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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찻잔을 들며/한동희]숙제 없는 인생, 축제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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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원현 |
날짜 : 12-04-05 15:16
조회 : 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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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을 들며/한동희]숙제 없는 인생, 축제 같은 인생
한동희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동료 문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C 선생이 두통을 호소했다. 머릿속을 굵은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고, 그로 인해 직장생활도 원만치 않은 모양이다. 종합검진을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니 미칠 지경이란다.
그는 꼼꼼하고 성실하다. 여러 일에 관여해 시간의 틈새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그간 쌓인 스트레스로 머릿속 회로가 엉킨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휴식을 취해도 몸은 바쁘게 움직이던 때와 같은 주파수로 돌아간다니, 인체의 구조가 두렵고 신비롭기만 하다. C 선생의 병명은 ‘현대 문명병’이라 해야 할 것 같다.
현대 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병을 무엇으로 풀어야 할까. 내가 “연애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마디 던지니, 동료 하나가 맞는 말이라며 훈수를 둔다. 가정이 있는 사람에게 연애를 종용하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도 환갑을 넘겼으니 내 말뜻을 이해할 것이다. ‘나이 이순이 넘으면 어떤 행동을 해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다’는 옛 선인의 말에 기대어 던진 농담 속 진담, 사랑이라는 말을 넓은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젊었을 때는 열정이 동반된 사랑을 꿈꾸었지만, 느낌과 교감만으로도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차츰 알겠다. 이제부터라도 좋은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겸연쩍어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꺼내며 살아야겠다. ‘좋아한다, 보고 싶다, 기다렸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 이성에게도 이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연륜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나의 뇌를 자극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정신을 놔버린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인생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고독한 레이스다. 한평생 평탄한 길만 걸어온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름의 고통과 슬픔, 외로움을 안고 험한 길을 걸어오느라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을까. 나도 그중 하나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몇 해 전 여행길에 올랐다. 호주 여행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잠을 청했는데, 그 길로 깊은 수면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뉴질랜드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돼서도 무의식 상태에 빠진 채로 동행한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다가 10시간 만에 깨어났다. 각종 검사를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나의 두뇌 회로가 가동을 멈추고 수면상태로 들어갔던 게 아니었나 싶다. 전기 콘센트에 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으면 과부하가 일어나듯 C 선생의 머릿속 회로도 이런 상태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후 나는 해결 못한 인생의 숙제로 더욱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해답을 얻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내게 어느 날 가까운 분이 또 하나의 문제를 던져 주었다. 인생을 숙제(걱정·근심)로 살 것인가, 축제(꿈·희망)로 살 것인가?
그렇다. 인생을 숙제로만 살 게 아니라 축제로 살아야 한다. 숙제 없는 인생은 무의미하지만, 풀리지 않는 걱정을 끌어안고 애태우며 귀한 날들을 소진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삶이 설레거나 기쁘지 않아도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축제의 마당으로 밀어 넣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축제 속에 살다 보면 자연히 숙제도 풀릴 것만 같다.
한동희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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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4-05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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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주 선생님에 이어 한동희 선생님의 글이 동아일보에 실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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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4-05 2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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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괜한 근심, 걱정일랑 털어버리고 어딘가 한 구석 빈듯한 모습으로 여유로이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봅니다. 현장감을 살리기위해 내일 동네 도서관으로 찾아가 지면으로 다시한번 만나려합니다. 한선생님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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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06 0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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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강승택 선생님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네 도서관까지 찾아가 지면으로 만나려 하신다니 더욱 감사... 임재문, 강승택 선생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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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4-06 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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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이 공감을 자아냅니다, 한동희 선생님. 전 아직 숙제에 파묻혀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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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07 0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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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숙제를 안고 사는 것 같아요. 쉽게 풀리는 문제도 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도 많지요. 오늘도 교회에 나가 기도하며 "하나님 왜 내게 이렇게 힘든 숙제를 주셨나요?"라고 항변했더니, 하나님께서 "그만한 것에 감사하며 살라"하시는군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숙제를 주시는 것은 '관심'의 표시랍니다. 지금 내가 잘 나가고 있다고 자만하는 것은 하나님이 무관심 하신 것이니 기뻐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김창식 선생님, 내가 계획은 할 수 있으나 이루어지는 것은 그분의 뜻이라니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살자구요. 김창식 선생님,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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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04-07 1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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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진정 인생을 숙제에 연연하며 살았는가, 아니면 축제로 살아왔는가. 이제부터라도 좋은 감정, 좋은 생각 마음에만 담아두지말고 표현하는 즐거움 속에 살리라 다짐 또한 했습니다. 숙제가 축제로 바뀌는 그런 삶 말입니다. 이 봄, 건강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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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07 2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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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인생의 숙제가 축제로 바뀌어 봄처럼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임병문 선생님,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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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2-04-09 1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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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어느 정도의 道의 경지에 들어선 듯합니다...하하...
헛것으로 부터 초월의 道, 人道主義者로서의 사랑의 道,
인생의 알맹이를 주워 담는 지혜의 길(道)이 열린 것 같습니다.
잡다한 삶의 번거로운 것들을 내려놓고 담백한 마음으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겠다는 경건한 意志가 보입니다.
독자로서 큰 배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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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10 1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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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선생님, 기다렸어요. 어디갔다 이제 오셨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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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2-04-10 1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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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교회의 교우 한 명이 부활절이 지난 이틀후 오늘 하늘나라에 갔다는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분도 너무도 신실한 분이고 빈틈없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분이었는데 제가 보기엔 생활의 여유가 없이 향상 긴장해 지내는구나 생각했어요.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것처럼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낭송하며 사는 것이 좋을 듯해요.
이제 인생의 후반부에 마음을 내려 놓고 신앙 가운데 평안암을 얻고 느림의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번개 미팅에 자주 나오세요. ㅎㅎㅎ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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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10 1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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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생의 후반부에 모든걸 내려놓고 믿음 안에서 살려고 하는데, 때때로 마음의 갈등으로
힘들 때가 많아요. 저도 느림의 삶을 살게해 달라고 기도할 뿐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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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2-04-14 2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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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선생님, 봄빛이 환한 계절에 선생님 마음속에도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길 빕니다.
문학기행때 뵙고 즐거운 추억 만들어서 축제의 한 장면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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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15 2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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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마음 속에도 봄꽃처럼 화사한 일들만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인생은 축제로만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그 축제 속에 선생님과의 즐거운 추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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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2-04-27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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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선생님, 스트레스가 우리건강에 미치는 여향이 얼마나 큰지 선생님 글을 읽으며 실감합니다. 외국여행길에 큰일 날뻔 하셨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늘 숙제보다는 축제 같은 인생을 사시는 것 같아요. 한동희 선생님,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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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27 2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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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요즘 너무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군요. 좋은 일로 바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우리에겐 누구나 크고 작은 숙제를 안고 살고 있지만 누구나 자기의 숙제가 가장 어려운 것처럼 느끼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주변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큰 아픔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며 좀더 밝게 긍정적 시선으로 삶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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