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한가마를 헐어 다섯 말을 꺼냈다. 가마 솥에 한번에 두 말 조금 더 들어 간다고해서 우선 두말 반만 고무 다라에 쏟아 붓고 물로 채웠다. 한 시간 정도 불린 다음, 마당에 걸어 놓은 가마 솥으로 옮겼다. 나머지 두말 반은 다시 고무 다라에 쏟고 물을 부어놓고, 가마 솥 단지에 장작발을 지폈다. 나뭇가지 튀는 소리가 제법 난다.
두어시간 정도 삶으니까 콩색깔이 붉으스레하게 변했다. 할머니가 다 삶아졌다고해서 나무 주걱으로 휘저으면서 삶은 콩을 스텐 다라로 퍼 놓았다. 먼저 삶은 콩이 식는 동안 나머지 콩 두말 반도 모두 가마 솥에 넣고 삶았다. 이렇게 다섯말을 삶아 놓고 보니 두 다라가 가득하다.
삶은 콩들의 뜨거운 김이 어느 정도 식어 나무 주걱으로 뒤집어 가며 고루 고루 섞었다. 마루 바득에 장판을 펴 놓고 볏짚을 깐 다음 하얀 면 보자기를 넓게 폈다. 그 위에 나무로 된 메주 틀을 얹어 놓았다.메주 틀이라고 해봐야 쌀 되빡 만한게 위 아래가 터지고 사면벽만 있는 것이다.
틀에다 콩을 퍼 담고 보자기를 덮어 씌웠다. 그리고 보자기 위에 올라서서 발로 밟아 다진다. 내가 체중도 많이 나가서 한번 올라서면 메주들이 찌그러질 정도로 잘 다져지기는 하는데 발이 워낙 커서 틀속에 들어가지를 않았으므로 조금 거칠게 다루면 모두 찌그러지고 옆구리도 터지기 때문이다.
여름이 지난지 한참인데도 어디서 살아 있었는지 어느새 파리들이 꼬인다 모기장을 덮어 바람이 잘 통하게 해놓고 이런 상태로 일주일 정도 굳힌다음 볏짚에 묶어 햇볕에 겨우내 걸어 두는 것이다. 하얀 곰팡이가 피고 잘 굳으면 맛 좋은 된장과 간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