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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경실 |
날짜 : 03-11-25 19:55
조회 :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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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뮤지컬 성춘향2002
21세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의 이동이 부와 가치를 획득하는 시대이다. 그 가운데 큰축 하나가 문화와 예술이다.
우리의 다양하고 폭넓은 기법으로 이루어진 전통문화를 한국적 이미지로 독특하게 살려내지 않으면 상품의 질이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정서적 결여로 경쟁에서 도태 되게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세계화의 흐름 속에 경쟁력을 가지고 매번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우리의 고전이다. 어느 나라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문화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자생적 토양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불멸의 러브스토리 춘향예술이다.
우리의 소리와 춤을 극적으로 표출시키는데 성공한 뮤지컬 성춘향은 가슴에 스며오는 정과 한을 흥건히 녹여주었다.
서구문화에 때묻고 IMF철퇴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였던 고전이 그 순수한 본 모습에 우리의 춤과 사물놀이, 승무, 북춤 그리고 적절한 양악과 구성지고 걸죽한 해악이 뒷받침해 주었고 작품곳곳에 비루한 욕설까지 적적히 용해되어 판에 박힌 스토리에 진취성 없는, 따분한 고전에서 벗어나 현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수준높은 고전예술장르를 구축하였다고 본다.
막이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 성춘향이 18,19세기적 판소리 성춘향에서 얼마나 발전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솟기도 했다. 크고, 자극적 요소만을 선호하는 현대인들 구미에 맞추어 그냥 적당히 옷을 입혀놓고 떠들썩하게 풍장만 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가져보았다.
그러나 막이 오르는 순간 작품을 폄하 하였던 나의 사고가 너무 근시안적이었음을 깨달았다. 입체감을 잘 살린 고전무대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삼 백년전의 남원땅으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오월단오 온통 꽃으로 뒤덮인 광한루에서 그네타는 동네 처녀들과 노랑저고리에 꽃분홍 치마를 입고 그네에서 이리저리 일렁이는 춘향의 모습은 흡사 한 마리 봄나비 였다.
노랑저고리에 분홍치마는 혼전처녀들아 선호하였던 면면히 살아 숨쉬어온 우리 민족의 대표적 고전의상이다. 소매끝동이며 잘잘 끌리는 치마단에 박힌 금박무늬는 우리 한복을 훨씬 우아하게 하였고 먼 옛날로 이끌어 갔다. 또한 삼단같은 머리채에 금박물린 댕기는 세계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독특 경쾌한 패션이다.
정갈한 복장만 보아도 가슴 설레였던 이도령의 모습이며 각기 특색을 달리한 여인네들의 원색복장은 상반시대의 이질감을 잘 나타내 주었다고 본다.
이러한 복식의 재현은 우리의 고전을 훨씬 돋보이게 하였으며 당시의 시대상이 잘 표현되는 손색없는 무대였다.
한국의 고전을 추억하는 무대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공로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화려한 엑스트라들이다. 향단과 방자, 월매와 변부사, 안무자들의 율동은 아무리 박수를 쳐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향단과 방자는 어찌보면 춘향과 이도령보다 더 잘어울리는 커플이다.
춘향과 이도령이 삼백년이 넘도록 불멸의 러브스토리 주인공으로 살아온 데에는 향단과 방지가 존재하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주종관계 이전에 기복신에게 내림받은 계시 같으것으로 춘향과 이도령을 지금껏 부활시켜왔기 때문이다.
몽룡과 춘향의 연분을 맺어주고 논섬지기 라도 뜯어내 결혼하려는 방자의 자기치부가 추하게 보아지지 않은 것은 두 엑스트라가 관객에게 보내준 웃음의 댓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매의 능청스러움이 우리의 어머니에 어머니 세대와 공감대를 이루어주었으며 국악과 양악이 적절히 어우러진 바라춤, 승무, 화관무의 휘었다 뻣어나는 춤사위는 우리의 고전을 살리는데 손색이 없었다.
성춘향이 주는 감동의 포인트는 몽룡과의 이별이주는 절망에서도 희망을 잃지않는 절개와 휴머니티의 절정이다.
여인의 일편단심과 남성의 삶은 상생과 상극의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본다. 동,서양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테마는 인기를 얻고 우리의 가슴에 오래 살아남는다. 오직 한남자만을 믿는 춘향의 동양적 수양론이 극 전반에 흐르고 있기에 감동의 여운은 더욱 짙고 내밀하다.
정화수 앞에서 두손모아 비는 정성이야 말로 한국적 정서로 영원한 그리움의 상징이 아니겠는가.
지구의 생명조차 부활시킬 것 같은 꾕쇠의 꽹과리 소리가 무대뒤쪽으로 사라져 버렸건만 나는 한동안 그 소리에 취해 대 극장을 떠나기가 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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