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서-한국인의 삶, 얼, 멋/조자용/안그래픽스>를 읽고
도깨비. 으스스한 기분보다는 왠지 정겹고 그립고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어스름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씨름을 걸어오는 친구, 왼쪽 다리만 당기면 꼼짝없이 넘어가는 허깨비, 혹부리 영감의 혹과 금은보화를 맞바꾸는 순진한 바보, 홍수에도 끄떡없는 보(관개용)를 밤새 쌓아놓던 고마운 힘 장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자정이 넘은 그믐밤마저 그 잘난 문명의 이름으로 어느 한곳도 어둠을 용납치 못하지요. 창문에 드리워진 어지간히 두터운 커튼도 휘황한 가로등이 쏠아대는 무수한 빛의 화살에는 일시에 너덜너덜한 삼베처럼 그만 숭숭 구멍이 뚫려버리고 말지요.
어스름을 좋아하는 유년의 친구, 우리 촌놈의 으스스한 친구, 도깨비는 분명 우리를 따라 도시로 왔다가 제대로 된 작별 인사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황망히 시골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아예 세상을 하직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렸는지......
밝은 곳만 좇는 문명의 생리와 거저 빠른 것만 살아남는 이 도시에서 도깨비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버렸지요.
그 도깨비를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그 어찌 반갑지 않으리오.
아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녀석이 내 가슴속에 꺼지지 않은 불씨인 채로, 살아있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 책 한 권,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서/조자용/안그래픽스>.
당신도 도깨비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면 이 책을 보시라.
이 책이 마치 심령술사처럼 당신 유년의 정겹고 그립고도 으스스한 친구 도깨비를 만나게 해
줄지도 모르니..... 왼다리 당기기를 잊지마시고....
*조자용선샐(1926-2000): 에밀레박물관장, 민학회장, 삼신학회회장, 건축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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