 어머니가 되려는 강박관념이 아이들을 잡는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되려는 사람은 늘 불안하여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태도가 주변 사람을 숨 막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서로 편안합니다.

좋은 어머니는 완벽한 어머니가 아니라 맷집 좋은 어머니good-enough-mother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맷집 좋은 어머니는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흡수하여 건강할 뿐 아니라 그 건강으로 자녀들을 돌봅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자녀 중심으로, 아이들 수준에서 무엇을 하기보다 자기 단계의 과업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중년은 인생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춘기 이후로 가장 변화가 요구되는 때이기도 하지요. 아이를 다음 단계로 쏘아 올려주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고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부디 즐겁고 행복한 나날 속에서 아이가 보기에도 늘 변화되고 생동감 넘치는 어머니가 되셨으면 합니다. 잘 자라는 아이들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고 사춘기 자녀를 둔 어머니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