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팔목이 모기가 문 것처럼 가렵더니 여기저기 두드러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 때는 더러 두드러기가 난 덕이 있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고 번지는 모양이 하도 변화무쌍하여 무척 당혹스러웠다.

처음에는 피부가 연한 빛깔로 넓적하게 부풀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몸이 각종 봄꽃으로 꽃밭을 이루었다. 진달래, 벚꽃, 홍매화, 모과 꽃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 정원의 꽃은 다 갖다 뿌려놓은 듯 다채로워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었고, 가렵고 따가워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두 가지로 진단을 했다. 첫 번째 가능한 원인은 음식에 의한 것, 다른 하나는 꽃가루와 황사 또는 특정 물질에 의한 것으로 그런 것들에 대해 몸이 과민반응을 일으켜 두드러기가 돋는다고 했다. 올봄 들어 유난히 환자가 많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달라진 환경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내 몸의 계절이 바뀌면서 체질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같기도 했다.

의사는 2주간 매일 약을 먹고 해독주사를 맞으면서 육류, 어류, 패류, 콩 종류, 유제품, 견과류와 함께 맛있는 음식은 대부분 먹지 말라고 했다. 그나마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밥과 푸성귀뿐이었다.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지는 계절에 참 막막한 노릇이었다. 된장국과 두부까지 금해야 한다니 식탁은 초라하기 그지없고, 외식을 하다보면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서 주문을 할 때마다 막막했다.

하지만 1주일 쯤 그런 생활을 하는 동안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유난히 심한 황사나 꽃가루가 날리는 환경은 그렇다 치고, 그동안 먹어온 음식들이 과연 참다운 먹을거리였나 하는 생각부터 찬찬히 해보기 시작했다. 항생제와 방부제가 듬뿍 담긴 육류와 어패류, 배아가 말끔히 씻긴 곡물, 농약에 절은 푸성귀,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가공 식품들... 사람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부어주는 밝은 햇살과 맑은 물의 소산에서 점점 멀어진 나의 몸이 분연히 시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서 뜯어다주신 어린 싹 채소와 이웃 아주머니가 캐어다준 봄나물을 꺼내서 잡곡밥에 쓱쓱 비벼 먹으며 씹을 때마다 그 손길과 그동안 견뎌온 나의 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생수를 꼼꼼하게 입맛 다시며 마셨다. 좋은 밥과 물에 감사하지 않고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던 습관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형식적인 감사의 기도, 입맛과 편리에 따라 식탁을 차렸던 것에 대해서도 뉘우쳤다.

문득 육체 뿐 아니라 나의 마음도 쓸 데 없는 잡동사니에 의해 날로 점령 당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경계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면 마음의 두드러기가 나기 전에 없애야 할 텐데, 그것들이 큰 산이 되도록 방치하며 살아가다니 참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두드러기를 앓으며 몸과 마음속의 진드기나 곰팡이를 어떻게 하면 잘 털어내고 씻어낼 수 있을까 내내 궁리를 하게 된 것은, 예기치 못한 병이 가져다 준 고마운 경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