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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개구리를 보셨나요? (실버넷뉴스 포토기사)

 
텃밭에 옥수수 씨를 뿌리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무성한 잡초들을 모조리 뽑아내기 시작했다.

잡초와의 한판승이다. 풀이 뽑혀 움푹 들어간 땅 속을 보니 지렁이, 개미 등 벌레들이 깜짝 놀라 몸을 숨기느라고 야단들이다. 땅 속의 고요한 평화를 내가 깨뜨린 셈이다. 그들에겐 천지개벽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풀과의 한 판 승에 힘이 달려 잠시 쉬고 있는데, 풀 속에서 무언가 꼬물댄다. 손으로 슬쩍 풀숲을 헤쳤다. 흰 빛깔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 오르는 게 아닌가!

이놈도 제 집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영역을 침범당해 미처 보호색을 바꿀 시간이 없었나보다. 처음 보는 하얀 개구리! 신기하여 밭머리에 있는 카메라로 셔터를 눌렀다. 너무 놀라 얼이 빠졌나보다. 그때까지도 꼼짝을 않는다. 

문득 밭에 사는 잡초와 미물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은 나보다 먼저 자리 잡고 사는 것들이었는데, 나는 무기를 들고 그들의 영역을 빼앗고 생명을 위협한 침입자가 아닌가.

두려움에 떠는 하얀 개구리를 안전한 곳으로 조심스럽게 옮겨놓으며 사과했다. 
“개구리야 미안해!”


실버넷뉴스 최복희 기자 bokhee48@silvernetnews.com   
 
2009-05-15 16: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