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문학의 고뇌

오늘날 이 시대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간행위의 실상과 문화적 요인, 인간의 사고 등의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상실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한 사회적 인식과 규범과 태도에도 극단적인 변화 과정을 겪으면서 문화 요인의 창출과 문명의 변화에서 오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따라가기에 대한 핵심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한국문학은 한국문학만의 독자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문학의 흐름과 그 세계 속에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문학은 자생할 수 있는 문학 표현의 영역이 하나의 테두리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다. 한국문학은 해방되어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동안, 대한민국이 처한 세계 질서의 긴장감과 이에 대응하는 정치적인 복면에 눌려있다. 정치적인 동면에 갇혀서 실제적인 창작의 영역이 좁았다. 따라서 문학 표현의 한계의 선을 넘을 수 없는 너무 긴 터널때문에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의 흐름 위에 설 수 없었다. 역사적인 관점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좌절의 반석에 놓여져 있다.

한국은 세계 어떤 민족보다도 아픈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라든가 6.25같은 일련의 역사적 사건은 과연 문학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문학 작품으로 남겨졌는가 하는 점을 반성하여야 한다. 한국문학에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것은 아니지만 크게 문제를 부각시키지 못했다. 시에 있어서는 역사적 관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더욱 황무지다. 그 이유는 작가 정신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작가 정신이란 역사의 문제점과 판단에 대한 투시력, 고발하고 저항하며 또한 역사의 실상을 대작으로 문학사에 남겨야 할 것이다. 역사의 질곡 속에서 여러 가지 법률적인 제약이 창작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서 역사의 진솔함을 보여 줄 수 있다. 한국인의 아픔과 사랑과 삶의 형체를 좀 더 크고 넓게 자리잡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작가들의 몫인 것이다.

2. 문명의 충격

21세기는 분명 문명의 충격이다. 우리는 인간의 정신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예술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작품으로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문학이 어떤 큰 변화를 기대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하나의 화두다. 과거 세계 문학이나 한국문학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변화 속에서 새로움을 찾은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문명의 충격은 인간의 행동과 인간의 사고와 인간관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21세기는 IT혁명,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한다. 이 혁명은 한국의 산업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은 사실이다. 공간영역과 시간 영역의 변화를 초래했고 통신 영역의 변화에서부터 반도체, 소프트웨어의 모든 분야가 혁신을 일으키면서 인간의 사고와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다. 모든 매체가 활발하게 숨을 쉬면서 어쩌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언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가 왔다>고 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고도의 문명 요인이 인간을 결국 그 속에 묻히게 하여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다. 실증적인 인간행위는 밀려나고 그 결과 첨단 과학문명 속에 감금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 예로 인간두뇌 능력을 지닌 초고속인터넷이 초고속으로 빨라 진 속도로 인간을 지배한다는 가상적인 가설이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돌진하고 있다. 반도체나 통신, 소프트웨어의 모든 첨단분야가 축적되어 온 기술력에 의해 첨단기술의 혜택 속에서 숨쉬고 그 흐름에 따르는 유비쿼터스 혁명의 깊숙한 곳에 감금당하고 있다. 혁명은 인간의 몸 속에 새로운 정신적 형태로 들어와 자리 잡고 있다.

문명의 다양한 기술혁명에 인간은 왜소해지고, 문명의 기계는 거대해지고 있다. 인간은 정신적으로 병들고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문명의 기계는 보다 적극적인 조직력과 체계를 가지게 되었고 이에 인간을 보다 초라하게 만들고 정신의 공동현상을 초래하고, 아니면 맹목적인 따라감의 행진을 계속할 뿐이다.

또한 과학은 줄기세포라는 인간의 텃밭과 배아복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만들어 내어 그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든지 정신적인 갈등의 문제 또한 인간세계를 어떤 모양, 어떤 환경속에 가둬놓은 후 정신적 베일에 묻히게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문제는 무엇이냐 바로 인간학의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럼 이러한 문제를 문학에서는 문학의 눈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3. 문학의 고민과 위상

문학은 과학적 능력을 앞서 왔다. 조선시대 《심청전》, 《홍길동전》, 《구운몽》 등과 같은 소설은 과학적 능력을 추월하고 인간을 초능력적인 세계로 넘나들게 하였다. 공간개념과 시간 개념을 넘나들고 초월하는 세계를 보여주었다. 디지털 시대의 감각을 이미 읽고 있었다. 감각으로는 하나의 혁명이며 충격이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문명의 충격은 바로 이러한 새로움의 충격으로 유도하는 좋은 착상과 계기가 되고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계를 만들어 낸 인간은 오히려 기계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 기계에 의해 조작 당하는 맹목적인 정신의 소유자로 전환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정신적인 사고력보다 기계가 해결해 주기를 더 바라고 있다. 기계에 대한 의존도의 깊이는 더 해지고 탈정신화가 가속화 되어 가고 있다. 인간은 왜소해지고 무력해지고 있으며 인간의 정서와 정신과 사고는 초라해지고 있다. 그리고 앞서서 말했듯이 배아복제와 줄기세포가 인간 존엄성의 문제와 인간 찍어내기의 판도라상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과연 이러한 과학이 선의의 의도대로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와 문제를 문학 창작의 행위에서 어떻게 보여 주어야겠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 역사적 사건의 수용과 보다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창작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도전정신의 드라마틱한 상상력의 창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인간 정신이 기계에 떠밀리는 문명의 충격을 흡수해서 그것을 다시 인간의 존엄성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창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작가정신의 회복을 의미한다.

넷째 인간을 우선하고 인간의 본질과 본성을 우선시하는 역할로써의 선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다섯째 과학이나 기계에 의존하는 요소는 생활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문학은 인간성을 해체하고 파괴하는 그런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창안하고 체계화시킨 기계 의존도는 이미 인간의 본질을 상실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며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갈 수록 자생력을 유지할 수 없는 무능력의 인간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사고 영역과 수리에 관한 원리는 인간의 두뇌 작용에서 멀어져 간다.

문학은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과 영역에 대한 도전을 경고하고 새로운 문학적 인식에 대한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문학은 인간이 갖고 있는 근원적 본성이다. 문학의 창작행위는 인간의 본성적인 영역을 확보하면서 문명에 잠식된 인간을 구원해 주고 회복시켜주는 구원적인 자세로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

위의 내용은 2004년 11월 1일 한국현대시인협회 주최한 제18회 ‘詩의 날’ 기념 행사에서 조병무 시인 평론가의 문학강연 내용을 발췌한 것을 문예비전 통권 31호에 지상중계한 내용임. -문예비전 문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