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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윤행원 |
날짜 : 09-03-21 14:17
조회 : 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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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想: 황금날개
유연선 작가의 글은, 글 마다 유익하고 재미있고 흐뭇하다. 오랜 연륜(年輪)의 때가 더께로 묻은 달관(達觀)이 있어 좋았고, 세상을 여유롭게 관찰하면서 자기세계를 만드는 모습이 신통하다. 칠십여 성상(星霜)동안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은 시대의 질곡을 겪은 아픔이 영롱한 진주가 되었다. 지난 칠십 여년은 이씨조선 오백년의 변화를 능가하는 격변의 세월이었다. 온갖 굴절을 겪은 아픈 시대를 살아 온 역전의 용사다. 어릴 때의 일제강점기를 기억하고 해방을 마지하고 그리고 육이오의 참혹한 전화(戰禍)의 한 복판에서 살아남은 현대사의 증인이다.
강원도 벽지 농촌에서 자라면서 풋풋하고 아름다운 고향의 향수는 이심전심으로 같은 추억꺼리를 연상한다. 농촌의 이야기는 서정적이고 옛날을 되살리는 에너지가 된다. 달콤한 공감에 어느새 친밀한 이웃이 되는 걸 본다. 반가운 글이 아닐 수 없다.
유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 경지에 들어 간 글 솜씨를 찬탄하게 되고 어느새 한 수 배우는 자세가 된다. 튼실한 유머와 해학, 해박한 지성이 묻어있는 말솜씨. 교장선생님으로서의 근엄한 카리스마가 깃든 중후한 모습, 만장(滿場)에서 얻은 인간적인 성숙(成熟)이 개인적인 품성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든든하고 재미있는 작가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글은 그 사람이라고 한다. 유연선 작가의 글을 읽으면 듬직한 인격 속에 감춘 아름다운 사상(思想)을 본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삶의 모습을 본다. 옆에 있으면 재미가 있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작가다. 평소에 보는 모습과 글에서 받는 인상이 매우 흡사하다는 걸 알게 된다. 글 속에 은근하게 도사리고 있는 예민한 감성과 페이소스 그리고 깊은 해학에 독자는 어느새 정독(精讀)하는 자세가 된다.
유연선 작가는 자기 삶을 사랑하기 위해 수필을 쓴다고 한다. 솔직하고 정곡(正鵠)을 찌르는 말이다. 작가는 자기 인생을 무엇보담 사랑해야 한다. 거기에서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일어난다. 그 것을 바탕삼아 타인의 인생도 사랑하게 되고 세상의 온갖 삶을 살피게 된다.
유 작가는 금자라에 대한 상념(想念)과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대여섯 살 무렵에 병치레를 하고나면 해마다 봄철이면 어머니가 금자라를 먹였다고 한다. 그런 추억으로 인해 ‘금자라를 찾아서’ 라는 수필도 쓰고 또 제2탄으로 ‘황금날개’를 썼다. 제3탄으로 혹여 ‘황금덩이’라는 책이 나올 것 같아 은근히 기대가 된다. 황금일색으로 써다보면 진짜 황금에 둘러싸일지 누가 알겠는가.
유 작가는 사람을 은근하게 웃기는 유머감각이 탁월하다. 느긋하고 묵직한 기교의 정연함을 본다. 수많은 세월에 순치된 원만한 인격의 특권 같아서 새삼 우러러 보인다.
가끔 만나면 걸걸한 목소리로 “쇠주 한잔 어때.” 하면서 싱긋이 웃는 두툼한 얼굴을 보면 어릴 때의 이웃집 개구쟁이를 보는 것 같아서 장난기가 설설 발동이 된다. 작가 유연선의 트레이드마크이고 독특한 인간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에 선운사에 갔을 때 더덕 막걸리를 마시든 모습이 떠오른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인간 유연선의 구수한 사람됨이 새삼 돋보여서 술자리는 흥겹기만 하다. 믿음직한 友情이 솟아나는 즐거운 순간이 된다.
유연선의 수필은 사물을 치밀하게 살피는 세련미가 있어 독자의 찬탄을 부르고 구수한 수필의 맛을 만끽하게 된다. 그것은 오랜 경륜과 수많은 세월을 넘기고 잘 정리된 덕목(德目)에서 오는 것 같다.
등산을 하다 손목 부러지는 아픈 상처를 떠 올리고 여러 이야기를 퍼다 내는 솜씨도 재미를 불러 온다. 끔직한 사건을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태연함을 본다.
어느 날, 몇 시간 전철을 타고 기차로 바꿔 타면서 춘천에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을 때의 얼굴이 떠오른다. 환자복에 깁스를 한 손목을 어깨에 둘러메고 가시지 않은 통증을 간신히 누르면서 반갑게 마지해 주는 모습은 어쩌면 늠름해 보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은근하게 웃기는 모습이 철 없어 보이기도 하고 재미가 있어 웃기도 했다.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 다진 작가적인 성숙을 본다. 수필가로서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든든하고 찬란하다.
작가는 외롭지 않다. 어디를 가더라도, 어디에 있더라도, 수필가는 예민한 촉수를 세우고 여러 삶을 더듬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외로움과 서글픔 그리고 통증까지도 흡수하여 글로 만들어 버리니까 말이다.
유연선 작가는 열심히 공부한 동서고금의 지식을 마음대로 활용하면서 들큼하고 묵직한 결이 고운 수필을 뽑아낸다. 이제 어느 수준을 만끽하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유연선 작가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앞으로 文運이 더욱 왕성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2009년3월 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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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3-21 1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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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선생님의 감상평을 읽으며 공감을 하게 됩니다.
저도 조금씩 읽어가고 있는데, 금자라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관심,
무엇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관찰력, 담백하게 서두를 이끌어가는
글솜씨가 여간 읽는 맛을 느끼게 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소재를 찾아서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적인 근성과 자세가 돋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좋은 수필을 잘 읽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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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09-03-22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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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선생님, 서평을 멋지게 쓰셨네요. 저도 공감하는대목이 많아 저절로 미소를 띄게합니다.
우리나라사람들 황금이면 최고로 칩니다. '금자라...' '황금날개' 모두 황금만치나 값진 최고 수필입니다. 꾸밈없고 순박함이 있어서 일품입니다. 서평 또한 이렇게 훌륭하시니 금상첨화입니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신 그 품성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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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선 |
09-03-22 1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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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이걸 어떻하나! 윤행원 선생님의 글이 더 멋집니다. 못난 얼굴에 분칠하니 부끄러워 화장발이 나질 않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칭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쇠주 한 잔 삽죠.
임병식 회장님과 박영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금하고는 인연이 없어 재물을 모으지 못했으니 글로나마 싫컷 쓰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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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3-23 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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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선 선생님 다시 한 번 책 펴내심을 축하드립니다.
전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윤행원 선생님은 벌써 다 읽으시고 멋진 서평을 해 주셨군요.
평글을 보면서 나머지 수필도 빨리 읽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유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좋은 글 읽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과 문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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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09-03-23 08: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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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한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연선 작가님은 너무 과찬이라면서 겸손으로 멋쩍어 하시는데, 사실 과찬은 하나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것을 그대로, 작품의 진실을 그대로 쓴 것입니다. 자세하게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共感을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실버넷뉴스에 書評이 실렸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를 드립니다. 임병식 선생님 그리고 박영자 선생님은 이미 유 작가님이 인사를 올렸네요..참 잘했습니다..하하..이 다음에 쇠주 먹을 때 같이 나누어 마십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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