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人에 대하여

林 非/中國 散文家

매번 이런 저런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일 때마다, 나라 안팎의 미인들에 관한 소식과 그들에 대한 갖가지 찬양과 논의를 접하게 된다. 게다가 미색과 자태를 뽐내는 사진까지 실려 많은 독자들의 주의 깊은 시선을 끌곤 한다. 이렇게 미녀를 사모하고 숭배하는 현실에 대해서 갈채를 보내는 사람, 조용히 관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내저으며 치마폭에 쓰러지는 군상을 질책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 마음속에 숨겨진 생각이 본디 복잡하고 다른지라 미녀를 선양하는 세파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라 하겠고, 일치하기를 강요할 수 없을 뿐더러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마음이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법, 眞과 善 그리고 美의 완전한 융합을 추구하는 것이 정신세계를 함양하는 길이라고 말한다면, 진과 선은 세상을 온전히 인식하고 판단하는 이념이고 미는 생동감 넘치게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하늘, 아름다운 산하, 아름다운 건축물, 아름다운 사람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트이고 기분이 유쾌해지니 그에 대한 동경은 한량없다 하겠다.

준수한 남자, 미려한 여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순식간에 눈이 밝아짐을 느끼게 하긴 한다만, 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몸매가 늘씬하거나 호리호리한 미녀를 찬미하는데 열중하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오늘날까지의 인류문명사 속에서 남성이 우위를 점하고 그들이 이루어낸 치국대업이나 학문 예술 방면의 성과를 칭송하는 것이 바른 길로 여겨지며, 대개의 겨우, 여성은 자신의 용모로써 풍류객이나 묵객에 의하여 되풀이 읊어졌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대의를 앞세우는 여권주의자들은 결코 미색을 구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여자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詩經 속의 저 유명한 석인(碩人)은 후세의 많은 평론가들에 의해 미녀를 찬양하는 천고의 빛날 시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시는 이렇게 정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손을 부드러운 띠 싹 같고, 피부는 엉긴 기름같이 윤택하고, 목은 흰 나무벌레 같고, 이는 박씨같이 가지런하고, 매미 이마에 나방 같은 눈섭이니…, 만약 이렇게 생겼다면 당연히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미인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이와 같도록 요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다양해야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한다. 무릇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며 감상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의 윤곽과 몸매의 곡선, 특히 아름다운 미소와 눈동자의 매혹적인 모습은 미의 극치 말할 수 있으리라. 동적인 아름다움은 무궁무진한 변화 속에서 가장 흡인력을 갖는 것으로 白居易의 <長恨歌> 속의 눈길 돌려 웃으면 온갖 아리따움 피어나니 나 李가로서 唐兒歌의 한 쌍의 눈동자가 가을 빛 물을 가르니 는 이를 절묘하게 표현해 내어 사람들은 이로써 활발하고 영적인, 한없이 많은 자태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王實甫의 西廂記 속에서는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가 떠날 때 던진 추파는 철심석장이라도 그 마음을 메이게 하네.' 미려하고 감동적인 용모나 동작 이외에 고상한 기질과 지적인 함양, 대범한 품격을 지녀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조롭거나 속되 보일 터이니 지혜롭게도 자신의 姿色을 의식하고 있는 여자들은 교묘하게 화장을 하고 난 뒤 심신 수련에 온갖 힘을 기울인다. 자신에 대한 이러한 美化는 세상에 밝은 빛을 더하게 되니 좋은 일임에 분명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참되고, 순결하며, 착한 마음씨로 自尊과 自愛의 길을 걸어야만 복잡다단한 인간세상을 어루만지고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심중에 탐욕이 가득하고 교활하며 흉악해져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에게 접근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듣자 하니, 잘 생기고 우아한 기품을 갖춘 어느 여대생이 재능과 용모가 출중한 동창 남학생과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우연히 어느 왜소한 체구의 얼굴이 못생긴 외국 富豪를 만나게 되자 사랑의 굳은 맹세를 저버리고 기꺼이 그의 첩이 되었다고 한다. 금전의 마력과 호화롭고 편안한 생활, 이 얼마나 큰 유혹인가? 그것은 세상을 뒤덮는 돌풍처럼 정상적인 신념을 파괴하고 독립적인 인격을 꺾어 그녀의 아름다운 거죽 속이 그다지도 공허한 것임을 느끼게 하니 말이다. 게다가 마치 李白이 <妾薄明>이라는 시에서 자색으로 타인을 섬기는 자 좋은 세월 얼마나 갈까? 라고 읊었듯이 그녀가 나이들어 미모가 퇴색하기도 전에 또 다른 요염한 여자를 상대로 쟁탈을 벌이게 되었다니….

진정한 미인은 독립적이고 자존적인 인격의 소유자여야 하며, 참되고 착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위하여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쇠한 나이에도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며 열렬한 사랑을 끝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葉芝가 그의 시 속에서 당신의 그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하고 당신의 노쇠한 얼굴의 고통으로 새겨진 주름을 사랑하라 고 말하였듯이 이 얼마나 동경 할만하고 위안이 되는 인생의 경지인가?ㅂ

부싯돌 32호 2005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