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天窓)을 열며

이사를 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요사이는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재재대는 새소리에 눈보다 귀가 먼저 떠진다. 일찌감치 새와 함께 일어나는 것이 대도시에서는 누리기 드문 호사라 이 집을 택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이 집을 고른 조건은 누가 보아도 비현실적이었다. 생활환경이 편리한 지역도 아니고 집값이나 땅값이 오를 가망이 없는데다가 지은 지 꽤 오래된 집이라 투자 가치를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몇 가지 마음을 사로잡는 조건이 있었다.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에 살다가 학교와 직장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식구들이 모여 살기 위해 12년 만에 서울로 이사를 하자고 결정을 하고 나서 한 달 여 동안 많은 집을 보러 다녔다. 제한된 값으로 집과 주변 환경이 다 마음에 드는 집은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여덟 세대가 모여 사는 한 동짜리 빌라 중에서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꼭대기층 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문 앞의 휘어진 향나무와 잘 뻗은 적송이 환갑은 족히 넘어보였고 정원 또한 아기자기하면서 정겨웠다. 지층에 사는 분들이 정성을 들여서 가꾸어 놓은 예쁜 꽃들과 둥글게 돌아 올라가는 깨끗한 계단에 호감을 가졌는데 현관을 열고 들어선 집의 높은 천정과 다락방은 아파트에서만 20년을 넘게 살던 네 식구를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별을 쳐다볼 수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과 햇살을 부를 수 있는 천창(天窓)이었다.

전세 계약기간이 6개월이던 시절에 셋집을 무려 12번이나 옮겨 다니다가 얻게 된 첫 번째 보금자리도 참 고마웠지만 세속적인 조건을 포기하고 선택한 세 번째 집에 애정이 간다. 주위에서는 새 아파트를 분양 받았으면 돈을 벌었을 텐데 어리석은 판단을 한 게 아니냐고 염려를 해주었다.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여기’다. 허겁지겁 돈을 따라 달렸다면 결코 맛볼 수 없었을 작은 행복들이 지붕 밑 방의 천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