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느 장소를 가든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든지 흔히 사오정이니 오륙도라고 하는 자조적인 말들이 오간다. 이제는 삼팔선, 이태백 시대로까지 뚝 떨어졌다고 한다. 실업의 위험에서 비교적 안정권이라고 여겨왔던 30대 20대도 본격적으로 희망퇴직의 조짐이 확산되고 있어 더욱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치의 불안정과 과격한 노조운동,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하여 서민들은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스럽고 지하철 주변의 노숙자들은 옷가지 하나라도 더 껴입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인구가 약 8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20대 실업율이 5개월 만에 7%로 올라 문제성이 심각하고, 기업의 퇴출 년령이 낮아지면서 30대 실업율도 지난 2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3,1%까지 올랐다고 한다. 바야흐로 백수공화국이란 말이 현실로 다가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말미암아 사람의 손으로 처리하던 일들을 기계가 대신 하게 되므로 점점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기왕에 일자리를 확보한 계층에서는 집단내의 이익을 고수하기 위해, 임금상승과 고용안정을 주장하며 목숨을 건 시위도 불사한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대신 경력자를 채용하고 채용방식도 공개채용방식에서 수시채용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학교 교육을 믿지 않기 때문에 산업수요와 교육간의 괴리가 생겨 청년실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신규 채용이 줄어들어 정규대학을 나온 고학력의 인력들이 그 능력을 사장하거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금 능력이 있거나 조건이 양호한 사람들은 해외이민으로 이 모든 난제들을 극복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직업이, 직장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며 그 불행이 결코 그들 개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전체의 불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더구나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화 구조화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하여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청년실업자들 중에는 토익시험이라든가 별도의 자격증 등, 치밀하게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눈만 높은 실업자가 많고, 실제로 그들 중 53%가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만 선호하고 있어 중소기업은 빈 자리를 외국노동자로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대졸자들은 고수입의 안정된 직장만을 원할 뿐, 자기자신을 개발하고 현장경험을 쌓으려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기업환경과 사회구조의 변화라는 외부적 물리적 요인외에도 청년실업자 자신에게도 실업의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자 대부분은 실업의 원인을 다른데서 찾으려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부모들의 세계에서 유례없는 자식에 대한 "평생 에프터 서비스" 가 청년실업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측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최근의 청년실업 문제는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10년 전 근로자수는 4만 7천 명, 매출은 8조 1천 억원 이었다. 그런데 2002년 말 근로자 수는 4만 6천 5백 명, 매출은 40조로서 매출이 4배나 증가한 것에 비해 인원은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생산성 향상과 구조조정에 따라 단위사업장의 일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차피 줄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취업난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자살과 범죄율을 증가시켜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것이란 사실은 불을 보듯 분명한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장기 비전을 가지고 청년실업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고 기업도 청년층을 흡수하지 못하면 고령화가 되어 기업은 활력을 잃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를 잃게 될 것이므로 정부와 기업, 청년실업자들은 중지를 모아 시급히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청년실업은 단순히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경제적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하겠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도 정부는 다른 모든 문제에 우선하여 조속한 시일내에 청년실업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청년실업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확고한 의지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 월급주는 기업인이 열 대통령보다 낫다" 는 어느 택시기사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주간불교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