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따러 가세, 콩따러가세. 오늘은 콩대를 뽑는 날이다.
난 아침부터 일찍 서둘렀다. 오늘 하루 종일 뽑아도 다 뽑을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전에는 콩대를 뿌리채 뽑아서 콩을 털고 나면 그 콩대를 말려 불 쏘시개로 썼다. 그런데 요즘은 시골도 장작 때는 곳이 없어서 그냥 콩대를 낫으로 베어 콩을 털고 나면 한곳에 모아 불을 놓아 버린다.
날이 섬뜩하게 잘 갈은 낫을 들고 웃밭부터 베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래 밭부터 손을 대었는데 조금 하다 보니 그래도 아래는 사람 손이 자주 간곳이라 그런지 김이 제법 매어져서 끝 무렵에 하기로 하고 우선 잡풀이 뒤엉킨 웃밭부터 베기 시작했다.
참.. 게을러도 이렇게 게으를 수가 있을까. 풀이 자라다 못해 아예 콩대머리를 휘감아 누르고 있었다. 넝쿨을 걷어 내고 풀을 자르면서 모습을 들어내는 콩대를 잡고 낫으로 베어 한곳에 쌓기 시작했다. 콩대가 4-5개씩 모아져서 한손으로 움켜 쥐고 낫으로 벨때면 그런대로 뿌듯한 보람이 느껴진다.
간혹 벌어진 콩각지에서 떨어지는 콩알을 보니 하얗고 몽실몽실한게 참 예쁘게도 여물었다. 가끔 저혼자 밭으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아까운 마음이 앞선다. 아마도 이게 농부의 마음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