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막대기

서커스단에 처음 데리고 온 어린 코끼리의 다리를 가는 줄로 빨간 막대기에 묶어두면 처음

에는 자꾸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막대기 곁에서 머물며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집채만큼 큰 덩치의 코끼리가 가는 줄에 묶여 빨간 막대기 주

변을 맴도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만 우리들의 삶도 그와 같다.

가족과 사회와 문화가 끊임없이 들려주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빨간 막대기처럼 삶에 영향을

끼치고 제한하는 것이다.

'남자가...','여자가...', '맏이가..', '그 출신에...', '그 학벌에...', '그 외모에...', '그 머리에...', '그 나이에...', '그런 집안에서,..'

이처럼 회의적으로 몰고 가는 내부의 조정자에 의해 가치관과 생각이 분재처럼 굽어지고 길

들여져 간다.

그 빨간 막대기의 실체를 알아채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성장과 변화를 시도하려고 할 때,

안에서는 '그런다고 인생이 바뀌니?', ‘다 소용없어. 의미 없는 일이야.’하는 방어기전이

일어나고, 밖에서는 '네가 변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니 편하고 익숙한 자리에 그냥 머물지,그래.' 하는 압력이 주어진다.

이럴 때 변하여 홀로 서기 두려운 사람들은 변화보다 차라리 여러 가지 신경증적인 증세를

안고 살아가는 편을 택한다. 좋은 선택을 하여 책임을 지기보다는 빨간 막대기와 변함없이 벗하고 살아가는 편이 수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빨간 막대기는 우리 삶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을 막아서는 내부의 적이다. 용기를

내어 고정관념과 나쁜 습관의 가는 줄을 끊는다면 많은 가능성과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만 빨간 막대기에 길든 코끼리는 그것 없이는 도리어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근원적인 문제를 은폐하고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나의 빨간 막대기

는 과연 무엇일까.

-꿈의향기-

-5월3일 월요일 극동방송 '쉼터가 있는 오후' 방송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