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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08-09-10 11:34
조회 : 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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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진화
임병식
한겨울을 따뜻한 남쪽에서 보낸 두루미는 날씨가 풀리면 북쪽하늘 시베리아의 타우라스 산을 넘는다. 한데 이곳은 독수리의 서식지라서 도착하는 동안 적잖은 두루미가 희생이 된단다. 그럼 함에도 늙은 두루미는 희생이 적은데 . 그것은 시끄럽게 우는 두루미 소리를 듣고서 독수리가 사냥에 나서는데 늙은 두루미는 그것을 알고서 미리 방비를 하기 때문이란다. 즉, 입에 돌을 물고서 목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어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에 사는 기러기는 겨울이 되면 따뜻한 양자강 남쪽으로 향한단다. 이때는 잘 먹지를 못해 몸이 가벼워져서 높이 날지만 반대로 봄에 돌아갈 즈음엔 살이 쪄서 잘 날지를 못하는데, 이걸 이용하여 양자강 어부들은 그물을 쳐놓고 낮게 나는 기러기를 잡는데 대다수의 기러기가 이때 갈대를 꺾어서 가로로 물고서 그물을 피하여 걸려들지를 않는단다.
여기서 함로(銜蘆)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는 기러기가 갈대를 물고서 난다는 뜻으로 얼마나 지혜로운지 모른다. 생존본능치고는 금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까. 지능 높은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우선 몇가지 예를 들 수 있다. 북방계인은 남방계에 배해 비교적 눈과 콧속이 좁다고 한다. 그것은 인체의 열이 가급적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그렇게 진화했단다. 이에 반해 남방계인은 눈이 크고 콧속이 넓은데 이는 열대지방에서 살다보니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진화을 했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열대지방의 어떤 종족은 오줌을 단 몇 초 만에 누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늪지대에는 어찌나 거머리가 많은지 물리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그런 탁월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우사인 볼트가 단거리 신기록을 낸다든지, 엄홍길이 세계의 고봉들을 차례로 정복한 것 말고도, 인간이 조성해놓은 마추피추의 산정도시나, 페트라의 암벽도시. 그리고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축성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가 모아지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 TV를 통해서 특집방송을 보았다. 그야말로 인간이 극한상태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였다. 그걸 보면서 전율을 느낀 것은 다른 것 때문이 아니었다.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였던 것이다. 불리하면 불리한대로 적응하 며 극기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놀라워서 절로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다.
먼저 보게 된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높은 나무에 오르는 광경이었다. 캐냐의 밀림 속에 사는 소수민족인데, 가장이 주로 위험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둘레 2미터 높이가 4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를 도끼 하나를 지참하고 칡넝쿨에 의지하여 오르고 있었다. 그 위험천만한 작업은 벌꿀을 채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장은 오르면서 가끔씩 도끼로 몸통을 찍어 버티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면서 다리에 쥐가 나면 한참을 쉬었다. 그 모습을 가족들은 밑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장은 마침내 벌집에 다가가 꿀이 가득한 밀랍을 꺼내고 있었다. 득의에 찬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승리를 연상케 하였다. 그런 힘과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식솔을 이끄는 가장의 사명감이 아닌가 싶었다.
다음에 보게 된 것은 작살잡이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부족인데 그곳은 농토가 없고 오직 생업을 바다에 의지하며 사는 곳이었다. 그곳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작살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10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뛰어내리며 장대를 목표물에 내리꽂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연마한 실력으로 성인이 되면 바다로 나가 대형 가오리를 잡거나 고래를 사냥했다. 그들은 발동선도 없이 오직 작은배로 노를 저어 목표지점에 다가가 고래가 출현하면 일격에 숨통을 끊어놓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이 그렇게 놀라운 작살솜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비해서 해상가옥 생활을 하는 동남아 어느 부족은 인간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물안경 하나를 쓰고서 거의 2분여를 물에 들어가 참아내는 놀라운 잠행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다 속에서는 헤엄을 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땅바닥을 딛고 걸어 다니는데 과연 인간이 저리할 수 있는 것인지 눈을 의심케 했다.
북극에서 이글루를 짓고 사는 에스키모인은 더욱 놀라운 생존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눈이 덮인 빙판을 가로질러 순전히 육감에 의한 노하우로 한 지점을 택해 얼음을 깨고 들어가서 홍합을 채취해 나오는데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점을 선정하여 정확히 뚫고 들어가 바위에 붙은 홍합을 채취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간조 때를 맞추어 기껏 30여분의 한정된 시간을 이용하여 신속한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승리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어떤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노아의 방주에서처럼 아무리 세상을 쓸어버리는 재앙이 닥친다 해도 맷돌 속에서 좀이 살아남듯이 인간은 살아남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그렇게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서 악조건을 무릅쓰고 적응하고 사는 모습이 뜨거운 열수에서도 생명체가 살아가듯 살아남지 않을까 싶었다. 방송에서는 그런 모습을 ‘한 끼의 식사’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나의 눈에는 위대한 인간의 생존적응력, 지혜 개발을 넘어 인체마저도 진화시켜가는 것으로 보여서 그저 무한한 잠재력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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