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 되었다.

각 사찰과 교회 등 전국의 수많은 기도처에는 저마다 간절한 소원을 빌기 위해 몰려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내 아들 내 딸자식의 대학 입학 원만성취를 비는 기도 행사로 염불소리 끊일 새 없고, 무릎이 닳토록 108배를 드리느라 허리 아픈 줄도 모른다.

기도의 영험에 대하여는 책자를 통해서나 혹은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 의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본인이 직접 체험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내가 아는 몇 몇 엄마들은 새벽마다 염주를 굴리며 수 백 수 천 번씩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염하거나, 향 피우고 108배를 정성껏 드리는 사람, 혹은 남편이 출근할 때 함께 집을 나서 가까운 사찰에 가서 저무도록 경을 보고 염불을 하는 등, 그들의 기도는 눈물겨울 만큼 진지하고 순수하다.

그러한 기도는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한 방향으로 집중케 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을 쏟아 부은 다음에 마지막 선택으로 불보살의 가피를 비는 기도라면 수긍이 가지만, 덮어놓고 명산대찰에 달려가 밤새워 염불하고 불보살의 명호를 왼다고 하여서 과연 신통력이 나타날 것인가에 대하여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불교계에 대하여 상당한 비판정신을 갖고 있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복으로만 치우치는 중생들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그 분은 따끔하게 한 말씀 하신다.

" 서울 대학 어떻게 가는 줄 아세요? 성적순으로 가는 것이야요. "

그렇다. 물론 과거세에 선업을 쌓은 공덕으로 소원을 이루는 경우도 있겠지만, 각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때, 천지신명이 감응하고 부처님의 가피도 입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적순,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며, 기도 또한 중생들의 변함없는 의지처일 것이다.

2004년 11월 於 華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