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 한 모서리에 있는 작은 서가에서 나는 덜 지루하기위해 잡지 한 권을 가져다 읽었다. 읽는다기보다 본다 혹은 그냥 훑어본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페이지의 80%가 화보였다. 무슨 시장판처럼 각양각색의 상품선전과 홍보 일색이어서 읽을거리가 별로 없었다.

Life story <영혼을 노래하는 작은 새> 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감히 누가 간단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영혼을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의 근원을 알지 못한 채, 재가 될 때까지 타오르도록 운명지워진 뮤즈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 그녀의 곁을 스쳐간 수많은 남자들이 충족시켜주지 못한 무엇을 위해, 그녀는 자그마한 체구가 터져 나갈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는 앞 문장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파리의 빈민가에서 곡예사 아버지와 거리의 가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상송가수 피아프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했다. 피아프는 육체의 나약함을 이기기 위해 영혼을 단련시켰다. 병마에 시달릴 때마다 그녀의 영혼은 불가사의할 정도의 힘으로 되살아나곤 했지만, 그녀의 영혼도 그녀의 고독만은 어쩔 수가 없었고 고독은 피아프의 인생에서 가장 치명적인 불행이 되었다.

피아프는 언제나 건장한 남자의 몸을 갈망, 타인의 몸이 주는 따뜻한 열기를 필요로 했다. 카바레 사장인 루이 르플레가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알아볼 때까지 그녀는 거리의 여인으로서, 몸을 파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팔면서 거리의 가수로 살아갔다. 루이 르플레는 에디트에게 자신의 카바레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주었으며 작은 새 라는 뜻을 가진 "피아프" 라는 전설적인 이름도 지어주었다. 에디트 피아프는 신비한 장례식 분위기를 풍기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숲이나 나무나 대서양의 해변을 노래하는 대신 금지된 사랑이나 일상의 세상사를 노래했다. 평범하고 상투적인 가사였지만 그녀의 강렬한 목소리가 노래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닳아 빠져서 별 의미가 없는 단어들을 새로운 감동으로 되살아나게 했는 데 그것은 조숙한 여자의 뱃속 깊은 곳에서 울어나오는 목소리의 비장함에 의해서였다.

그녀가 갈구하는 것은 사랑이었으며 "네 가슴에 안기고 싶어" 하고 그녀는 마약 중독자처럼 쉬지않고 사랑을 원했다. 그녀는 인생의 추위를 데워줄 남자의 포옹을 찾아 헤맸다. 남자의 두 팔 외에 그 무엇도 그녀의 헐벗은 마음을 달래줄 수 없다고 여겼다. 에디트는 현실의 사랑에서는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지만 무대에서의 그녀는 그녀 특유의 쉰 듯 하면서도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줄거리는 대개 이랬다.

최근 우리나라 이혼율이 미국 51% 스웨덴 48% 에 이어 우리나라는 47.4% 로 세계 3위라는 통계자료를 본 일이 있다. 중요한 대목은 이혼에 이르는 이유였다. 첫째 현대사회의 심화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꼽을 수가 있고 둘째는 농경 정착사회에서 산업지식 정보화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웃과 단절되고 소외된 상태의 아파트 문화와 핵가족, 셋째는 가족들이 한 밥상에 모여앉기 힘들게 하는 각자 자기 공간에서의 TV 와 P.C의 몰두, 개인 위주로 살아가는 삶의 양식 등에서 파생하는 고독의 중압감에 의한 작용 등으로 분류했다. 고부간의 갈등이니 성격차이 또는 배우자의 외도 등 이혼 사유의 이면에는 견딜 수 없는 고독함, 즉 고독이 사람들을 이혼으로 몰고가는 주범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혼율의 증가에 따라서 이혼 대행 온라인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조만간 50%를 넘어 설 것이란 전망아래 국내의 한 인터넷 포털업체가 협의이혼 서류 발급과 증인 역할까지 대행해 준다고 하니 이는 이혼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혼이 개인이나 한 가정의 사소한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 발전해 가는 추세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억울한 사례를 겪는 일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전업주부에 대한 재산분할 비율이 1991년 재산분할 제도가 처음 시작된 후 지금까지 30% 수준에 머물고 있고, 소득이 있는 남편이 아내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하면 보복으로 자녀와 아내에게 지급하던 생활비를 중단, 생계난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고독함과 생활비 걱정까지 떠안게 된 여성들은 이혼법정에서도 이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한다. 고독과 이혼의 문제는 국가의 어떤 제도나 사회적인 처방과 조치로는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영혼을 노래하는 작은 새> 의 주인공 에디트 피아프의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군상들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헐벗은 마음을, 인생의 근원적 추위를 녹여줄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런 것들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에디트 피아프의 처절한 고독은 영구히 그녀만의 것인가 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고독하지 않기 위하여 결혼을 하고 고독함의 작용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세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해야 하는 가. 에디트 피아프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고 누구나 헤어짐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주간불교>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